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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 캣, 팝계 '버자이너 모놀로그'…2030 여성 열광 이유 있네

등록 2025.12.14 07:15:00수정 2025.12.14 07:2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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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경기 고양 킨텍스서 첫 내한공연

1만4000명 운집…여성 비율 약 81%

맵시 있고 개성 강한 근사한 젊은 여성이 주관객층

[서울=뉴시스] 도자 캣 호주 퍼스 공연. (사진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제공) 2025.12.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도자 캣 호주 퍼스 공연. (사진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제공) 2025.12.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고양=뉴시스]이재훈 기자 = 여성의 성기 질(膣·vagina)을 대놓고 노래한 '웨트 버자이너(Wet Vagina·웨트 버자이나)'의 무대는 압권이었다. 노랫말을 그대로 옮긴 듯한 각종 은유가 넘치는 이 곡에서 엉덩이가 훤히 보이게 엎드리거나 누운 채, 돌출 런웨이 무대 앞뒤를 오갔다. 미국 팝 아이콘 래퍼 도자 캣(Doja Cat)의 그런 각종 동작은 외설적이기는커녕 여성의 관능과 당당함이 무엇인지 몸과 태도로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13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텐스 2관 10홀에서 펼쳐진 도자 캣의 첫 내한공연은 팝계 '버자이너 모놀로그(Vagina Monologue)'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미국 극작가 겸 여성 운동가 이브 엔슬러의 희곡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금기시된 여성의 성기를 소재로, 여성의 몸과 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담았다. 도자 캣 공연은 '여성 성기의 독백'을 넘어서 여전히 몸과 외모를 중심으로 타자화되는 여성들 간 '결기의 대화'가 무엇인지 노래, 퍼포먼스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도자 캣이 자신의 민트 머리색을 닮은 줄이 달린 유선 마이크를 들고 '티아 타메라(Tia Tamera)'를 부를 때도 화룡점정이었다. 뱅뱅 돌아가는 유선 마이크는 다양한 성적 은유의 도구가 됐고, 앉은 채 이를 무릎 사이에 끼고 오르가즘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일종의 해방감을 선사했다. 관객들이 접신 구간이라고 반응한 '아멘!(AAAHH MEN!)'까지 카타르시스는 계속됐다.

공연장 안 스크린에선 도자 캣의 엉덩이가 유독 강조됐는데, 그건 선정성이 아니었다. 얼굴, 팔, 다리처럼 신체 각 부분의 고유성을 탐닉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과대포장의 남근주의가 가득한 이 사회에서 정곡을 찌르는 도자 캣의 무대는 소설적이기도 했다. 만 19세 이상, 즉 미성년자 관람불가 공연이 품은 유희성과 사회적인 메시지가 무엇인지 몸과 무대 자제로 서사화했다. 잘 단련된 탄탄한 근육과 잘 숙련된 무대 매너가 빚어내는 황홀경이었다. 

놀(NOL) 티켓에 따르면, 눈이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1만4000명이 운집한 이번 공연의 성비는 여성이 80.9%, 남성이 19.1%다. 특히 20대(59.6%)30대(31.6%) 비율이 91.2%에 달했다. 10대, 즉 갓 성인이 된 이들의 비율도 4.2%였다. 젊은 여성들이 관객의 주축을 이뤘다. 도자 캣의 노랫말처럼 맵시 있는 스타일로 자기 개성을 마음껏 표출한 여성들이 대다수였다. 이날만큼은 전국의 내로라하는 당당하고 근사한 여성들이 킨텍스에 다 몰렸다.
[서울=뉴시스] 도자 캣 뉴질랜드 공연. (사진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제공) 2025.12.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도자 캣 뉴질랜드 공연. (사진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제공) 2025.12.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도자 캣의 솔직한 발성과 당당한 태도는 음악과 무대 완성도를 기반 삼아 더 설득력을 얻었다. 브라스 세션이 가세한 복고풍의 소리 질감은 세련된 밴드 사운드와 만나, 구조상 음향이 좋기 힘든 킨텍스 곳곳을 채웠다.

특히 1960년대 영국 블루스 그룹 '더 스펜서 데이비스 그룹(The Spencer Davis Group)'의 '아임 어 맨(I'm a Man)'을 부를 때는 고전적인 향취도 뿜어져 나왔다. 마이크를 입 안에 넣는 장면은 예상 가능한 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차원으로 관객들의 감각을 이끌었다.

격렬한 래핑, 중저음의 매혹적인 보컬을 오가며 1시간40분 동안 별다른 멘트 없이 쉬지 않고 노래만 질주한 체력도 대단했다. 공연 막바지 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세이 소(Say So)'에선 감미로운 관객들의 떼창도 이어졌다. 수많은 직육면체 모양을 여러 개 쌓은 것처럼 형상화한 무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각색의 무대 조명도 일품이었다.  

도자 캣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웰메이드 콘서트'가 무엇인지 집요하게 고민하고, 이를 감각적으로 재구성했다. 이로 인해 그녀의 성(性)적인 무대는 불경을 넘어 무대에 대한 성(聖)스러움으로 나아간다. 아티스트가 무대에 몰입하는 순간은 그 어느 장면보다 성적이다. 엄숙함의 중력을 이겨내는 이 도약은 대상화되기 쉬운 여성의 몸에 대한 원한을 풀어주는 일종의 신나고 파격적인 살풀이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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