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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이종혁 "햄버거 먹던 선도부장…쉰하나 지금이 더 좋다"

등록 2025.12.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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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종혁. (사진=빅보스엔터테인먼트) 2025.12.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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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재경 기자 =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배우 이종혁(51)이 매니저를 향해 말했다. "야, 떡볶이 좀 갖고 와봐. 이리 와서 같이 좀 먹자."

그는 소파에 함께 앉아 있던 기자에게도 떡볶이 접시를 쑥 내밀었다. "점심 먹었어? 배고픈데 그냥 같이 먹어."

지난 4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이종혁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2004) 속 선도부장의 서늘했던 눈빛 대신 동네 형 같은 수더분한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최근 자신의 별명을 딴 유튜브 채널 '선도부장 이종혁'을 개설했다. 데뷔 28년 차, 중견 배우 반열에 오른 그가 레드오션이라는 유튜브 판에 뛰어든 이유는 뜻밖에도 단순했다. "심심해서" 그리고 "떠밀려서"다.

연기 공백기, '유튜브'라는 나무 심었죠

[서울=뉴시스] 이종혁은 4일 뉴시스와 단독인터뷰에서 "유튜브가 앞으로 잘 되면 드라마 '신사의 품격' 멤버인 김민종 형님, 김수로 형님, 장동건 형님도 초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선도부장 이종혁' 캡처) 2025.12.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종혁은 4일 뉴시스와 단독인터뷰에서 "유튜브가 앞으로 잘 되면 드라마 '신사의 품격' 멤버인 김민종 형님, 김수로 형님, 장동건 형님도 초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선도부장 이종혁' 캡처) 2025.12.0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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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막 되게 유튜브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주위 사람들이 권유를 엄청나게 했지. '너 하면 잘될 것 같다' '재밌을 것 같다' '남들 다 하는데 왜 안 하냐'. 그래서 할까 말까 고민 많이 하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하게 된 거죠."

막상 시작해보니 어떤지 묻자 "힘들다"는 답이 돌아왔다. "새로운 사람과 계속 얘기하는 것도 에너지가 필요하고, 뭔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생기고, 구독자들의 니즈(Needs)를 맞춰야 하니까 부담돼요. 예능 프로그램 나가는 건 차라리 편한데, 내 이름을 걸고 하려니까…"

그의 채널 콘셉트는 단순하다. 게스트를 불러 추억을 털어놓는 토크쇼다. 첫 게스트로는 당연하게도 '말죽거리 잔혹사'의 멤버들인 이정진·박효준·김인권이 나왔다.

"(권)상우는 유튜브에 나온다고 했고, (한)가인이랑은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가 아니라서, 근데 나오면 재밌어하겠지"

유튜버로서 목표를 묻자 그는 쿨하게 답했다.

"그런 거 없어요. 그냥 사람들이 보고 재밌어하면 좋은 거지. 내가 뭘 대단한 걸 알리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조회수 안 나오면 그냥 접어야지 뭐 하러 질질 끌어(웃음). 배우가 연기 안 들어올 때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 유튜브 하면서 시간 때우고 노는 거죠. 다른 나무라도 심어봐야 할 것 아니에요."

서늘한 눈빛 뒤엔…햄버거 하나로 버틴 청춘

[서울=뉴시스] 배우 이종혁은 4일 뉴시스와 단독인터뷰에서 "학창시절엔 순둥이였다. 까불까불하고 노는 걸 좋아했다"며 "영화 속 모습과는 다르다"고 웃었다. (사진=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스틸컷) 2025.12.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배우 이종혁은 4일 뉴시스와 단독인터뷰에서 "학창시절엔 순둥이였다. 까불까불하고 노는 걸 좋아했다"며 "영화 속 모습과는 다르다"고 웃었다. (사진=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스틸컷) 2025.12.0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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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각인시킨 건 단연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선도부장 차종훈 역이다. 당시 나이 서른. 지금의 쉰하나가 된 이종혁은 그때를 어떻게 기억할까.

"그때도 멋있긴 했겠지만, 난 지금이 더 나은 것 같아요. 그때는 여유도 없고, 막 살려고 아등바등하면서 연기할 때였으니까."

그는 1997년 연극 '서푼짜리 오페라'로 데뷔해 7년 가까운 무명 시절을 겪었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1999)에 양아치 단역으로 잠깐 얼굴을 비쳤지만, 오히려 서러움만 삼키고 다시 대학로로 돌아가 칼을 갈았다. 그때 그는 다짐했다. "너희들이 날 부르도록 만들겠다. 날 부를 때까지 절대 (충무로로) 안 가겠다."

그렇게 독기를 품고 준비해 따낸 역할이 바로 '말죽거리 잔혹사'의 선도부장이었다. 기회는 우연히 오지 않았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낭중지추(囊中之錐·주머니 속의 송곳)'라는 단어를 꺼냈다.

"오디션 봐서 합격하려면 결국 연기를 잘해야 될 거 아니에요. 주머니 속 송곳이 튀어나오려면, 그 송곳이 더 뾰족해지도록 계속 갈고닦는 수밖에 없었죠."

