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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지을수록 손해"…도미노 위기 몰린 중견 건설사

등록 2025.12.12 06:00:00수정 2025.12.12 06: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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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정비사업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 선호 '뚜렷'

PF 부실·원자잿값 급등·미분양 증가…유동성 위기 '경고등'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4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설치돼있다. 2024.06.24.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4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설치돼있다. 2024.06.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서울과 수도권은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니면 수주가 어려워요."

지난 11일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도시정비사업지마다 자금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갖춘 상위 대형 건설사로의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요 사업지인 지방 상황이 워낙 어려워 정비사업 현장 중 사업이 미뤄진 곳이 많다"며 "치솟은 원가 부담에 아파트를 지을수록 손해"라고 토로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견 건설사들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건설 원자잿값과 인건비 급등과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미분양 증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단지 차입을 늘리는 등 부채비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전국 미분양 주택이 7만 가구 가까이 늘어나면서 중견 건설사들이 생사기로에 놓였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9월 폐업신고를 한 종합건설사는 486곳으로 전년 동기(435건)보다 11.7% 증가했다. 4년 전 동기(226건)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또 전문건설업 폐업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줄었다. 전문건설업 폐업 건수는 지난달까지 총 2083곳으로, 전년 동기(2175곳) 대비 4.2%(92곳)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올해 신동아건설과 대저건설, 삼부토건 등 9곳에 이르는 중견 건설사들이 회생절차를 진행했고, 조기 회생에 성공한 곳은 신동아건설이 유일하다.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미분양이 중견 건설사들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또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12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2만8000가구를 넘어섰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통계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3.5% 증가한 6만9069가구로 집계됐다.

미분양 주택은 올해 중순까지 감소세를 보였지만, 8월 말 기준 전월 대비 7.0% 증가한 6만6613가구를 기록한 뒤 ▲9월 6만6762가구 ▲10월 6만9069가구로 석 달 연속 증가세다. 또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8080가구로, 지난 2013년 1월(2만8248가구) 이후 12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건설업계의 폐업과 부도가 잇따르면서 보증사고 금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HUG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분양(사용검사 전 임대 포함) 보증사고 금액은 총 1조1558억원으로 집계됐다. 보증사고 금액이 1조원을 넘긴 것은 건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HUG는 주택사업자가 부도 및 파산 등으로 분양계약에 차질을 빚을 경우 해당 주택에 대한 분양을 이행하거나, 수계약자가 이미 낸 계약금(중도금) 등을 환급해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제 건설외감기업의 절반가량이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를 지급하면 남는 돈이 없을 정도로 경영 위기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2024년 건설외감기업 경영실적 및 부실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외감기업(직전 사업연도말 기준 자산총액·매출액이 500억원 이상으로 외부 회계 감사 대상인 건설사) 중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곳의 비중은 44.2%로 나타났다. 건설외감기업들 절반 가까이 외부의 도움 없이는 정상적 경영활동이 어려운 부실 한계기업인 것이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1 미만이면 벌어들인 돈보다 이자 비용이 많아 채무 상환이 어렵다는 의미다.

특히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건설외감기업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건설외감기업 비중이 ▲2020년 33.1% ▲2021년 37.7% ▲2022년 41.3% ▲2023년 43.7% ▲2024년 44.2% 등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국내 건설수주는 전년 대비 4.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민간 주택 경기 회복 지연과 건설공사비 부담 심화, 강도 높은 안전·노동 규제 등을 비롯해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회복 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혜 건설산언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건설산업은 저성장·고비용·고위험의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건설 산업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고 지속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스마트 건설 확대 등 건설투자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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