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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가족 사건' 수사 체계 손 본다…'상피제' 실효성 시험대

등록 2026.07.19 08:00:00

경찰 가족 사건 다른 관서 이송…상피제 추진

경찰, 봐주기 수사·유착 가능성 원천 차단 의도

전문가 "사건 이송 기준·정보통제 함께 제도화"

[전남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 등을 받는 장윤기(23)가 지난 5월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 송치를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2026.05.14. lhh@newsis.com

[전남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 등을 받는 장윤기(23)가 지난 5월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 송치를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2026.05.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다솜 신유림 기자 =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 피의자 장윤기(23)의 부친이 현직 경찰관 신분으로 수사 상황을 전달받고 증거를 폐기한 혐의까지 받으면서 경찰 내부의 이해충돌 관리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경찰은 직계 가족이 사건 관계인일 경우 다른 경찰서나 시·도경찰청이 수사하는 '상피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사건 이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수사 정보 유출을 막을 내부 통제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부친 장모 경감의 피의자 전환과 입건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현직 경찰관인 장 경감은 범행 직후 장윤기의 자취방을 찾아 성인용 인형(리얼돌)과 휴대전화를 폐기하고 범행 차량에 있던 케이블타이를 숨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 증거를 인멸하도록 도운 장윤기 사건 수사팀장 박 경감은 초동 수사에서 비위 행위를 저지른 의혹으로 증거은닉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돼 구속 송치됐다.

박 경감은 지난 16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사건 수사의 정당성이 의심받게 된 데 대해 자책하고 있다"며 "장윤기를 강간살인 혐의로 적극 의율하지 못한 점을 유족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피의자 부친이 광주 지역 경찰관이었음에도 같은 지역인 광주 광산경찰서가 수사하면서 내부 인맥을 통한 수사 정보 유출과 증거 인멸 의혹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경찰의 이해충돌 관리 체계 전반에 의문을 제기했다.

현행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직무 수행 과정에서 사적 이해관계가 있을 경우 이를 신고하고 직무를 회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피의자나 피해자가 현직 경찰관 또는 경찰 가족인 경우 사건을 해당 경찰서가 아닌 다른 경찰서나 시·도경찰청으로 의무적으로 이송하도록 하는 규정은 없다.

친족이나 인적 관계를 이유로 담당 수사관을 배제하거나 다른 수사팀으로 재배당하는 절차 역시 일선 경찰의 판단에 상당 부분 맡겨져 있는 실정이다.

경찰청도 제도 개선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경찰청은 최근 발표한 '경찰 내부 비리 근절 방안'에 경찰관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이 사건관계인일 경우 즉시 관서장과 시·도경찰청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상피제 도입 방침을 담았다.

시·도경찰청이 직접 수사·지휘하거나 다른 경찰서로 사건을 이송해 이해충돌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지역 연고에 따른 유착을 막기 위한 순환인사 확대 방안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는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A경감이 지난 8일 오전 전남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6.07.08. leeyj2578@newsis.com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는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A경감이 지난 8일 오전 전남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6.07.08. [email protected]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은 직계존비속이 사건 관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별도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었다"며 "앞으로는 사건을 다른 관서로 이송하거나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봐주기 수사나 유착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특정 경찰관의 일탈보다 제도적 허점이 드러난 사례라며 상피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상피제가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사건 이송 기준을 명확히 하고, 수사 정보 유출을 차단하는 내부 통제 장치까지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범죄수사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나 내부 기강 문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공직자나 경찰 가족이 연루된 사건은 사건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만큼 제도적으로 견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 가족 사건이 확인되면 상급기관이나 광역수사단이 원칙적으로 사건을 맡도록 하고 일선 경찰서 판단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사건을 이송하는 방향으로 제도화해야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상피제만으로는 정보 유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사건을 다른 경찰서로 보내는 것도 의미는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경찰 내부에서 수사 정보가 전달되지 않도록 통제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경찰 조직은 서로 연결돼 있어 사건을 다른 경찰서가 맡더라도 정보가 오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며 "불필요한 보고 라인을 차단하고, 수사 정보가 유출되면 전달한 사람과 전달 받은 사람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수사 기록 열람은 모두 로그가 남는 만큼 누가 정보를 조회했고 어떤 경로로 유출됐는지를 상시 점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정보를 유출하면 반드시 적발된다는 인식이 조직 내에 자리 잡아야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이번 사건은 경찰뿐 아니라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라며 "수사기관 전반의 이해충돌 관리와 정보 유출 방지 체계를 함께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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