배역은 따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스크린 속 서늘한 눈빛의 선도부장은 카메라 밖에서 배고픔과 싸워야 했다.

"그때가 막 결혼했을 때인데 돈은 없지, 배역 때문에 몸은 키워야 하는데 닭가슴살 살 돈이 어디 있어. 햄버거 하나랑 500㎖ 물 한 통 들고 버스 타고 다녔어요. 600만 원 가지고 6개월을 버텼으니까. 그래도 젊으니까 버틴 거죠."

그 춥고 배고팠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누구나 아는 배우가 됐다. '성공한 삶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성공은 무슨. 하고 싶은 거 하고 사니까 성공한 셈인가? 그냥 우리나라 국민 한 50% 정도가 내 이름 알면 된 거지. 어릴 때 목표가 '내 이름만 대면 전 국민이 아는 배우가 되자'였는데, 그건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네요."

아빠 어디가? 친구 같은 아버지

[서울=뉴시스] 이종혁과 아들 이준수 군. 이종혁은 4일 뉴시스와 단독인터뷰에서 "두 아들에게 친구처럼 대하고 걔들도 날 친구처럼 대한다"며 웃었다. (사진=이종혁 인스타그램) 2025.12.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종혁과 아들 이준수 군. 이종혁은 4일 뉴시스와 단독인터뷰에서 "두 아들에게 친구처럼 대하고 걔들도 날 친구처럼 대한다"며 웃었다. (사진=이종혁 인스타그램) 2025.12.0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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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이자, 예능 '아빠! 어디가?' 속 친구 같은 아버지다.

두 아들 탁수와 준수는 어느덧 훌쩍 컸다. 탁수는 동국대 연극학부에 재학 중이고, 유튜브 채널 '10준수'로 인기를 끌었던 준수는 최근 중앙대 연극학과에 합격했다.

"준수는 이제 고3이라 유튜브 중지 상태고, 대학 갔으니 안 할 것 같아요. 걔가 그만두면 내가 그 채널 먹어야지(웃음)"

두 아들이 배우의 길을 택한 것에 대해 이종혁은 "자기가 가고 싶은 길 가는 거니까 잘되면 좋은 거죠. 고3쯤 됐는데 '전공 뭐 하지?' 하고 묻는 것보다 '나 하고 싶은 게 있어'라고 말하는 게 훨씬 낫지"라고 말했다.

아내에게는 어떤 남편일까. 그는 "노코멘트"라며 웃었다. "20년 넘게 살다 보면 알게 돼요. 싸우기도 귀찮아. 시비 걸 것 같으면 '어 알았어, 미안!' 하고 말지. 아내가 유튜브 하는 거 보고 '진작 하지 그랬냐'고 하더라고요."

인터뷰 내내 이종혁은 솔직했다. 포장하거나 꾸미는 법이 없었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허세'와 '가짜'다.

"요즘 허세 부리는 사람들 별로 안 좋아해요. 난 허세 부릴 게 없어. 없는 놈이 허세 부리면 웃기지도 않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편해요."

화제는 자연스레 연예계 이슈와 가짜 뉴스로 넘어갔다. 특히 그는 무분별한 루머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 속에는 근거 없는 낭설로 고통받는 동료 연예인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 "팩트가 아니면 쓰지 말아야죠. 누군가의 인생이 걸린 문제인데…그건 국민의 알 권리가 아니라 그냥 상처 주는 거지"

정(情) 퍼주는 형

[서울=뉴시스] 이종혁은 드라마 속에서는 차가운 도시 남자 같지만, 실제로는 떡볶이를 나눠 먹는 정 많은 '동네 형'이다. 사진은 지난 2021년 드라마 촬영 당시 모습. (사진=이종혁 인스타그램) 2025.12.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종혁은 드라마 속에서는 차가운 도시 남자 같지만, 실제로는 떡볶이를 나눠 먹는 정 많은 '동네 형'이다. 사진은 지난 2021년 드라마 촬영 당시 모습. (사진=이종혁 인스타그램) 2025.12.0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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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떡볶이를 나눠 먹으며 마무리됐다. 기자가 "떡볶이를 먹으니 '말죽거리 잔혹사' 속 그 유명한 '떡볶이 아줌마' 장면이 생각난다"고 운을 떼자, 그가 껄껄 웃었다.

"안 그래도 내가 처음에 유튜브 기획할 때 아이디어를 냈어. 옆에 '떡볶이 아줌마' 캐릭터를 하나 둬서 방송 내내 계속 떡볶이만 퍼주는 설정으로 가자고. 그거 진짜 하고 싶었는데 제작진이 아직 안 해주네(웃음)"

인터뷰를 마치고 짐을 챙기는데, 이종혁이 테이블에 놓여 있던 과자를 한 움큼 집어 기자의 손에 쥐여주었다. 그러고도 모자랐는지 남은 건 패딩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이거 챙겨 가. 가는 길에 배고프다고 편의점 가서 뭐 사 먹지 말고. 아, 걸어 다니면서 먹진 마. 창피하니까(웃음)"

인사를 뒤로하고 문을 열자, 어느새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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