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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 사고 나면 교사에 '삼중 책임'…"전담법 만들어야"

등록 2026.04.29 06:30:00수정 2026.04.29 06: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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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책임 안 지려고 좋은 기회 빼앗지 말아야"

교원단체 "법적 부담이 핵심…보호장치 마련"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는 '민사·형사·행정' 책임

"공적 책임으로 전환, 현장체험학습법 제정해야"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봄기운이 완연한 지난해 4월 9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 인근 도로에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무리지어 길을 건너고 있다. 2025.04.09.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봄기운이 완연한 지난해 4월 9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 인근 도로에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무리지어 길을 건너고 있다. 2025.04.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안전사고 책임 공방으로 위축된 현장체험학습과 관련해 "구더기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고 밝히자, 교원단체들은 교사의 업무 부담 해소와 법적·행정적 보호 방안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교사 개인에게 집중된 책임을 국가와 시스템의 공적 책임으로 전환하고 현장체험학습의 안정적 운영을 담보할 전담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단체 활동을 통해서 배우는 것도 있고, 현장 체험도 큰 학습인데, 이게 주로 혹시 안전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위험 또는 관리 책임을 부과당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걱정 때문에 이러는 경향이 있다"며 "단체 활동에 문제가 있으면 교정을 하고, 안전에 문제가 있으면 비용을 지원해 안전 요원을 충분히 보강을 하든지 시민들한테 자원봉사 요원을 부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책임 안 지려고 학생들한테 그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은 안 하는 게 좋겠다"며 최교진 교육부 장관에게 "각별히 좀 신경 써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교원단체들은 현장체험학습 위축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 자체는 환영하면서도 위축의 근본 원인을 보다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줄 제도적 개선이 먼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재명 대통령이 교육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장관에게 이를 시정하라는 요구를 한 것은 무척 반가운 소식"이라면서도 "대통령과 국회, 교육 당국이 현장체험학습 위축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고 있어 심히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학교 현장에서 현장체험학습이 위축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안전요원이나 자원봉사요원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책임을 안 지려 한다'는 말 뒤에 숨은 교사의 고통과 눈물을 정부와 교육 당국은 제대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지난 강원 현장 체험학습 사고 판결에서 보듯 예측 불가능하고 고의가 아닌 안전사고에 대해서도 교사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현실이 교사들을 교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대통령이 언급한 안전 인력 보강이나 비용 지원은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사고 발생 시 모든 법적 책임을 교사 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체험 학습 정상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학교 현장에서 현장체험학습 기획 단계부터 수많은 민원에 노출될 뿐 아니라  사고 발생 시 민사상·형사상 책임이 교사 개인에게 집중되는 고위험 업무"라며 "국가가 책임지는 안전 체계와 교원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교사의 교육활동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조건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교육부는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 면책을 강화하고, 체험학습 업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방안을 시도교육청과 함께 마련하고 있다"며 "5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전사고 발생 시 '삼중 책임'…학교안전법 모호해 실효성↓

최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안전하고 교육적인 현장체험학습 운영·지원을 위한 법적 제도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현장체험학습 중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교사는 민사·형사·행정적 책임을 동시에 질 수 있다. 세 유형의 책임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아 하나의 사고에 중복 적용돼, 교사가 다층적인 법적 부담을 지게 되는 구조다.

피해 학생과 학부모는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교사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인정될 경우 배상 책임이 부과된다. 형사 책임도 피해 갈 수 없다.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해 학생 사망으로 이어질 경우 업무상과실치상·치사죄가 주로 적용된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춘천지법(형사1단독 신동일 판사)은 2022년 속초 현장체험학습 중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주차장에서 차량에 치여 숨진 사고와 관련해 인솔 교사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적용,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올해 1월에는 광주지법 목포지원(형사3단독 최형준 부장판사)이 2023년 전남 목포에서 현장체험활동 중 특수교육 학생이 인근 선착장 앞 바다에 빠져 숨진 사고에서 인솔 교사들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해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사고 발생 시 행정적 징계도 뒤따른다. 사안의 경중에 따라 경고에서 해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의 조치가 내려진다.

사고 발생 시 면책 기준을 명확히 하고자 지난해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학교안전법)을 개정했지만 모호한 규정 탓에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안은 학교장·교직원 등이 '안전사고 관리 지침에 따라 안전조치의무를 다한 경우에는 학교안전사고에 대하여 민사상·형사상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는데, 정작 안전조치의무의 구체적 기준이 모호해 그 적절성을 판단하는 부담까지 고스란히 교사에게 전가되는 실정이다.

현장체험학습 전후로 교사가 감당해야 하는 행정 부담도 만만치 않다. 여행자 보험 및 학교안전공제회를 통한 치료비 처리, 안전요원 배치를 위한 행정 절차, 사전 컨설팅 관련 업무 등이 모두 교사 몫이다. 귀교 후에는 사후 처리 업무까지 더해진다.

'공적 책임' 전환해야…'현장체험학습법' 제정 필요

연구진은 근본적 해결을 위해 교사 개인의 책임 문제에서 벗어나 교육 공동체 전체가 참여하는 '시스템적 안전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교사뿐 아니라 학교 관리자, 교육청, 외부 위탁기관 등 관련 주체의 역할과 책임을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해 책임을 분산·체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활동 유형·장소별 위험 요소를 분석한 국가 수준의 표준 안전 매뉴얼 개발·보급, 그리고 법률 자문·안전 컨설팅·행정 지원을 아우르는 통합 지원 체계 마련도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전담 법률 제정도 제안됐다. 연구진은 "현재의 초·중등교육법, 학교안전법은 사후 보상이나 선언적 규정에 치우쳐 있어 사전 예방과 실질적 운영 지원(인력, 예산, 전문기관)을 포괄하지 못한다"며 "보조인력 배치, 전문기관 설립, 외부 프로그램 인증 의무화, 구체적 면책 기준 등을 아우르는 특별법 성격의 '현장체험학습 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연구진은 5년간의 3단계 중장기 로드맵도 제시했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이어지는 1단계 '기반 조성' 단계에서는 관련 법률 제정과 시도 조례 정비로 법적 근거를 확립하고, 3개 시도교육청을 선정해 '현장학습 지원 센터'를 시범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2028~2029년 2단계 '확산 및 정착' 시기에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지원센터 설치를 완료하고 교육안전 보조인력 풀을 구축하는 한편, 체험처 통합 안전 정보망과 전문기관 등록제도를 본격 시행하는 내용이 담겼다. 2030년 이후 3단계 '고도화기'에는 축적된 사고 데이터와 위험도 평가 DB를 바탕으로 AI 기반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 데이터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와 성숙한 체험 문화를 정착시킨다는 구상이다.

연구진은 "제도적 측면에서 안전관리의 패러다임을 ‘개인 책임’에서 ‘국가 및 시스템의 공적 책임’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명확한 책임 소재 규명과 보험·공제 제도의 연계는 사고 발생 후 반복되던 학교와 학부모 간의 소모적인 법적 분쟁을 최소화해 학교 안전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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