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 인사 가족 재단이 판 땅에…트럼프 일가, 70층 타워 추진
등록 2026.09.14 10:24:13수정 2026.09.14 10:56:27
2023년 가족 재단과 토지계약…최대 8500만달러 지급 약정
개발업체 “7월 거래 완료”…트럼프 측엔 별도 상표 사용료
![[서울=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차남인 에릭 트럼프 트럼프오거니제이션 총괄 부사장이 9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업비트 D 컨퍼런스(Upbit D Conference, UDC)2025' 에서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이지영 기자) 2025.09.09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9/09/NISI20250909_0001939160_web.jpg?rnd=20250909174109)
[서울=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차남인 에릭 트럼프 트럼프오거니제이션 총괄 부사장이 9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업비트 D 컨퍼런스(Upbit D Conference, UDC)2025' 에서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이지영 기자) 2025.09.09 *재판매 및 DB 금지
1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조지아 투자업체들은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기업인 트럼프그룹과 수도 트빌리시에 들어설 70층 규모 건물의 상표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옛 소련권 국가인 조지아는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 캅카스 지역에 있다.
사업 부지는 조지아 집권당 '조지아의 꿈'을 창당한 억만장자 비드지나 이바니슈빌리 전 총리의 가족 재단이 매각한 땅이다. 이바니슈빌리 전 총리는 2024년 12월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WSJ은 조지아 기업 기록을 인용해 개발업체들이 2023년 이 재단과 토지 매입 계약을 맺으며 추후 최대 8500만달러(약 1140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사업 대변인은 대금이 분할 지급됐으며 거래가 지난 7월 모두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이바니슈빌리 전 총리는 러시아에서 큰 재산을 모은 뒤 2012~2013년 조지아 총리를 지냈고, 현재 '조지아의 꿈'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WSJ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그가 조지아의 최종 의사결정권자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전했다.
현지 개발업체들은 '트럼프 타워 트빌리시'의 조감도를 공개하고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트럼프그룹과 개발업체들은 이 건물이 완공되면 조지아 최고층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그룹은 해외 개발업체에 상표 사용권을 주고 초기 사용료와 매출의 일부를 받는 방식으로 사업을 한다. WSJ에 따르면 최근 계약에서 초기 사용료는 통상 500만달러(약 67억원) 수준이다. 개발업체는 정해진 설계·서비스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트럼프 일가는 행사에 참석하는 등 홍보를 돕기도 한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바니슈빌리 전 총리 개인을 제재하면서도, 그가 지분 50% 이상을 소유한 법인 중 별도 제재 명단에 오르지 않은 곳과는 일부 거래를 허용하는 예외를 뒀다.
미국 민주당과 정부의 투명성을 감시하는 단체들은 대통령 일가가 세계 각지에서 얻는 수입이 미국의 외교정책과 이해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트럼프그룹에 돈을 지급하는 해외 개발업체 가운데는 미국 정부의 결정을 필요로 하는 다른 사업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런던 증시에 상장돼 있는 고급 부동산 개발업체 '다르 글로벌'은 트럼프 타워 제다의 성공에 이어 트럼프재단와의 2번째 협력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홍해 도시 제다에 10억 달러(1조4016억원) 규모의 트럼프 플라자 제다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사진은 '트럼프 를라자 제다'의 렌더링 모습. <사진 출처 : 걸프 뉴스> 2025.09.29.](https://img1.newsis.com/2025/09/29/NISI20250929_0001957158_web.jpg?rnd=20250929201030)
[서울=뉴시스]런던 증시에 상장돼 있는 고급 부동산 개발업체 '다르 글로벌'은 트럼프 타워 제다의 성공에 이어 트럼프재단와의 2번째 협력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홍해 도시 제다에 10억 달러(1조4016억원) 규모의 트럼프 플라자 제다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사진은 '트럼프 를라자 제다'의 렌더링 모습. <사진 출처 : 걸프 뉴스> 2025.09.29.
