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연출 "10주년 '팬레터'…30년돼도 클래식한 가치 발휘할 작품"
일제강점기 배경으로 문인들의 예술혼과 사랑 그려
초연부터 꾸준히 출연한 이규형 "스스로 대견스러워"
에녹은 이번 시즌 첫 출연 "'느림의 미학' 보여주는 작품"
김태형 "서양에서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 자부심

뮤지컬 '팬레터' 공연 장면. (사진=라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10년이 지나면 낡고 올드한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이 공연은 아주 트렌드한 현재의 문제를 다루는 작품은 아니어서 20년이 되고, 30년이 돼도 충분히 클래식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김태형 연출이 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팬레터' 프레스콜에서 긴 시간 작품이 오래 사랑받아 온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팬레터'는 1930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천재 문인들의 모임 '구인회'의 일화를 모티프로 삼은 작품이다. 천재 소설가 김해진과 그를 동경하는 작가 지망생 정세훈, 비밀에 싸인 천재 작가 히카루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통해 문인들의 예술혼과 사랑을 그린다.
2015년 초연 후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작품은 지난 5일 다섯 번째 시즌이자 10주년 기념 공연의 닻을 올렸다.
김 연출은 "공연은 한 번 하고 그대로 사라질 수도 있는데, 생명력을 가지고 10년 동안 보존될 수 있어 굉장히 영광"이라며 "긴 시간 공연이 계속 살아 숨 쉬게 해준 관객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10주년을 맞은 소감을 밝혔다.
초연부터 매 시즌 김해진 역을 맡아온 배우 이규형은 "어릴 때 (해외 작품인) '렌트'의 10주년 기념 영상을 보며 '정말 대단하다' 했는데, 우리가 만든 작품으로 10주년을 맞는다는 게 스스로 대견스럽게 느껴진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뮤지컬 '팬레터' 공연 장면. (사진=라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은 2021년까지 네 차례 시즌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반응 등을 고려해 조금씩 바뀌어 왔지만, 이번 시즌에는 크게 손대지 않았다는 게 김 연출의 설명이다.
그는 "정말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이전 공연을 최대한 잘 살려서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며 "'이 장면을 이렇게 바꾸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해봐야 관객들의 판단과 니즈가 훨씬 더 가치 있고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대신 새로운 얼굴들이 여럿 합류하며 작품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김해진 역은 이규형을 비롯해 에녹, 김종구, 김경수가 함께 연기한다. 정세훈 역은 문성일, 윤소호, 김리현, 원태민이 맡고, 히카루 역은 소정화, 김히어라, 강헤인, 김이후가 책임진다.
에녹과 김리현, 원태민, 김이후 등은 이번 시즌 '팬레터' 무대에 처음 서고 있다.
뮤지컬 배우이자 트로트 가수로 활동 중인 에녹은 "작업을 하면서 출연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그는 "'팬레터'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진득하게 하나하나 밟아가는 작품이다. 이런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작품이 오랜만"이라며 "현대인들에게는 쇼츠나 자극적인 이야기가 더 익숙하지만 우리 작품은 소재도 편지와 사랑이고, 그 안에 설렘부터 질투, 집착, 무너짐 등 다양한 감정이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매력을 짚었다.
'팬레터'는 K-컬처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전부터 해외 진출을 시도한 작품이기도 하다.
2018년 한국 창작 뮤지컬 최초로 대만 투어 공연을 했고, 2022년부터는 중국 라이선스 공연이 올라가며 올해까지 매년 중국 10개 이상 도시에서 투어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는 일본에서 라이선스 초연이 펼쳐졌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일본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은 작품이 가진 힘을 더욱 잘 드러내고 있다.
"일본에서 공연하겠다고 했을 때 약간 의외였다"고 털어놓은 김 연출은 "이 안에서 펼쳐지는 관계와 거기서 나오는 이야기에 관객이 흥미 있는 것 같다. 시대를 떠나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것 같다"고 해석했다.
사연을 제외하고 남은 시즌에 모두 출연했던 김종구는 일본에서 공연하는 '팬레터'를 관객으로 본 경험을 돌아보며 "작품의 힘이 엄청났다. 그때 이 작품이 정말 좋은 작품이라는 걸 확신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창작진이 이 작품은 드라마와 음악, 안무 이 세 박자가 다 갖춰진 '웰메이드 작품'이라고 하셨는데, 저도 동의한다. 언어가 달라도 이 작품만 가지고 있는 서정적이고 독특한 색깔이 관객에게 전달된다"고 보탰다.
박현숙 작곡가는 "일본에서 공연을 보는데, 일본 배우들이 한국 이름을 그대로 말하고, 조선총독부에서 검사를 온다는 것도 똑같이 대사를 했다. 첫 공연 때 '사죄하는 마음으로 준비했고, 공부하면서 준비했다'고 했을 때 정말 눈물이 많이 났다. 이 작품을 쓴 것에 정말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뮤지컬 '팬레터' 프레스콜이 열렸다. 배우 이규형, 김종규, 김경수, 에녹, 김이후, 강혜인, 소정화, 김히어라, 원태민, 문성일, 김리현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25.12.11](https://img1.newsis.com/2025/12/11/NISI20251211_0002016411_web.jpg?rnd=20251211175948)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뮤지컬 '팬레터' 프레스콜이 열렸다. 배우 이규형, 김종규, 김경수, 에녹, 김이후, 강혜인, 소정화, 김히어라, 원태민, 문성일, 김리현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25.12.11
시대와 나라를 초월하며 공감성을 확장해온 '팬레터'는 더 넓은 세계도 꿈꾸고 있다.
지난해 영국 웨스트엔드 현지 제작진 및 배우들과 영어 버전 쇼케이스를 선보이며, 영미권 진출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박 작곡가는 영국 쇼케이스에 대해 "같은 감성을 느끼고 있었고, 긍정적인 신호를 봤다"며 미소 지었다.
김 연출은 "아시아권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 기회가 된다면 어느 나라든 도전해보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팬레터'는 내년 2월 22일까지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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