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신문 '압수·폐기' 학교…서울교육청 인권센터 "자유 침해"
등록 2026.09.11 07:00:00수정 2026.09.11 07:08:24
직권조사 약 10개월 만에 지난달 권고
"교육 목적 생활지도지만 비례원칙 반해"
"학생 제작 유인물 배포·게시 제한 중단"
피해학생 "신문 압수·폐기가 어떻게 교육"
![[고양=뉴시스]홍효식 기자 = 2020년 9월 21일 오후 경기 고양시 한 중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2020.09.21. yesphoto@newsis.com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10/NISI20260910_0002236126_web.jpg?rnd=20260910180045)
[고양=뉴시스]홍효식 기자 = 2020년 9월 21일 오후 경기 고양시 한 중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2020.09.21. [email protected]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학생 언론 '토끼풀'이 제작한 신문을 무단 압수·폐기한 학교의 조치가 학생의 의사 표현 자유를 침해했다는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센터의 판단이 나왔다. 학생인권센터는 해당 학교에 학생이 자율적으로 제작한 유인물이나 학교 외부 간행물에 대해 사전 허가 또는 이에 준하는 제한 행위를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학생인권센터가 재발 방지를 권고했지만, 피해 학생 측은 조사 과정에서 학교 측의 입장이 피해 학생들보다 더 많이 반영됐다는 점과 신문 압수·폐기가 교육적 목적의 생활지도로 인정된 부분에 관해 유감을 표했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시교육청 학생인권센터는 지난달 6일 토끼풀 신문을 압수 및 폐기한 신도중학교와 연신중학교에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신문을 교내외에 배포·비치·게시한 행위는 개인적 표현의 자유로써 아동권리협약, 서울학생인권조례 등에서 보장하고 있는 언론·출판의 자유에 해당한다"며 "학생이 자율적으로 제작한 유인물 및 학교 외부 간행물의 배포·비치·게시 등에 대한 사전 허가 또는 이에 준하는 제한 행위를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토끼풀은 전국 최대 규모의 청소년 주도 독립 언론으로, 서울 전역의 중·고등학생 기자 약 30명이 모여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해 신문을 편집·발행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신도중학교와 연신중학교는 토끼풀의 신문과 포스터가 사전 허가 없이 배포됐다는 이유로 이를 무단 압수했고, 해당 사건은 언론 보도를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이후 학생인권위원회가 학생인권옹호관에 직권 조사를 권고하면서 지난 10월 조사가 개시됐고, 조사 착수 후 약 10개월 만에 권고문이 나왔다. 학생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 속에서 수차례 보완된 끝에 나온 권고문이다.
직권 조사 과정에서 학생들은 "학교가 학생들이 외부에서 제작한 학생신문의 배포를 제한·압수·폐기하는 등 부적절한 방식으로 지도하고 있다"며 시교육청 차원의 일관된 기준 마련을 요청했다.
신도중학교 학생들은 학생 기자 모집 포스터를 부착하고 토끼풀 신문을 각 학급에 비치했는데, 학교장이 포스터를 수거하고 부장교사가 이를 회수·폐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신도중학교는 "교내 싸움동아리 모집이나 선거 직전 민감한 설문이 게시되는 등 외부 게시물을 둘러싼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부장 회의를 거쳐 정식 모집 절차와 결재를 밟고 담당교사와 주체가 분명한 동아리 등의 유인물에 한해 게시·배포하도록 결정해 이후 전체 학생에게 '게시물 부착 안내사항'을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신도중학교는 "2학년 부장교사가 토끼풀 소속 학생들에게 토끼풀 신문을 수거해 갈 것이고, 찾으러 오면 언제든지 돌려주겠다며 2학년 15개 교실에 배포된 신문을 수거했다"며 "6주 정도 보관하다가 찾으러 오지 않아 추석 이후 폐기했다"고 했다.
연신중학교 학생들은 관리자와 협의해 학교 도서관에 토끼풀 신문을 비치했으나, 지난해 10월 교장이 바뀐 뒤 교감으로부터 도서실 비치 및 배포가 불가하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연신중학교는 토끼풀 소속 학생이 교내 배포 허가를 요청했으나, 정치적 내용이 담겨 학교 및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고려해 학급 내 배포를 제한했다고 밝혔다.
