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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명 사망' 아리셀 박순관 징역 15→4년 대폭 감형 이유는?

등록 2026.04.22 17:21:06수정 2026.04.22 18: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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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별로 비상구 설치하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비상구·비상통로 유지 의무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

항소심서 일부 혐의 무죄로 뒤집혀, 유족 합의도 전부 반영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화성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사진 오른쪽)이 28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장소인 수원남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2024.08.28. jtk@newsis.com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화성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사진 오른쪽)이 28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장소인 수원남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2024.08.28. [email protected]


[수원=뉴시스] 변근아 기자 =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관련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으로 크게 감형받았다.

일부 혐의가 무죄로 뒤집힌 데다 유족 모두와 합의한 점 등이 유리한 양형요소로 참작된 결과로 보인다.

수원고법 형사1부(재판장 신현일)는 22일 중대재해처벌법위반, 파견법위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이같이 선고했다.

또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의 아들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에게 징역 7년 및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 모두 1심 징역 15년의 절반도 되지 않는 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항소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박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나, 주위적 공소사실 중 비상구 설치 의무 등에 대해선 원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안전보건규칙 제17조는 위험물질 취급 작업장과 작업장이 있는 건축물 자체에 비상구를 설치할 것을 규정하고 있을 뿐 층별로 비상구를 설치하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이 사건 공장 3동 2층에 별도 비상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확장 해석"이라고 판시했다.

또 비상구 설치 의무가 없는 이상 비상구 및 비상통로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지해야 할 의무도 없어 이를 위반한 점을 유죄로 본 1심의 판단도 뒤집었다.

항소심은 "가사 비상구 설치 의무가 있다고 보더라도 원심이 지적한 비상구로 안전하게 향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가 있었고, 비상구 자체가 막혀있거나 주변 물건들로 이용에 제한이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며 "비상구 및 비상통로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수원=뉴시스] 양효원기자 = 23명 사망자를 낸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관련 1심에서 징역 15년을 받았던 박순관 대표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으로 대폭 감형받은 뒤 유족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4.22. hy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양효원기자 = 23명 사망자를 낸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관련 1심에서 징역 15년을 받았던 박순관 대표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으로 대폭 감형받은 뒤 유족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4.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일부 혐의가 무죄로 판단된 것에 더해 유족 전부와 합의한 사정이 전부 유리한 양형 요소로 반영된 점도 박 대표 등의 형이 줄어든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1심은 피고인들이 유족과 합의했다는 사정은 제한적으로만 양형 사유로 고려했다.

1심은 "기업가는 평소 기업 운영에 있어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에 온 힘을 쏟고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부분에는 비용을 최소화해 이윤을 극대화하다가 막상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막대한 자금력으로 유족과 합의를 시도하고, 유족은 생계유지를 위해 선택의 여지 없이 합의에 이르게 돼 기업가가 선처받게 되는 선례가 많다"며 "이러한 악순환을 뿌리 뽑지 않는 한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 발생률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합의를 양형에 제한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합의한 일부 피해자 유족이 처벌을 탄원하고 있으나 이를 이유로 합의를 양형에 제한적으로 반영할 경우 피고인이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소극적으로 하게 하거나 급기야는 이를 포기하게 만들어 오히려 피해자들의 실질적이고 충분한 피해회복을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기존에 사고가 발생한 부분이나 작업상 안전조치가 필요한 공정에 대해서는 구체적 안전조치를 해와 아리셀 사업장의 위험성을 외면하고 이익추구에만 몰두했다거나 안전조치를 완전히 방치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화재가 발생한 위치, 화재가 이례적으로 확산된 속도 등 화재의 특수성이 피해자들의 사상에 끼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러한 항소심 판단에 대해 유족 측은 크게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항소심 선고 직후 방청석에 앉아있던 유족들은 "우리 가족 살려내라", "사람 23명이 죽었는데 4년이 뭐냐"고 오열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신하나 변호사도 선고 후 취재진 앞에서 "23명이 사망한 사건에 징역 4년을 선고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왜 있는 것이냐"며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사실상 위헌 판단이다. 2심 재판부에 그러한 권한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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