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사랑' 어떤 영화…해고노동자와 사랑, 시대의 필연성
등록 2026.09.13 07:43:19
이창동 감독 7번째 장편작 '가능한 사랑'
83회 베네치아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받아
해고노동자 부부와 다큐 감독 부부 담아
"영화가 해야만 하는 일에 관한 질문해"
"대기업 해고노동자 이야기 필연성 느껴"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올해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 '가능한 사랑'은 해고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의 남편,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을 마주하고 숨겨졌던 욕망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설경구가 해고노동자 '호석'을, 전도연이 호석의 아내 '미옥'을, 조여정이 다큐멘터리 연출가 '예지'를, 조인성이 예지 남편 '상우'를 연기했다. 이 감독은 이 영화 각본을 오정미 작가와 함께 썼다.
요약된 스토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이 감독 전작들이 그랬던 것처럼 계층과 처지가 다른 두 부부를 양축에 놓고 정치적·사회적·역사적 그리고 윤리적 층위에서 인간과 시대를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지난 6일 베네치아에서 최초 공개 된 뒤 "경제적·정서적 불안을 파고드는 강렬한 성찰이다. 노동의 트라우마와 존엄성 상실, 계급적 선망을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깊은 휴머니즘으로 엮었다"(할리우드리포터) "섬세하게 조율된 연출과 아름다운 연기, 소설적인 결이 돋보이는 작품"(가디언) 등 평가가 나온 것도 이 영화가 어떤 작품인지 추측케 한다.
이 감독은 12일 열린 폐막식에서 상을 받기 위해 무대에 올라 "노동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그리고 사람 사이 관계가 끊어져 가는 시대에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영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질문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하며 '가능한 사랑'이 어떤 영화인지 에둘러 설명했다.
또 폐막식 직후 열린 수상자 기자회견에선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10여년 전 한국에서 일어났던 대기업의 정리해고 사태에서 시작했다. 노동자들이 파업하고 이를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인 충격이 있었고 저 자신도 많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7번째 장편영화인 '가능한 사랑'은 극장용 영화가 아닌 넷플릭스 영화다. 이 감독은 지난해 이 작품을 정식 극장용 영화로 만들기 위해 투자처를 물색했으나 결국 찾지 못했고, 이 감독과 작업을 기다리던 넷플릭스가 결국 이 영화를 함께 만들게 됐다. '가능한 사랑'은 다음 달 23일 극장 개봉해 약 2주 간 관객을 만난 뒤 오는 11월 넷플릭스에서 정식 서비스 된다.
이 감독은 지난달 말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가능한 사랑'이 10여년 전 수 차례 썼다 지우고, 제작하려다가 만 시나리오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당시 대기업 해고노동자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이 감독은 설경구와 전도연을 캐스팅한 상태에서 제작을 한 차례 중단했다. "해고노동자의 삶을 정직하게 다루는 다큐멘터리가 있는 상황에서 그 이야기를 극영화로 만드는 일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이 감독은 이 이야기를 또 다른 버전으로 만들어 영화로 만들려고 했으나 또 한 번 만들지 못했다. 그리고나서도 놓을 수 없던 이 감독은 2022년 다시 설경구·전도연과 함께 '심장소리'라는 단편영화를 같은 소재로 만들었다. 이후 오정미 작가가 해고노동자 부부에 더해 또 다른 부부 이야기를 넣어 새로운 영화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완성된 게 현재 '가능한 사랑'이다,
이 감독은 해고노동자에 관한 얘기를 오랜 시간 놓지 못한 데는 "필연성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대기업 집단해고 사태는 후유증이 크다. 사회적·경제적 파장이 크고, 보통 사람의 삶을 바꿔놓기도 하죠. 앞으로 이런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거다. 처음 이 소재로 영화를 만들고자 했을 때보다 이 문제를 이야기해야만 하는 필연성이 지금 더 강해졌다"고 했다.
이 감독은 그러면서도 이 소재를 사랑으로 풀어낸 것에 대해서는 "우리 삶을 지탱하는 건 결국 사랑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녀 간 관계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서도 그 본질은 사랑이라고 본다. 사랑은 우리 삶을 계속 이어나가게 해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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