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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하온, 자신과 투쟁서 얻은 詩적인 승리 "전부 다 흘러갑니다"

등록 2026.05.0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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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쇼미12' 우승자…'고등래퍼2' 이후 8년 만

"랩은 스포츠이고 (재밌고), 금메달은 기분 좋다! (재밌다!)"

"힙합 본질은 '즐거움'…인터넷 바보들 눈치가 敵"

[서울=뉴시스] 김하온. (사진 = KC 제공) 2026.05.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하온. (사진 = KC 제공) 2026.05.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소년이 쏘아 올린 순수했던 '비행(붕붕)'의 궤적은, 기어코 가장 소란스럽고 치열한 '야차의 세계' 정중앙에 비장하면서도 우아하게 연착륙했다.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 '쇼미더머니 12'(쇼미 12)의 거대한 왕관을 머리에 얹은 래퍼 김하온(26·HAON)의 서사는 단순히 한 힙합 서바이벌의 우승기(記)로 요약되지 않는다. 그것은 경쟁의 굴레 앞에서도 끝내 자신의 고유한 성소(聖所)를 지켜낸, 한 청년의 '정확한 투쟁'에 관한 기록이다.

2018년 엠넷 '고등래퍼2' 이후 8년 만에 힙합 서바이벌에서 또 우승했다. 과거 타인과의 경쟁이 사람을 화나게 한다며 승패의 이분법을 초월하려던 10대의 명상가는, 이제 20대의 청년이 돼 기꺼이 치열한 게임의 법칙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이 지독한 생존극을 통과하면서도 자신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고독을 회피하는 대신 "지독한 고독을 껴안으며 보석보다 더 빛나게 되는 역설"을 몸소 증명해 냈고, 과거와 미래라는 관념의 말장난을 걷어낸 채 오직 '찰나'로 명멸하는 현재의 호흡(숨)에만 집중했다.

성숙이란 어쩌면 세계로부터 상처받지 않는 무균의 상태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하강과 상승, 기쁨과 슬픔 모두를 기꺼이 끌어안고 그 무게를 견뎌내는 훈련일지도 모른다. 두 번째 왕관의 압도적인 무게를 두고 "삶의 일부이자 웨이트 트레이닝"이라 명명하는 그의 태도에는, 생의 불가피한 고통과 비루함마저도 예술의 질료로 삼겠다는 결연한 미학이 배어 있다. 억압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그가 파이널 무대에 올렸던 '킹스 갬빗(King's gambit)'은, 타인을 찌르기 위한 칼날이 아니라 오직 자신을 더 먼 곳으로 데려가기 위한 정교한 희생이자 조율이었다.

이제 맹목적으로 바람에 몸을 맡기던 소년 '트래블러'는, 자신이 어디로 향하는지 정확히 아는 단단한 항해사가 됐다. 모든 것이 찰나에 생멸하는 세계 속에서도 영원의 밤하늘에 뜬 '우주의 이정표(별)'를 바라보며 걷는 이 젊은 구도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꽤나 경이로운 체험이다.

세상의 문법을 따르지 않고 기어코 바다로 흘러든 김하온이 남긴 문장들을 전한다. 서면을 통해 전한 우문이 랩이자 시(詩) 같은 현답으로 돌아왔다. 그가 힙합이라는 아득한 외줄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그러나 끝내 눈부시게 건져 올린 진리의 파편들이다.

-10대의 하온 씨가 '고등래퍼2'에서 발견한 것이 세상을 향한 순수한 '비행(붕붕)'이었는데, 20대의 성인이 돼 '쇼미더머니 12'라는 야차의세계에서 쟁취한 두 번째 왕관은 어떤 무게로 남았나요? 두 번의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의 미학적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 무게를 견디기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풍경은 하강도 상승도 아닌 삶의 일부기에, 즐긴 다음 그저 나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과거 "경쟁이 사람을 화나게 한다"며 승패를 초월하려 했던 소년은, 성인이 돼 다시 뛰어든 가장 치열한 생존 게임에서 기어코 스스로를 증명해 냈습니다. 이 치열한 과정은 하온 씨의 오랜 평화주의적 철학에 어떤 균열, 혹은 새로운 진리를 가져다줬나요?
 
"랩은 스포츠이고 (재밌고), 금메달은 기분 좋다! (재밌다!)"
 
