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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인터뷰②]빅터 차 "北, 핵국가 인정 목표…美, 불가침협정 할 수도"

등록 2026.01.01 05:01:00수정 2026.01.01 05: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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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좇는 트럼프, 한국전쟁 종식 협정 원해"

"美, 비핵화 포기 않겠지만 트럼프는 현실적 접근"

NSS 北 제외는 美행정부 전체 관심사 아니란 의미

[워싱턴=뉴시스]윤정민 기자 = 빅터 차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지난달 1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의 CSIS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alpaca@newsis.com. 2026.01.01.

[워싱턴=뉴시스]윤정민 기자 = 빅터 차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지난달 1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의 CSIS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2026.01.01.

[워싱턴=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남에서 추구하는 목표는 핵보유국 지위를 유지한 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김정은의 핵심 목표이며, 그 목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바와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다 생각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2년차를 맞은 새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한층 적극적인 대화 시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북미대화가 미국이 북한 핵보유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빅터 차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DC CSIS에서 진행된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분석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히 한국전쟁을 종식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해 노벨평화상을 받기 원한다"고 말했다.

노벨평화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염원해온 목표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도 가자 전쟁 등 종식을 이끌어 수상 얘기가 나왔으나 실현되지 않아 갈증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쟁 종식은 트럼프 대통령의 갈증을 채워줄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는 핵보유국 지위를 얻으려는 북한의 열망을 미국이 수용해야 가능한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차 석좌는 "미국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며, 북한이 5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핵무기를 거의 100기까지 만들 수 있을 만큼의 핵분열 물질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고, 당장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를 목표로 유지하되 긴장을 완화하고 오판을 피하기 위해 북한 지도자와 대화할 수 있다. 어쩌면 상호불가침협정(mutual nonaggression pact)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 없이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사실상 북핵을 용인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한국 등 주변국 입장에선 북핵 위기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는데, 미국이 평화를 선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서도 북한 비핵화 목표가 유지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를 직접 얘기한 적은 없다. 오히려 북한을 꾸준히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라고 언급했다. 이는 국제사회 공식 용어는 아니지만 핵을 보유한 국가라는 의미다.

차 석좌는 지난달 초 발표된 트럼프 2기 행정부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북한과 비핵화 언급이 아예 사라진 것도 비핵화 정책에 대한 무게감이 감소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NSS, 국방전략서(NDS),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MDR),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보면 모두 북한, 한반도 비핵화와 억제력, 북한 장거리미사일의 본토 안보 위협을 언급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 정부 전반에서, 거의 모든 부처와 기관들이 미국이 지금 당장 대응해야하는 매우 중요한 위협이라고 동의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선 이러한 공감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워싱턴=뉴시스]윤정민 기자 = 빅터 차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지난달 1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의 CSIS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alpaca@newsis.com. 2026.01.01.

[워싱턴=뉴시스]윤정민 기자 = 빅터 차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지난달 1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의 CSIS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2026.01.01.

미국이 북한을 설득할 실질적인 수단이 많지 않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지를 좁힐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땐 대북제재 완화가 주요 당근책으로 다뤄졌으나, 북러협력 심화 등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차 석좌는 "제재 측면에서는 사실 사용할 수단이 많지 않다"고 답했다. 수산물 수출 등 일부 분야는 유인이 될 수 있으나, 사이버 절도 관련 제재 등은 완화가 불가능에 가깝고 유엔 추가제재도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일종의 평화 선언에 관심이 있으며, 그것이 기본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면 김정은도 관심이 있을 수 있다. 또한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협상할 수 있다면 그 역시 김정은에게는 매력적일 것이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이른바 '빅딜'을 추진하면서 한국이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일각에선 미국이 휴전을 중재하며 동맹국인 우크라이나보다 러시아를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점도 걱정한다.

차 석좌는 북미대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압박하고 북한을 우대할 가능성을 우려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분명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기존의 한국 지도자들과 달리 "이재명 대통령이 북미간 먼저 대화한다면 자신이 반드시 3자대화에 참여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 점은 매우 이례적으로 느껴졌다. 예상하지 못했던 수준의 자신감과 경험을 보여주는 발언"이라며 "이로 인해 미국이 대화하기 좀 더 쉬워질 수 있고, 북한 역시 대화에 나서기 쉬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미대화는 이르면 오는 4월 전환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위해 한반도 가까이 날아오는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아시아 순방 때도 북미대화에 대한 의욕을 숨기지 않았으나, 당시에는 성사되지 못했다.

차 석좌는 회담 가능성에 대해 "현재는 50%"라고 봤다. 성사될 경우엔 2018년 싱가포르 회담 공동성명을 재확인하되, 실질적인 협상보다는 일단 대화를 시작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진짜 관건은 싱가포르 회담을 넘어 무엇을 이뤄낼 수 있느냐다. 솔직히 말해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을 들고 회담에 나설지 잘 모르겠다. 김정은 역시 제안을 들고오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어보러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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