해당 학교는 "교감이 학생 동의하에 향후 신문 배포와 관련해 토끼풀 신문에 대해 조언하는 몇몇의 교사가 신문의 내용을 사전 검토해 이상이 있다고 판단하면 도서관에 비치해서 원하는 학생만 보게 하고, 이상이 없다고 판단하면 교내에 배포하기로 했다"며 "새로운 학교장 부임 이후 2025년 10월 교감이 학생에게 학교 교육 활동 외의 외부 유인물을 학교에서 배포하거나 도서관에 비치하는 것을 허가할 수 없다고 알렸고 이에 학생도 별다른 이의 제기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토끼풀의 자유로운 언론 활동을 이해하지만 외부 유인물 처리의 비일관성으로 인한 민원 제기 가능성, 학교 내 교육활동 이외의 학생 활동에 대한 지도권과 관련된 갈등 및 민원 제기 가능성, 내용이 확인되지 않은 유인물에 학생들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보호자와 학생의 민원 제기 가능성 등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서울시교육청 신청사 개청식이 열린 4월 1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청 신청사 모습.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2026.04.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4/01/NISI20260401_0021231029_web.jpg?rnd=20260401174812)
[서울=뉴시스] 서울시교육청 신청사 개청식이 열린 4월 1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청 신청사 모습.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2026.04.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학생인권센터는 학교의 조치가 교육적 목적에서 출발한 생활지도였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학생의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제한의 절차와 범위가 충분히 정당화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학생인권센터는 "이 사안에서 학교의 제한 행위는 교내 게시물 관리, 교육활동의 안정성 확보, 학생 안전 및 갈등 예방이라는 측면에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상 교육적 목적에 기초한 생활지도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어떠한 실질적 위험성도 확인되지 않은 표현 활동을 학교 측이 주장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민원 제기 가능성' 등 학생 인권 침해의 가능성 또는 개연성만을 이유로 제한하는 행위는 비례원칙에 반한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학교의 학생생활규정에 교내 게시물 관련 내용이 전혀 규정돼 있지 않았고, '학교도서관진흥법' 및 '서울특별시교육청 장서의 교육과정 적합성 강화를 위한 학교도서관 장서관리 계획'에 따른 '유해성·정치적 중립성 등을 반영한 자체 자료선정 기준' 역시 별도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짚었다.
학생인권센터는 "제한하는 경우에는 명확한 근거와 절차를 갖춰야 한다"며 "그 제한 역시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범익의 균형성으로 구성되는 비례원칙에 비춰 엄격하게 정당화돼야 한다"고 했다.
학생인권센터는 신도중학교와 연신중학교에 학생이 자율적으로 제작한 유인물 및 학교 외부 간행물의 배포·비치·게시 등에 사전 허가 또는 이에 준하는 제한 행위를 중단하고, 전체 학생을 포함한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학생의 의사 표현 자유 등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학생생활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전 교직원과 전교생을 대상으로 학생인권 교육을 실시하고, 가정통신문 또는 학교 홈페이지 게시를 통해 권고문의 내용을 학생들에게 알릴 것을 함께 권고했다.
서울시교육감에게는 서울 관내 모든 중등학교를 대상으로 학생이 자율적으로 제작한 유인물 및 학교 외부 간행물의 배포·비치·게시 등에 사전 허가를 요구하거나 사전심사·검열 등 제한이 이뤄지고 있는지 학생생활규정과 운영 실태를 점검하라고 권고했다. 점검 결과를 토대로 학생의 의사 표현 자유와 자치활동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시행할 것, 학교 안팎의 학생 자치활동 범위와 보호 기준을 명확히 할 것 등도 함께 주문했다.
피해 학생인 문성호 토끼풀 편집장은 학생인권센터가 학교의 학생신문 무단 압수·폐기를 교육적 측면의 생활지도로 인정한 점에 유감을 표했다. 문 편집장은 "부장교사들로부터 허가를 받아 정당한 절차를 거쳐 배포한 신문들을 학교장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압수한 것이 어떻게 교육적 목적이 될 수 있는가"라며 "신문을 압수하는 행위는 상식적으로 교육적이지 않고 생활지도로 보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세 차례의 보완을 거쳐 완성된 권고문임에도 학생의 목소리가 여전히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 책임자가 정년 퇴임 등으로 교체된 뒤에야 권고가 나온 점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문 편집장은 "학생들의 입장을 충분히 청취하지 않고 학교 측의 이야기만 많이 실은 것 같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1월, 2월, 7월 세 차례 보완됐음에도 불구하고 권고문이 여전히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객관적인 자료가 존재함에도 진술에만 의존해 의견 충돌로 판단하는 등 조사가 성실히 진행되지 않았다"며 "이 사건에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책임자들이 학교를 떠난 뒤에야 권고가 나와 후임자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문 편집장은 "너무 오래 지체돼 체념한 상태"라며 "권고 시점과 조사 수준을 미루어 보아 권고가 제대로 이행될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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