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약준비금' 제도 손질에 보험업계 온도차…당국은 속도 조절
장기보장성 비율 높은 생보업계 시급
신계약 제외·적립률 완화 등 개선 목소리
![[서울=뉴시스]](https://img1.newsis.com/2025/02/17/NISI20250217_0001772025_web.jpg?rnd=20250217163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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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안나 기자 = 보험사가 가입자의 계약 해지 시 지급할 환급금을 대비해 쌓아두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을 둘러싸고 보험업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준비금 규모가 빠르게 불어나면서 배당 여력 축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자 제도 손질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업권별 입장이 다른 만큼 당국도 신중한 접근에 나서는 분위기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들은 최근 금융당국에 해약준비금 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해약준비금은 시가 평가 보험부채가 해약환급금보다 부족할 경우 이를 적립하는 준비금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신계약에서 발생하는 이익잉여금을 해약준비금 적립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적립 기준을 보다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주요 개선안으로 요구하고 있다.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170% 이상인 기업의 적립률을 현행 80%에서 50%까지 낮추거나, 지급여력비율 기준치인 170%를 낮추는 주기를 6개월 단위로 축소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현재 제도에서는 연 단위로 10%포인트(P)씩 완화해 최종 130%까지 내려간다.
보험사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미래 해지 가능성을 과도하게 반영해 해약준비금을 적립하면서 현재의 배당 여력을 지나치게 제약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약준비금 적립이 자본 관리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주주환원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약준비금은 이익잉여금에서 적립되기 때문에 규모가 커질수록 배당 재원이 줄어드는 구조다. 실제 일부 보험사들은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보류하거나 축소하는 배경으로 해약준비금을 꼽고 있다.
실제로 지난 3분기 대형 5대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NH농협생명의 해약준비금 적립액은 12조6179억원으로 지난해 연말 9조3991억원 보다 34.25%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해약준비금을 인식하지 않았던 교보생명도 올 3분기에는 4485억원을 인식하면서, 삼성생명만 5대 생보사 가운데 유일하게 해약준비금 적립이 없는 회사로 남았다. 전체 보험사 기준으로는 적립액 규모가 연말 5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업권별로 입장은 차이가 있다. 해약환급금 부담이 장기 보장성 상품에서 주로 발생하는 만큼, 과거부터 관련 포트폴리오를 대규모로 쌓아온 생보사들에게는 제도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반면 일부 손해보험사들은 해약준비금을 통한 세제상 공제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제도 변경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해약준비금은 법인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되기에 많이 쌓일수록 세금을 덜 내게된다.
금융당국에서도 제도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월 보험업계 간담회에서 해약준비금 제도의 합리화 의지를 밝힌 바 있지만, 현재로서는 당국 차원에서 업계 의견 수렴과 제도 개선에 따른 분석에 중점을 두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해약준비금이 단순한 회계 이슈를 넘어 보험사의 배당 정책과 자본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합리적인 중장기 로드맵 제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국도 다양한 의견을 종합하는 단계로 연내 개선안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시간이 지나면 결국 어느 회사에든 부담이 쌓일 수 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불확실성을 주지 않는 방향에서 개선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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