-파이널 무대 직후 부모님을 향해 "18살 자퇴할 때부터 믿어주셔서 감사하다"며 건넨 꽃다발은 단순한 감사를 넘어, 불안했던 과거의 자신과 비로소 완벽한 화해를 이룬 문학적 결말처럼 보였습니다. 그 순간 내면의 성소에서는 어떤 파동이 일었는지요?

"'이 순간 인식되는 모든 것들이 감사하다.'라는 진동이었죠."
[서울=뉴시스] '쇼미더머니 12' 우승 김하온. (사진 = 엠넷 제공) 2026.05.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쇼미더머니 12' 우승 김하온. (사진 = 엠넷 제공) 2026.05.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스스로를 '트래블러(여행자)'라 칭하던 소년이 어느덧 한국 힙합 신의 최정상이라는 거대한 좌표가 됐습니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바람에 몸을 맡기던 하온 씨는 이제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나요?
 
"네, 정확히 제가 원하는 미래로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젠 그 과정마저 즐거워지고 있습니다."

-'틱톡'에 흐르는 시간에 대한 감각을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과거와 미래는 말장난일 뿐, 현재밖에 없다'고 확언했던 하온 씨에게, 지코·크러쉬 프로듀서와 함께 호흡하며 차트 최상위권에 머물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은 찰나의 연속으로 느끼시는지, 혹은 영원의 변주로 체감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찰나이고 앞으로도 찰나일 것입니다. 전부 다 흘러갑니다."
 
-육체의 '숨'이 생존을 위한 본능이라면, 무대 위에서 래퍼가 내뱉는 '숨'은 존재의 증명일 것입니다. 평소 명상 속 고요한 들숨과 날숨은 가장 소란스러운 경연의 한가운데서 하온 씨의 언어와 호흡을 어떻게 조율해줬나요?
 
"숨은 내가 가고 싶은 만큼 멀리 갈 수 있도록(랩을 길게 내뱉을 수 있도록) 내 폐에 남아줍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세미파이널 진출자 중 유일하게 피처링 없이 홀로 '온 투 더 넥스트' 무대를 채우셨습니다. '피처링 금목걸이처럼 필요 없어'라는 선언은, 타인의 조력 없이도 온전할 수 있다는 자아의 완성인가요, 아니면 지독한 고독을 기꺼이 껴안겠다는 구도자의 결단인가요?
 
"너무 좋은 질문인 게 둘 다 인 것 같습니다. 지독한 고독을 껴안으며 보석보다 더 빛나게 되는 역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을 향해 걷는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과거의 자신과 결별함을 의미합니다. 홀로 무대에 서서 다음 단계를 노래했을 때, 대중이 기억하는 과거의 맑은 '하온'과 이별하고 온전한 '노아(NOAH)'(HAON을 뒤집은 얼터 에고)로 거듭난 것이라 봐도 될까요?
 
"모든 것은 찰나 생멸합니다. 모든 것은 변하지만, 그것을 인식하는 '나'는 하나입니다. 거듭날 수 있어도 그것이 다른 무언가일 수는 없습니다. 나는 그냥 나예요."
[서울=뉴시스] 김하온. (사진 = KC 제공) 2026.05.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하온. (사진 = KC 제공) 2026.05.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체스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기물을 희생하는 '킹스 갬빗'을 파이널 무대('R.I.L + King's gambit')에 올리셨습니다. 우승이라는 완벽한체크메이트를 거머쥐기 위해, 이번 여정에서 기꺼이 희생하거나 덜어낸 삶의 파편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체스에 희생 없는 플레이는 없습니다. 결국 무엇을 잃고(내주고) 무엇을 얻을 거냐인데, 시간과 노력, 관심, 에너지 등을 좀 내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순간만이 저의 시나리오에 있었다'는 결승 직후의 고백은 지독한 운명론으로도, 극단적인 자기 확신으로도 들립니다. 하온 씨의 삶은 이미 쓰인 시나리오를 읽어가는 숙명에 가까운가요, 아니면 매 순간 문장을 새롭게 고쳐 쓰는 작필의 투쟁에 가까운가요?
 
"무조건 우승한다는 각오가 처음부터 있었습니다. 나의 삶은 신이 다시 읽어내리며 상상해 보는 신이 써놓은 시나리오입니다."
 
