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퇴폐적 청년'은 오독"…권영민이 소설로 다시 쓴 인간 李箱
권 명예교수 '주피터 초상' 출간
팩트의 빈칸을 소설적 허구로 채워
7번의 수정, 평론가적 목소리 지워
"이상은 우리 문학이 가진 보배"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권영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23일 서울 종로구 만해사상실천선양회에서 열린 신간 '주피터 초상' 출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2.23. jhop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2/23/NISI20260223_0021182959_web.jpg?rnd=20260223114602)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권영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23일 서울 종로구 만해사상실천선양회에서 열린 신간 '주피터 초상' 출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2.23. [email protected]
이상 문학 연구의 권위자로 꼽히는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78)가 소설체 빌린 신작 '주피터 초상'(폭스코너)을 펴냈다. 23일 서울 종로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 사무실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그는 이상의 삶을 소설로 재구성한 배경과 집필 과정을 밝혔다.
권 교수는 "해방 이전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한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코 이상"이라며 "우리 문학이 가지고 있는 보배"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이상을 둘러싼 오해와 선입견이 많다"고 했다. 중국에서 특별 강연을 진행하며 젊은 연구자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도 이상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질문과 오독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권영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23일 서울 종로구 만해사상실천선양회에서 열린 신간 '주피터 초상' 출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2.23. jhop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2/23/NISI20260223_0021182927_web.jpg?rnd=20260223114602)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권영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23일 서울 종로구 만해사상실천선양회에서 열린 신간 '주피터 초상' 출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2.23. [email protected]
그는 이상의 삶을 관통하는 세가지 키워드로 '결여(사랑과 경제적 결핍)', '억압(가부장적·제도적 억압)', '금제(식민지 시대의 억제)'를 제시하며 "이 세가지를 축으로 새로운 형식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가 소설체다. 원고는 지난해 마무리했고1년 간 수정과 보완을 거쳤다.
소설은 화가 구본웅의 시선을 통해 전개된다. 권 교수는 "공식 기록이 남지 않은 빈칸을 합리적 허구로 메웠다"며 사실과 동떨어진 상상으로 흐르지 않도록 경계했다. 이상의 출생부터 도쿄에서의 죽음까지 가까이 있었던 구본웅을 서술자로 세워, 기록의 공백을 인물의 시각으로 재구성했다. 이상의 필명이 구본웅이 선물한 '오얏나무(李) 화구 상자(箱)'에서 비롯됐다는 대목도 이같은 장치 속에서 풀어낸다.
권 교수는 2007년 일본 동경대학 부속병원과 관할 경찰서를 찾아 이상의 사망 기록을 추적했지만, 일제강점기 조사 단계에서 사망했다는 이유로 공식 문서가 보존되지 않았다는 한계에 부딪혔다. 그는 학문적으로 더 나아갈 수 없는 지점에서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권영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23일 서울 종로구 만해사상실천선양회에서 열린 신간 '주피터 초상' 출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2.23. jhop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2/23/NISI20260223_0021182808_web.jpg?rnd=20260223114602)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권영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23일 서울 종로구 만해사상실천선양회에서 열린 신간 '주피터 초상' 출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2.23. [email protected]
일본어 시 '차팔시(車八氏)의 출발'에 대한 성적 은유 해석은 오독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한자 '구(九)'를 파자(破字)하여 '차(車)'와 '팔(八)'로 나눈 시각적 장치로, 화가 구본웅의 개인전을 축하하는 헌사라는 설명이다.
기생 금홍과의 관계 역시 데카당스(퇴폐주의)적 일탈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사랑으로 재해석했다.
권 교수는 "이상은 금홍을 본명 '연심'으로 불렀다"며 "그녀를 한 남자의 여자로 만들고 싶어했던 순정한 청년"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권영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23일 서울 종로구 만해사상실천선양회에서 열린 신간 '주피터 초상' 출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2.23. jhop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2/23/NISI20260223_0021182928_web.jpg?rnd=20260223114602)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권영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23일 서울 종로구 만해사상실천선양회에서 열린 신간 '주피터 초상' 출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2.23. [email protected]
소설적 형상화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초고를 읽은 제자들로부터 "평론가 권영민의 목소리가 너무 강하다"는 지적을 받은 그는 7차례나 원고를 고쳤다. 자신의 해석을 직접 제시하기보다 김기림 등 주변 인물의 대화를 통해 드러내는 방식으로 조정했다.
제목 '주피터 초상'은 김기림이 이상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시 '주피터 승천'에서 따왔다.
권 교수는 "이상이 한국 문학의 가장 빛나는 별(목성)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담았다"며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완벽하게 해석되지 않는 이상 문학의 진정한 매력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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