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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우방에도 통행권' 이란 갈라치기에…亞국가들, 잇단 호르무즈 밀약

등록 2026.04.07 16:46:55수정 2026.04.07 18: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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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인도·파키스탄 등 이란과 '직거래' 성공…미국 주도 봉쇄망 균열

트럼프 "중동 기름 안 써" 방관 속에 유가 폭등 아시아 국가들 '각자도생'

[호르무즈=AP/뉴시스]지난 11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코르파칸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의 모습. UAE 해군 함정이 화물선과 유조선 옆에서 순찰하고 있다. 2026.03.13.

[호르무즈=AP/뉴시스]지난 11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코르파칸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의 모습. UAE 해군 함정이 화물선과 유조선 옆에서 순찰하고 있다. 2026.03.13.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전쟁 위기 속에 에너지 고립을 우려한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을 배제하고 이란과 직접 협상해 선박 안전 통행권을 확보하는 '각자도생'에 나섰다.

7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필리핀, 인도,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등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최근 이란 당국으로부터 자국 국적 선박에 대한 통행 보장을 받아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하룻밤 새 끝내버리겠다"고 위협하며 7일 오후 8시(현지시간)를 협상 시한으로 못 박았지만, 우방국들은 미국의 군사적 보호를 기다리는 대신 이란과의 직접 외교를 선택한 것이다.

가장 먼저 나선 곳은 필리핀이다. 필리핀 외교부는 이란 측과 "매우 생산적인 전화 통화"를 마친 뒤 필리핀 국적선에 대해 "방해 없는 신속한 통과"를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석유의 98%를 중동에서 들여오는 필리핀은 전쟁 직후 유가가 2배 이상 뛰자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필리핀이 이란과 독자 행보를 걷는 것은 이례적이다.

파키스탄과 인도 역시 이란의 '안전 통행' 보장을 이끌어냈다. 파키스탄은 이미 선박 20척의 통과를 약속받았으며, 인도는 이란 대사관으로부터 "인도 친구들은 안전하니 걱정 말라"는 공개적 확답을 받았다. 중국 또한 이란 측과 조율을 마친 뒤 선박 3척을 해협에서 통과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이란 측에 별도의 통행료를 지불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일본 선박이 가스관을 통과한 사례 등 개별 합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관적 태도가 부추겼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은 더 이상 중동 석유가 필요 없다"며 에너지 수입국들이 직접 군함을 보내 길을 뚫어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결국 미국의 안보 우산이 불투명해지자 아시아 국가들이 생존을 위해 적대국인 이란과 손을 잡는 '기묘한 공조'가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미국의 우방이라도 전쟁에 직접 가담하지 않는 국가에는 통행권을 주는 '갈라치기'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미래는 이란과 오만이 결정한다"며 미국 주도의 질서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다. 미국이 시한폭탄 같은 최후통첩을 날리는 사이, 아시아 국가들은 이란과 '비밀 통로'를 뚫으며 미국 주도의 대이란 압박 전선은 사실상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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