-결승 무대에서 오랜 친구 빈첸과 조우했습니다. 과거 '바코드'에서 빛과 그림자로 대비됐던 두 분이 다시 섞여 든 이 무대는, 빛과 어둠의 이원론을 뛰어넘어 서로를 긍정하는 완전한 합일의 미학으로 봐도 무방할까요?
 
"더욱 확실해진 선들이 맞대져 생기는 음과 양의 조화입니다."
 
-예전 인터뷰에서 분노, 후회, 슬픔 같은 감정도 예술을 위한 '물감'이라 표현하셨습니다. 3만6000명의 지원자를 뚫고 '쇼미 12'를 통과하며 새롭게 조색된 하온 씨의 팔레트에서, 지금 가장 짙고 선명한 색깔은 무엇이라 이름 붙일 수 있을까요?
[서울=뉴시스] 김하온. (사진 = KC 제공) 2026.05.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하온. (사진 = KC 제공) 2026.05.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돈 색깔 ㅎㅎ"
 
-제도를 벗어나 하이어뮤직을 거쳐, 식케이(Sik-K) 씨가 이끄는 KC 레이블이라는 새로운 공동체에 안착하셨습니다. 기존의 문법을 거부하고 '다르게 해보자'는 이 연대 안에서, 하온 씨가 늘 갈망하던 '자유'는 어떤 새로운 형태를 띠게 됐나요?
 
"아주 유연합니다. 바다에 넣어 놓으면 구분도 못 하실 겁니다."

-묵묵히 자신의 내면을 파고들던 하온 씨에게, KC 레이블의 컴필레이션 앨범 작업이나 타 프로듀서와의 합작 등 '세계와 조율하는 과정'은 내면의 성소를 넓히는 일인가요,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낯선 외줄 타기로 다가오나요?
 
"낯선 외줄타기의 경험은 내면의 성소를 넓힐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죽지만 않는다면요! 제 생각에 우주가 끝없이 팽창하듯 저의 내면도 그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새로운 경험은 그것을 촉진합니다."

-오는 31일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릴 '쇼미더머니12 콘서트' 무대는 경연의 압박감이 완전히 휘발된 순수한 축제입니다. 투쟁이 끝난 자리에 남은 관객들의 환호는, 하온 씨에게 올바른 이정표를세웠다는 확신을 주나요, 아니면 또 다른 비행을 위한 거대한 바람이될까요?
 
"에너지, 환호는 아주 순수한 에너지입니다."
 
-"모두에게 날개가 있지만 달리느라 땅에 끌리고 있다"던 과거의 통찰은 여전히 유효한가요? 하온 씨의 무대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지친 이들의 상처를 덮어주는 위로의 진통제일까요, 아니면 숨겨진 날개를 펼치게 만드는 각성제일까요?
 
"몇 날개는 새로운 날개를 돋게 하려고 갈려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저의 무대와 음악이 누군가에게 진통이 된다면 그건 정말 기쁜 일입니다."
[서울=뉴시스] 김하온. (사진 = KC 제공) 2026.05.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하온. (사진 = KC 제공) 2026.05.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산업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두 번의 서바이벌 우승과 음원 차트 장악은 한국 힙합 신의 세대교체를 알리는 거대한 마일스톤입니다. 혹여나 이러한 시대적 상징성이나 타이틀이 하온 씨의 자유로운 음악적 행보에 무거운 족쇄로 느껴지지는 않으신지요?

"족쇄보단 묵직하니 멋있는 보석 같고요, 제가 앞으로 가야 할 길에 지장을 주지는 않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겠습니다."
 
-이번 승리는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긴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과 억압에 잠식 당하지 않으려는 자신과의 투쟁에서 얻어낸 시적인 승리로 읽힙니다. 하온 씨도 이러한 시선에 동의하시나요?
 
"투쟁과 시적인 승리라는 표현들이 마음에 드네요."
 
-결국 힙합의 본질이 '자유와 저항'이라면, 1억 원의 상금과 힙합 신의 명예를 거머쥔 현재의 김하온이 앞으로 저항해야 할 가장 거대한 적(敵)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저는 힙합의 본질은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제가 저항해야 할 적은 인터넷 바보들이 저에게 주는 눈치입니다."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글자가 없는 표지판'이 되고 싶다던 과거의 바람은 이미 이뤄졌습니다. 그렇다면 수많은 이들의 이정표가 된 하온 씨는 불면의 밤에 길을 잃을 때 누구의 이정표를 바라보며 걷고 계시는지요?
 
"우주의 이정표, 별"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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