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도, 무료배송도 아니다…더현대 하이, 온라인 생존법은 '취향'
라 그랑드 에피세리·AI 헤이디 앞세워 '발견형 쇼핑' 실험
가입자 40만명 몰렸지만 콘텐츠 경쟁력은 향후 과제로

현대백화점이 기존 공식 온라인몰 '더현대닷컴'과 식품 전문 온라인몰 '현대식품관 투홈'을 통합, 새로운 형태의 프리미엄 큐레이션 전문몰 '더현대 하이(Hi)를 내달 6일 오픈한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동효정 기자 = 쿠팡은 배송, 네이버는 검색, 컬리는 신선식품으로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이 각자의 강점을 구축한 가운데 현대백화점은 온라인몰 '더현대 하이'를 열며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최저가도, 무료배송도 아닌 '취향'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문을 연 '더현대 하이'는 상품 검색과 가격 비교 중심의 기존 온라인몰과 다르게 할인 행사와 특가 상품 대신 취향에 맞는 상품과 콘텐츠를 발견하는 경험을 전면에 내세웠다.
성과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더현대 하이는 출범 50일 만에 신규 가입 회원 40만명을 확보했다. 기존 더현대닷컴과 현대식품관 투홈 대비 6배 수준이다. 누적 이용객은 약 900만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신규 가입 고객 가운데 실제 구매로 이어진 비중도 30% 수준으로 기존 대비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미 포화 상태에 접어든 이커머스 시장에서 현대백화점이 가격 등의 정면 승부보다 차별화 전략을 택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과 네이버, 컬리 등 선두 사업자들이 배송과 검색, 특정 카테고리 경쟁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백화점 본연의 강점인 큐레이션 역량을 온라인으로 확장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더현대하이 내 라 그랑드 에피세리. (사진=더현대하이 앱)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6/02/NISI20260602_0002150867_web.jpg?rnd=20260602095813)
[서울=뉴시스] 더현대하이 내 라 그랑드 에피세리. (사진=더현대하이 앱) *재판매 및 DB 금지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식품관이다.
현대백화점은 프랑스 파리 봉마르쉐의 프리미엄 식품관 '라 그랑드 에피세리'를 국내 온라인몰 최초로 전문관 형태로 선보였다. 현대백화점 식품관 바이어가 선별한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위대한 생산자', 유명 셰프 및 맛집 협업 밀키트를 모은 '테이스티 테이블'도 함께 운영한다.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라 그랑드 에피세리 전문관은 전체 방문 고객의 절반 가까이가 찾았고 매출은 목표 대비 3배 이상을 기록했다. 프랑스 여행 기념품으로 알려진 트러플 감자칩과 밤잼 등 일부 상품은 론칭 일주일 만에 준비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해외 식품 판매 이상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수많은 상품을 늘어놓는 방식 대신 백화점 바이어가 선별한 상품을 제안하는 방식이 온라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취향을 보여주는 방식도 독특하다.
더현대 하이의 '아이콘샵'에서는 배우 이이담, 아트디렉터 김지현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직접 사용하는 제품과 함께 삶의 방식을 소개한다. 상품 자체보다 이를 사용하는 사람의 취향과 가치관에 주목하도록 설계한 공간이다.
백화점이 오랫동안 강점으로 내세워 온 큐레이션 기능을 디지털 콘텐츠 형태로 확장한 사례로도 해석된다. 상품을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제안하는 방식이다.
![[서울=뉴시스] AI 헤이디의 선물 추천 이유. (사진=더현대하이 앱)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6/02/NISI20260602_0002150874_web.jpg?rnd=20260602100130)
[서울=뉴시스] AI 헤이디의 선물 추천 이유. (사진=더현대하이 앱) *재판매 및 DB 금지
인공지능(AI) 활용 방식도 기존 온라인몰과는 다르다.
기자가 직접 생성형 AI 기반 선물 추천 서비스 'AI 헤이디'를 이용해보니 단순 상품 추천을 넘어 이용자의 취향을 해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평소 파스타 요리를 즐기고 유튜브로 새로운 레시피를 찾아보는 40대에게 전할 선물을 추천해 달라'고 입력하자 올리브오일과 파스타 플레이트, 조리도구 세트 등을 추천했다. 흥미로운 점은 추천 결과보다 이유였다.
AI는 "새로운 레시피를 시도하는 사람에게 플레이팅은 중요한 요소"라거나 "특별한 재료 하나만 더해도 주방 시간이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는 설명을 함께 제시했다. 가족 구성과 자녀 유무를 입력했을 때는 제철 과일과 청매실 등을 추천하며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활용법도 안내했다.
기존 이커머스의 선물 추천 서비스가 가격대나 카테고리별 상품을 모아 보여주는 수준이었다면 AI 헤이디는 생활 패턴과 관심사를 분석해 추천 이유까지 설명하는 방식에 가깝다.
업계에서는 더현대 하이가 가격 경쟁보다 큐레이션과 콘텐츠, 개인화 추천에 무게를 둔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출시 초기 흥행이 재구매와 충성 고객 확보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얼마나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느냐가 더현대 하이가 내세우는 취향 커머스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가격과 배송 경쟁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졌다"며 "더현대 하이는 백화점이 가장 잘하는 상품 선별과 큐레이션 역량을 AI와 결합해 온라인으로 확장한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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