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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과 섬세의 완벽 대비…군더더기 없는 타건의 조성진 [객석에서]

등록 2025.12.14 12:59:25수정 2025.12.14 1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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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예술의전당서 조성진·경기필 협연

조성진, 1년 6개월만 '선배' 김선욱과 재회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경쾌함에서 서정으로, 라흐마니노프의 두 얼굴 표현

관객 뜨거운 환호에 앙코르 두 곡…쇼팽 왈츠 선보여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경기필하모닉 마스터즈 시리즈 Ⅵ-비창'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협연했다. 2025.12.14. excuseme@newsis.com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경기필하모닉 마스터즈 시리즈 Ⅵ-비창'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협연했다. 2025.12.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라흐마니노프를 통해 역동성과 섬세함을 모두 보여줬다.

지난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경기필하모닉 마스터즈 시리즈 Ⅵ'에서 조성진은 김선욱 예술감독이 이끄는 경기필하모닉과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연주했다.

이번 무대는 김선욱 예술감독 체제의 경기필 '마스터즈 시리즈'의 마지막 공연이기도 하다. 조성진과 김선욱, 그리고 경기필의 협연은 지난해 6월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1번'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조성진과 김선욱은 2022년 작고한 루마니아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를 사사한 선후배 사이다.

단정한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조성진은 관객의 환호에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했다. 그러나 피아노 앞에 앉자 분위기는 단번에 바뀌었다. 김선욱이 오케스트라에 신호를 보내자 조성진은 초반부터 통통튀는 스타카토로 경쾌한 에너지를 드러냈다. 또렷한 타건으로 음을 짚어내며 변주마다 명확한 윤곽을 그려냈다.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은 협주곡 형식을 취하지만 변주곡 구조로 전개되는 작품이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간의 섬세한 호흡을 통한 균형 감각이 요구되는 곡이다. 조성진이 직접 선택한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피아노의 기교와 음악적 집중력을 동시에 요구한다.

초반 변주에서 조성진은 빠른 템포 속에서도 음의 밀도를 잃지 않았다. 강조되는 순간마다 조성진은 손을 높이 들어올리며 역동성을 더했다. 경기필은 김선욱의 지휘 아래 음량과 템포를 조절하며 피아노의 흐름을 뒷받침했다. 

12번째 변주부터는 조성진의 연주 결이 확연히 달라졌다. 피아노의 존재감이 한층 또렷해지며 음악의 속도는 자연슬럽게 느려졌다. 그는 피아노 쪽으로 몸을 기울인 채 조심스럽게 건반을 누르며 서정적인 선율을 이끌었고, 오케스트라는 볼륨을 낮춰 피아노의 흐름이 도드라지도록 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사랑받는 18번째 변주에서는 맑은 피아노의 선율이 1분여간 이어지다 현(絃)이 선율에 올라타며 따뜻한 화음을 더했다. 이후 음악은 다시 초반 주제로 돌아가 에너지를 끌어올리며 절정을 향해 나아갔다.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경기필하모닉 마스터즈 시리즈 Ⅵ-비창'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협연했다. 2025.12.14. excuseme@newsis.com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경기필하모닉 마스터즈 시리즈 Ⅵ-비창'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협연했다. 2025.12.14. [email protected]


연주가 끝나고 조성진과 김선욱은 곧바로 포옹하며 선후배간 신뢰를 몸으로 표현했다. 객석에서는 긴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다.

조성진은 관객의 성원에 화답해 두 곡의 앙코르를 선보였다. 쇼팽의 왈츠 10번에서는 맑고 고운 선율 속에 은은한 슬픔을 담았고, 이어 연주한 왈츠 14번에서는 생기넘치는 터치로 기교를 드러냈다.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경기필하모닉 마스터즈 시리즈 Ⅵ-비창'이 열렸다. 2025.12.14. excuseme@newsis.com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경기필하모닉 마스터즈 시리즈 Ⅵ-비창'이 열렸다. 2025.12.14. [email protected]



협연에 앞서 경기필은 차이콥스키의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주했다. 2부에서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을 들려줬다.

김선욱은 깊은 고요를 끌어내며 작품의 비극적 정서를 응축했다. 1악장은 저현의 서주로 문을 열었고, 2악장과 3악장을 거쳐 4악장에서는 하행하는 선율 속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연주가 끝난 뒤에도 손을 내리지 않고 침묵을 유지하려는 김선욱의 모습에서 작품에 대한 그의 태도를 읽을 수 있었다.

성급히 터져나온 박수가 흐름을 잠시 끊어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김선욱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작품의 비극적인 결말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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