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약가인하 연기…'골든타임' 아직 남았다
등록 2026.09.11 11:01:00수정 2026.09.11 12:02:34
![[기자수첩]약가인하 연기…'골든타임' 아직 남았다](https://img1.newsis.com/2026/09/11/NISI20260911_0002236481_web.jpg?rnd=20260911101634)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기등재 의약품 약가인하 시행 시점이 내년 4월로 연기되면서 제약업계가 일단 한숨을 돌렸다. 당초 예정보다 시행 시기가 늦춰지면서 제약사들이 대응책을 마련할 시간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의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번 결정은 약가인하 자체가 유예된 것이 아니라 시행 시점만 늦춘 것이어서다.
약가인하 기준은 기존 53.55%에서 45%로 낮추는 것으로 확정됐으며, 업계가 그동안 요구해온 기준 시점 변경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약사들의 셈법은 벌써부터 복잡해졌다. 약가 인하가 매출과 수익성에 미칠 영향을 따지는 것과 함께 생산을 계속할 의약품과 생산 여부를 재검토할 의약품을 구분하고 있다.
영업 전략을 비롯한 인력·조직 효율화를 실시하고,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까지 다시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수익성이 나지 않는 품목을 정리할 것인지, 국가필수의약품 가산을 받도록 준비할 것인지 등 결정해야 할 부분이 산더미다.
국내 제약산업은 아직까지 제네릭(복제약)을 통해 확보한 수익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부 제약사들이 기술이전 등에 성공하며 성과를 내고 있으나, 글로벌 신약개발 기업으로 가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또 제약사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거나 신규 파이프라인의 수익화를 앞당기려면 상당한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다.
이에 약가인하는 제약산업에 큰 타격을 주는 제도다. 기초 체력을 지탱해 온 약가를 일괄적으로 깎으면서 도전을 주문하는 것은 산업 현장의 구조적 현실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정부의 고민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 재정과 국민의 부담을 고려하면 약가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부는 제약바이오 산업을 미래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만큼 정책적인 균형도 필요해 보인다. 당장의 약가 부담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약사의 연구개발 투자 여력이 줄고 신약개발 동력까지 꺾인다면 장기적으로 국민에게 돌아갈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제약업계도 이번 기회를 통해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제약업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며 시행 시기를 연기한 만큼 내부적으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약가인하에 따른 경영 부담을 호소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이번 유예 기간 동안 어떤 방식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혁신을 만들어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약가인하를 둘러싼 갈등의 핵심은 ‘얼마나 약가를 낮출 것인가’에만 있지 않다.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과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을 지키면서도 제약산업의 연구개발과 혁신 동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더 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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