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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억달러 넘게 엔화 방어했지만…1달러=162엔, 日정부 또 개입 경고

등록 2026.07.01 05:00:00수정 2026.07.01 0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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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 1986년 이후 최저…日재무상 "필요하면 언제든 조치"

올해 700억달러 넘게 방어했지만 엔저 지속…추가 엔화 매입 가능성 커져

[도쿄=AP/뉴시스]2023년 3월 도쿄 긴자 쇼핑가 일대 모습.2024.03.25.

[도쿄=AP/뉴시스]2023년 3월 도쿄 긴자 쇼핑가 일대 모습.2024.03.25.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달러당 엔화 환율이 1986년 이후 최저 수준인 162엔대까지 올랐다. 엔화 가치가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밀리자 일본 정부는 또다시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일본 정부가 올해 7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투입해 엔화 방어에 나섰지만 엔저 흐름을 막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엔저라도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일본 쇼핑 특수가 됐지만, 일본 가계에는 수입물가 상승과 해외여행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체감하는 엔저 효과는 도쿄 쇼핑 현장에서 바로 드러난다. 뉴욕에 사는 존 캐러마이클은 도쿄 고급 쇼핑가 긴자에서 12만엔짜리 세이코 시계를 샀다. 달러로 환산하면 약 740달러로, 미국에서 샀다면 1000달러 안팎을 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캐러마이클은 “이제 뉴욕에서는 쇼핑을 많이 하지 않는다”며 “일본에 올 것을 알고 있어 달러를 모아뒀다가 고가 상품은 이곳에서 산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인 아내와 2019년부터 일본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왔다.

WSJ에 따르면 30일 달러당 엔화 환율은 162엔을 웃돌았다. 엔화 가치는 1986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중개업체 털릿프레본 자료에 따르면 엔화 가치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약 3.5% 하락했고, 최근 3년 동안으로 보면 하락 폭은 11%를 넘는다.

엔화가 더 떨어지자 외환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의 추가 개입을 둘러싼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들어 7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으로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며 엔화 방어에 나선 바 있다.

[서울=뉴시스] 최근 일본 관료사회에서는 승진 후 연봉이 줄어드는 '연봉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유토이미지)

[서울=뉴시스] 최근 일본 관료사회에서는 승진 후 연봉이 줄어드는 '연봉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유토이미지)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30일 기자회견에서 “재무성과 일본은행은 필요할 경우 언제든 통화와 관련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와의 논의에서도 엔화 하락을 막기 위한 “단호한 조치”가 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엔화 약세의 배경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재정 확대 기조에 대한 불안과 일본은행의 더딘 금리 인상 속도가 겹쳐 있다. 시장에서는 재정 확대가 일본의 국가부채 부담을 키우고, 일본은행의 더딘 금리 인상이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엔화만 약세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이란 전쟁과 케빈 워시 신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도 달러 강세를 키웠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야마구치 노리히로 일본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것은 단순히 엔화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대체로 약한 엔화를 선호해 왔다. 엔저는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일본 다국적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엔화로 환산할 때 더 크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저는 일본 내 물가 상승도 부추기고 있다. 일본은 최근 30년 가까이 이어진 저물가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지만, 엔화 약세로 수입품 가격과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중동 정세 악화로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일본에서 쓰레기봉투 품귀 현상이 확산했다. 사진은 2024년 5월9일 일본 도쿄의 한 슈퍼마켓에 파스코 시키시마의 빵 제품이 진열돼 있는 모습. 2026.05.21.

[도쿄=AP/뉴시스] 중동 정세 악화로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일본에서 쓰레기봉투 품귀 현상이 확산했다. 사진은 2024년 5월9일 일본 도쿄의 한 슈퍼마켓에 파스코 시키시마의 빵 제품이 진열돼 있는 모습. 2026.05.21.

도쿄 시민 하치라 오사무는 “생필품 가격에서는 엔저 영향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엔저 때문에 가족과 해외여행을 가기보다 일본 국내 여행을 택하게 됐다며 “예전처럼 해외에 나가 마음껏 쓸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에게 엔저는 호재다. 베이징에서 결혼식에 참석한 뒤 도쿄를 찾은 미국 관광객 레이철 어윈, 올리비아 어윈, 케오니 가비노는 오니쓰카타이거 운동화 등 패션 상품을 미국보다 훨씬 싸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레이철 어윈은 “환율 덕분에 여행 예산에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당국이 엔화 가치를 급격히 끌어올리기보다 추가 하락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본다. 브래드 셋서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일본 재무성이 수입품, 특히 에너지 가격이 너무 빠르게 오르는 것을 막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도쿄 긴자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노구치 유지는 엔저의 수혜와 부담을 동시에 겪는 사례다. 그는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미국 주가가 오른 데다 엔저 효과까지 겹치면서 엔화 기준 투자수익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역시 관광객 유입으로 일본의 유명 스키 리조트가 갈수록 비싸지고 있다며 “나는 운이 좋은 편일지 모른다. 하지만 물가와 생활수준을 생각하면 정말 운이 좋은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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