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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KiiiKiii), 그제서야 우린 여름을 믿게 돼

등록 2026.08.22 15:50:39

미니 3집 '와이키키(WhyKiiiKiii)' 리뷰

[서울=뉴시스] 키키. (사진 =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8.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키키. (사진 =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8.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K-팝 문법에서 여름은 종종 청량함이라는 알리바이를 요구 받는다. 눈부신 태양과 쏟아지는 파도로 귀결되는 공식은 장르의 관습처럼 굳어졌다. 걸그룹 '키키(KiiiKiii)'는 미니 3집 '와이키키(WhyKiiiKiii)'로 이를 해체해 다면적인 시공간으로 재조립했다.

키키가 택한 질감은 2010년대라는 묘한 과도기다. K-팝의 역사 속에서 아직 완벽한 '레트로'로 대상화되지 않은 이 가까운 과거를, 키키는 미니홈피 등의 인터넷 문화와 길거리 풍경을 가져와 2026년의 문맥으로 소환한다. 소속사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의 매끈한 프로덕션 아래에 팀 단위로 움직이는 지유, 이솔, 수이, 하음, 키야 멤버들의 도화지 같은 흡수력 위로 2세대부터 4세대를 아우르는 K-팝의 도상들이 훌륭한 거푸집의 형태를 띠며 매끄럽게 교차한다.

타이틀곡 '팝 오프 팝 오프(Pop Off Pop Off)'는 201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케샤(Kesha)나 케이티 페리(Katy Perry) 류의 일렉트로닉 신스팝이 가진 폭발력을 고스란히 계승한다. 강렬한 신스와 셔플 댄스의 파편들이 튀어 오르는 이 한낮의 트랙은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가장 뜨겁고 낯선 에너지로 현세대의 증명하려는 시도다.

신(scene)의 경계를 허무는 인디펜던트 창작자들의 적극적인 협업은 앨범의 텍스트를 더욱 두텁게 만든다. 수민(SUMIN), 오메가사피엔, 에피(Effie), 릴체리(Lil Cherry) 등 개성 강한 뮤지션들과 이슬아 작가까지 가세해 다채로운 질감의 언어를 덧입혔다. 아침의 나른한 개안을 담은 '에버투레이트!(Ever2Late!)'부터 달고 신 감정의 모순을 포착한 '스위트 사워(SWEET SOUR)', 그리고 해 질 녘 푸르스름한 경계의 시간을 그리는 '블루 아워(Blue Hour)'까지. 하루 24시간의 동선은 여행, 떠남, 휴가 등을 녹여낸 콘셉트 앨범 안에서 완벽한 기승전결을 이룬다.
[서울=뉴시스] 키키. (사진 =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8.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키키. (사진 =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8.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앨범이 그려내는 여름의 심상은 묘하게 애틋하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2010년대의 어느 날을 닮았고, 동시에 지금 당장 눈앞에서 부서지고 있는 파도의 거품을 닮았다. 찰나는 유한하기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치열하게 긍정하고 온몸으로 살아낼 때 비로소 영원의 파편이 된다. 근과거의 대중문화와 현재의 감각이 충돌하는 이 매혹적인 환상 속에서, 키키는 계절 감각을 동화시킨다. 그제서야 우린 여름을 믿게 돼.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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