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개입은 직권남용"…양승태, 헌정사상 첫 전 대법원장 유죄(종합)
'대법 위상 우려' 한정위헌 결정 판사에 전화
통진당 2심 맡은 판사 만나 1심 판결 지적도
"양승태 묵시적 승인, 공모 인정…직권 남용"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 행사 방해 혐의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1.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1/30/NISI20260130_0021145052_web.jpg?rnd=20260130142015)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 행사 방해 혐의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1.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장한지 이수정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1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장이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재판 개입은 대법원장의 권한이 아니어서 직권남용이 성립할 수 없다"는 1심의 논리를 정면으로 뒤집고, 사법행정권자가 하급심 재판에 개입한 행위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항소심에서 하급심 재판개입 혐의 등이 유죄로 뒤집히면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4-1부(부장판사 박혜선·오영상·임종효)는 30일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고영한 전 대법관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우선 재판 개입은 사법행정권자의 직무 권한이 아니므로 '직권을 남용한 것'이 될 수 없다는 1심과 달리, "사법행정권의 외양을 빌려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기존 논리를 뒤집었다.
그러면서 일부 하급심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대표적으로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결정을 내렸다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단순위헌으로 결정을 바꾼 염기창 판사 사건에 개입한 행위가 직권남용으로 인정됐다. 한정위헌은 헌법재판소가 법률 해석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으로, 법률 최종 해석권을 가진 대법원은 권한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재판부는 "이규진이 기존 결정문 및 직권취소 결정문에 대한 전산상 검색제외 조치를 위한 공문 발송 협조를 요청한 행위는 형식적, 외형적으로 그러한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직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갖추었다고 판단된다"며 "재판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쳐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규진은 검찰에서 피고인 양승태에게 사전에 대면 보고한 사실을 진술했다"며 "이규진이 염기창에게 요청하기 전에 피고인 양승태에게 위 조치들에 관해 사전보고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양 전 대법원장의 공모 행위를 인정했다.
또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행정소송 항소심 재판에 개입한 의혹도 양 전 대법원장의 묵시적 승인이 있었다고 보고 유죄로 인정됐다. 해당 의혹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이 찾아가 해당 사건을 맡은 판사를 만나 1심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1심과 달리 본안 판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기재된 문건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해 가장 논란이 컸던 '물의 야기 법관'에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는 직권남용에 이르지 않았다며 무죄로 인정됐다. 아울러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는 무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재판의 독립은 양보할 수 없는 헌법적 가치이고, 공정한 재판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 없이는 법치주의가 유지되기 어렵다"며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인해 재판의 독립이 훼손되고 공정한 재판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 초래됐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개인적 이익을 취하는 등 부정한 의도에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은 아닌 점 ▲대부분 무죄로 판단되고 유죄로 인정된 부분은 극히 일부에 한정된 점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유죄를 전제로 하는 사회적 비난에 노출됨으로써 적지 않은 불이익을 겪은 점 등은 양형에 참작됐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선고 직후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변호인은 "직권남용죄에 대한 확립된 법리에 반하는 판단이 있었다"며 "오늘 결론이 바뀐 부분에서는 전혀 심리가 이뤄진 바가 없어서 그 부분에 있어서 심각한 절차적인 사실 인정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시민단체들이 지난 2018년 6월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양승태 사법농단 관련 김명수 대법원장 및 대법관 입장 발표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6.18. [email protected]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시절 사법부의 최고 책임자로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사건 등 재판 개입과 '물의 야기' 법관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 등 47개 혐의로 2019년 2월 기소됐다. 그는 2011년 9월 취임해 임기를 마치고 2017년 9월 법원을 떠났다.
1심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고 전 대법관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기소 이후 약 5년 만에 나온 판결이다.
사법 행정권자인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재판에 개입할 직무상 권한이 없으므로 이를 남용했다는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대법원장도 재판에 개입할 권한은 없고, 권한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직권을 아예 행사하지 않거나 남용하지 않았다"며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한 바가 없어 직권남용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 사건의 핵심 실무를 맡았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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