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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어떻게 하니?"…키오스크 앞 작아지는 부모님

등록 2026.02.16 16:03:44수정 2026.02.16 18: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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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뉴시스] 어르신들이 디지털 체험존에서 키오스크 등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밀양시 제공) 2026.02.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밀양=뉴시스] 어르신들이 디지털 체험존에서 키오스크 등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밀양시 제공) 2026.02.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설날 연휴,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직장인 박 모 씨(46)는 부모님과 함께 도심 외곽의 대형 카페를 찾았다가 씁쓸한 장면을 목격했다. 키오스크(무인 단말기) 앞에서 당황하며 뒷사람의 눈치를 보던 아버지가 결국 주문을 포기하고 자리에 앉으셨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복잡해서 그냥 안 마시련다"며 멋쩍게 웃으셨지만, 아들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김 씨는 "평소 스마트폰으로 뉴스도 보시고 영상도 잘 보시던 분인데, 낯선 기계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시는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2026년 현재, 대한민국은 '디지털 대전환'의 정점에 서 있다. 식당 주문부터 기차표 예매, 병원 접수, 심지어 동사무소 민원 발급까지 키오스크가 없는 곳을 찾기 힘들다. 인건비 상승과 구인난으로 가속화된 무인화 열풍은 효율성을 가져왔지만, 기술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정보 취약계층인 시니어 세대의 소외감은 깊어지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70대 이상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평균의 7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기기를 다루지 못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서비스로부터 배제되고 있다는 심리적 위축감이 더 큰 문제다. "내가 시대에 뒤처졌다"는 생각은 고령층의 자존감을 낮추고 외부 활동을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시니어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복지관에서 배우는 이론 중심의 교육은 실제 현장의 복잡한 기기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실생활 밀착형 '반복 교육'과 더불어 'UI(사용자 환경)의 표준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매장마다, 기기 브랜드마다 제각각인 조작법과 외래어 위주의 메뉴 표기는 어르신들에게 거대한 장벽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녀 세대의 '디지털 효도'에 대한 인식 변화다. 과거의 효도가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용돈을 드리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부모님이 디지털 세상 속에서 당당히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곁에서 천천히 알려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설 연휴, 고향을 떠나기 전 부모님의 스마트폰 속 복잡한 앱들을 정리해 드리고, 자주 쓰시는 예약 앱 사용법을 함께 연습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근처 매장을 방문해 키오스크 주문을 직접 해보는 '실습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나도 이제 혼자서 커피 주문할 줄 안다"는 부모님의 작은 자신감은 그 어떤 비싼 명절 선물보다 값진 성취감을 선사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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