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AI 인프라 경쟁 속 K-반도체 역할 확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한국 반도체 산업이 단순한 부품 공급자를 넘어 글로벌 인공지능(AI) 연산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은 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 글로벌 첨단기술·미디어·통신(TMT) 산업 전망' 보고서를 발간, 이같이 밝혔다.
딜로이트는 AI가 제시하는 잠재력과 실제로 창출되는 가치 간의 간극이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좁혀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이 AI 추론 컴퓨팅 수요를 충족하고 운영 효율을 높이는 한편, AI 기반 산업용 로봇과 드론이 노동력 부족을 보완하는 등 그동안 축적된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2026년 TMT 산업을 ▲AI ▲첨단기술 ▲미디어 ▲통신 4개 영역으로 구분하고, 핵심 AI 기술 동향과 반도체 공급망, 미디어 산업 구조 변화, 소비자 행태 변화에 따른 산업 재편 흐름을 짚었다.
AI 에이전트 시장 2030년 450억 달러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변화도 빨라질 전망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는 AI 에이전트와 결합되며 기업의 예산과 고객 경험, 인력 운영 방식 전반을 재편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흐름의 중심에는 자율형 AI 에이전트가 있다. 자율형 AI 에이전트 시장은 2030년까지 최대 45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멀티 에이전트 AI 시대가 본격화하며 다양한 AI 에이전트를 조율·통제하고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오케스트레이션' 역량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딜로이트는 한국 기업의 승부처가 단순한 기술 도입 속도가 아니라 자율성의 범위와 책임 구조를 명확히 설정하는 운영 모델과 거버넌스 설계에 있다고 진단했다.
AI 혁신은 산업 현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딜로이트는 로봇·드론 산업이 단순 자동화를 넘어 '지능형 노동'을 구현하는 산업으로 재도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경쟁 중심은 데이터센터·반도체…삼전·SK하닉 핵심축
데이터센터 자본지출(CAPEX)은 2026년 최대 4500억 달러에서 2028년 1조 달러까지 확대되며 대규모·집중형 인프라 구조가 고착화될 전망이다.
사후 학습과 장시간 사고 등 고도화된 AI 기법 확산으로 연산·전력 수요는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AI 경쟁의 핵심은 알고리즘 효율을 넘어 연산 인프라, 전력 확보, 반도체 공급망을 감당하는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한국 반도체 산업은 AI 시대에 단순한 부품 공급자를 넘어, AI 연산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 필수 공급자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패키징 역량을 바탕으로 AI 연산 인프라 확장 플레이어로서 역할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은 여전한 과제로 꼽혔다. 지정학적 갈등과 기술 규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각국은 자국 내 AI 연산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주권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딜로이트는 2026년 전 세계적으로 소버린 AI 컴퓨팅 역량 구축에 약 1000억 달러가 투자될 것으로 전망했다.
숏폼·생성형 AI…커지는 플랫폼 신뢰 리스크
모바일 중심의 숏폼 시리즈와 마이크로 드라마는 콘텐츠 소비 방식을 바꾸는 동시에 AI·데이터 기반 제작 환경을 확산시키고 있다. AI 기반 영상과 숏폼 콘텐츠는 제작 비용을 낮추고 유통 속도를 높이며, 조회 수와 광고 수익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작 진입 장벽은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 신뢰성 저하와 창작자–플랫폼 간 권력 구조 변화라는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딜로이트는 AI 콘텐츠 표기와 규제 대응 역량 등이 플랫폼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신, 위성·속도 경쟁 넘어 '체감 가치'로
이에 따라 통신사 경쟁력은 기술 성능보다 서비스 만족도와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로 이동하고 있다. 딜로이트는 "6G 등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만으로는 수익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며 "차별화된 고객 경험 설계가 통신사의 지속적 경쟁우위를 좌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손재호 한국 딜로이트 그룹 성장전략부문 대표는 "AI는 앱을 넘어 업무와 의사결정의 흐름에 내재화되고 있으며, 미디어와 통신 역시 기술 성능보다 이용자가 체감하는 경험과 혜택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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