백악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민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며 가족 사업과의 이해충돌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WSJ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트럼프그룹은 대통령의 첫 임기에는 이해충돌 우려 속에 신규 해외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두 번째 임기에는 이 자율적인 제한을 없앴다. 최근 3년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와 베트남, 몰디브 등에서는 호텔·골프장에 트럼프 이름을 붙이려는 개발업체들이 잇따랐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신고한 해외 부동산 상표 사용 수입은 5900만달러(약 790억원)로, 2024년의 4500만달러(약 600억원)를 웃돌았다.
조지아는 한때 옛 소련권 국가 가운데 미국과 가장 가까운 협력국 중 하나였다.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2005년 트빌리시를 방문해 조지아를 '자유의 등대'라고 불렀고, 조지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추진했다.
이후 '조지아의 꿈'이 반대 세력을 억압하는 법률을 도입하고 러시아와 가까워지면서 미국과 관계가 나빠졌다. 2024년 총선에서는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돼 이후 거리 시위가 이어졌다. 집권당은 선거 승리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행정부는 조지아의 민주주의 후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WSJ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해 의회 청문회에서 조지아 정부를 가리킨 것으로 보이는 '반미 정부'라는 표현을 썼다고 전했다.
미 하원은 지난해 조지아의 전·현직 의원 등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제재 검토를 요구하는 법안을 초당적 지지로 통과시켰다. 법안을 지지한 조 윌슨 공화당 하원의원은 성명에서 "'조지아의 꿈'은 반미 선전으로 매일 트럼프 대통령을 모욕한다"고 주장했다. 이바니슈빌리 전 총리와 집권당 측은 WSJ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트빌리시=AP/뉴시스】비드지나 이바니슈빌리 총리(오른쪽), 다비드 우수파쉬빌리 국회의장(가운데), 게오르기 마르그벨라슈빌리 대선 후보가 27일(현지시간) 조지아 트빌리시 '그루지야의 꿈' 당사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정치적인 경험이 많지 않은 전 대학 학장인 마르그벨라슈빌리가 출구조사 결과 67%의 득표율을 획득,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10.27
이번 사업에서는 뉴욕 부동산 개발회사 사피어그룹의 알렉스 사피어 최고경영자(CEO)가 연결 역할을 했다. WSJ은 사업 사정을 아는 인사를 인용해 사피어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조지아를 방문해 현지 개발업체들을 만난 뒤 트럼프그룹을 소개했다고 전했다. 조지아에 뿌리를 둔 사피어 일가는 과거 뉴욕의 '트럼프 소호' 개발에도 참여했다.
수개월간 협의가 이어진 뒤 지난 5월에는 '조지아의 꿈'과 가까운 일리아 츠울라이아 전 의원 등 투자자들이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를 찾았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 트럼프그룹 부사장과 계약을 체결했다.
츠울라이아 전 의원은 사업 발표 성명에서 이 건물이 트빌리시의 도시 경관을 바꾸고 세계 무대에서 조지아의 위상을 높일 명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 사업에 미국과의 관계를 이어가려는 조지아 재계의 뜻이 담겼다고 해석했다. 기오르기 키슈토바니 조지아 일리아국립대 교수는 "이 사업의 핵심은 트럼프 행정부와 어떤 형태로든 연결고리를 갖는 것"이라며 홍보 목적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지아 정부는 유럽연합(EU) 가입 추진을 뒤로 미루고 러시아와 가까워졌지만, 러시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경계하고 있다. 조지아 국토의 약 5분의 1은 2008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점령 상태에 놓여 있다.
츠울라이아 전 의원은 지난해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의원들과 행정부 관계자들에게 양국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설명한 대표단에도 참여했다. 당시 협의에 관여한 전직 미국 당국자는 이 대표단이 새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제재를 완화할 방안을 찾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WSJ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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