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라소니' 조상구 "나이 들었다고 갱스터 못 하는 법 있나요?"
등록 2026.09.11 14:06:12
24년 전 '야인시대' 시라소니로 대중 사로잡았던 배우 조상구
최근 유튜브 '요즘 뭐해'로 동료 배우들과 재회하며 MC 활약
"알 파치노처럼 나이 들어도 묵직한 '노장 갱스터' 연기하고파"

조상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전재경 기자 = 2000년대 초반, 최고 시청률 57.1%를 기록하며 전국을 흔들었던 드라마 '야인시대'. 그 시절 '최고의 싸움꾼' 시라소니로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발산했던 배우 조상구가 최근 새로운 판을 깔았다. 유튜브 채널 '요즘 뭐해'를 통해 옛 동료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으며 MC로 활약 중이다.
오랜만에 인터뷰에 응한 그는 소탈하면서도 겸손했다. "내가 MC를 본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 지금도 그냥 좋아하는 후배, 동생들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첫마디였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 드라마 촬영 당시 60㎏대 초반의 날렵한 체구였던 그는 어느덧 70대에 들어서며 체중도 70kg대 중반으로 불었다. 날카롭던 눈매는 인자함으로 채워졌다. "살도 좀 붙고 머리도 빠지면서 나이가 드니 아무래도 예전의 팽팽함은 없지요. 24년 전 아닙니까. 느려진 게 맞습니다."
한때는 어디를 가나 따라붙는 '시라소니'라는 강렬한 이미지가 배우로서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70대가 된 지금, 그의 생각은 깊고 넓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 역할로만 기억되는 게 아쉬웠지만, 지금은 전혀 아닙니다. 나이 들어 돌아보니 나에게 그런 인생 캐릭터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문영철 역의 장세진, 김영태 역의 박영록 등 옛 동료들과의 우정도 더욱 돈독해졌다. 평소에도 자주 왕래하던 아우들이지만, 방송을 매개로 다시 모여 지나온 삶을 나누는 과정 자체가 그에게는 커다란 위로이자 즐거움이다.
촬영 당시를 돌아보며 그는 '김두한' 역을 맡았던 까마득한 대선배 배우 김영철에 대한 솔직한 마음도 털어놓았다. 단역 시절부터 '하늘처럼 느껴졌던 선배'였기에 기라성 같은 선배 앞에서 시라소니 특유의 압도적인 기세를 연기해야 했던 고충이 컸다.
"시라소니 역할을 맡다 보니 제가 인상도 쓰고, 지면 안 됐어요. 역할 자체가 더 압도적으로 누르는 역할이니까요. 마음속으로는 그런 게 되게 죄송했어요."
비록 촬영 이후 개인적인 연락을 나누진 못했지만, 그 단단한 존경심만큼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 "지금도 워낙 잘 나가시고 대단한 연기를 보여주시는 존경하는 형님입니다. 언제든 '상구야' 하고 불러주시면 당장이라도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조상구라는 배우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이력은 바로 '외화 번역가'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레옹' '타이타닉' 등 수많은 외화의 자막을 만든 주인공이 바로 그다.
그는 당시의 번역 작업을 "연기 공부의 연장선이었다"고 회상했다. "보통 번역가들은 영화를 두세 번 보지만, 저는 대사 하나를 놓고 20~30번씩 돌려봤습니다. 외국어가 제 안에서 한국어로 체화돼 나올 때까지 반복했지요. 알 파치노나 로버트 더 니로가 마치 직접 한국어로 말하는 것처럼 들리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과거 세로 자막 시절, 엄격한 글자 수 제한(한 줄에 7자 안팎) 속에서 대사의 템포와 캐릭터의 성격을 살려내기 위해 밤을 지새웠던 경험은 배우 조상구의 문학적·연기적 내공을 한층 깊게 만들어준 자양분이 됐다.
최근 몇몇 작품에 특별출연하며 연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그는 여전히 가슴속에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다. 단순히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일편단심 '할아버지'나 '노인' 역할에만 갇히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의 단호한 연기 소신이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가 연기했던 퇴역 군인 역할이나, '영웅본색'의 주윤발 같은 분위기를 지금 나이에서도 충분히 낼 수 있다고 봅니다. 나이 들었다고 갱스터 연기나 강렬한 성격파 연기를 못 한다는 법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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