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 이빨에 체온계 댔더니 36도"…티라노, 사람만큼 따뜻했다[사이언스 PICK]
등록 2026.09.17 03:00:00수정 2026.09.17 05:01:16
美 UCLA, 티라노 이빨 법랑질 동위원소 분석…체온 36.3±2.5도 추정
조개류로 추정한 당시 환경온도 25.9도·악어 체온 30.9도보다 높아
거대한 몸집 덕분인지 조류처럼 열 냈는지 논쟁…국내 연구진도 비교 분석 착수
![[시카고=AP/뉴시스]시카고 필드 박물관의 화석 척추동물 컬렉션 매니저인 빌 심슨이 2010년 5월12일 시카고 필드 박물관에 전시된 티라노사우루스 '수' 화석의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손을 뻗고 있다. 2010.05.12.](https://img1.newsis.com/2025/12/26/NISI20251226_0002027934_web.jpg?rnd=20251226144010)
[시카고=AP/뉴시스]시카고 필드 박물관의 화석 척추동물 컬렉션 매니저인 빌 심슨이 2010년 5월12일 시카고 필드 박물관에 전시된 티라노사우루스 '수' 화석의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손을 뻗고 있다. 2010.05.12.
수천만 년 전 화석으로 남은 이빨 속 동위원소 결합을 '화석 체온계'처럼 활용해 살아있을 당시의 진짜 체온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티라노사우루스가 차가운 파충류보다 조류나 포유류처럼 스스로 열을 내는 따뜻한 동물이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17일 학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연구팀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체온을 36.3±2.5도로 추정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 서부 헬크릭층에서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 이빨 3개를 정밀 분석했다.
공룡이 뱀이나 악어처럼 외부 온도에 체온을 맡기는 '외온성'이었는지, 조류나 포유류처럼 몸 안에서 열을 만드는 '내온성'이었는지는 오래된 논쟁거리다. 과거에는 뼈의 성숙도나 혈관 흔적으로 대략 짐작했지만, 최근에는 화석 속 원자 신호를 측정해 직접 체온을 구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사람과 비슷한 36.3도…이빨 속 '원자 결합'이 화석 체온계
탄소와 산소에는 질량이 서로 다른 여러 동위원소가 있다. 이 가운데 무거운 탄소-13과 산소-18이 서로 결합한 탄산염 분자의 존재 비율은 광물이 만들어질 당시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이 결합 정도를 정밀하게 측정하면 이빨이 형성될 때 동물의 체온을 역으로 계산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뼈보다 화학적으로 안정된 이빨 법랑질을 활용했다. 법랑질은 구조가 치밀해 화석화 과정에서 외부 물질이 스며들거나 원래 성분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작다.
또 연구팀은 법랑질과 상아질 비교, 산소동위원소와 적외선 분석 등을 통해 표본이 매몰된 뒤 화학적으로 변질됐는지 점검했고, 법랑질의 원래 동위원소 신호가 크게 훼손됐다는 뚜렷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
분석 결과 이빨 3개에서 계산된 티라노사우루스의 평균 체온은 36.3±2.5도였다. 현생 소형 조류보다는 낮지만 코끼리의 체온과 거의 같은 수준이고, 사람의 평상시 체온대와도 겹친다.
연구진은 같은 헬크릭층에서 발견된 조개류 자료를 통해 추정한 당시 환경 온도 25.9도와도 비교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체온은 이보다 약 10도 높았다. 당시 기후모델이 계산한 대기 온도보다도 높아 티라노사우루스가 주변 기온에 그대로 체온을 맡기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서울=뉴시스]미국 사우스다코타 헬크릭층에서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이빨. (사진=미 산림청)](https://img1.newsis.com/2026/09/16/NISI20260916_0002241218_web.jpg?rnd=20260916160836)
[서울=뉴시스]미국 사우스다코타 헬크릭층에서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이빨. (사진=미 산림청)
동시대 악어 체온은 30.9도…'따뜻한 공룡' 입증했지만 단정은 금물
체수분을 추정한 산소동위원소 분석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체수분과 환경수 사이 동위원소 차이는 현생 타조·닭과 비슷했고, 당시 악어류는 현생 악어와 유사했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를 종합해 티라노사우루스가 비교적 일정하고 높은 체온을 유지하는 항온성 내온동물이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봤다.
추정 체온과 후기 백악기 기후모델을 결합했을 때 북미 대륙의 상당 부분이 티라노사우루스가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나타났다. 특히 더 춥고 위도가 높은 지역까지 잠재적 서식 범위에 포함됐다. 연구진은 고위도 알래스카에서 어린 티라노사우루스류 화석이 발견된 사실도 추위에 견딜 수 있는 생리와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체온이 높다고 곧바로 현대 포유류와 같은 대사 체계를 가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분석 대상이 이빨 3개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2개는 같은 개체에서 나온 표본이기 때문이다.
티라노사우루스 특유의 거대한 몸집 덕분에 한번 오른 체온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거대항온성' 또는 '관성적 항온성'만으로도 비교적 높은 체온을 유지했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연구진 또한 논문을 통해 체온만으로 대사율을 판단하는 데 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박진영 아시아공룡협회 부사무국장은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를 통해 "이번 연구 결과는 티라노사우루스가 높은 체온과 높은 대사율을 유지했음을 보여준다"며 "추운 밤이나 겨울철에도 왕성하게 활동했던 사냥꾼이었음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준비되고 있다. 티라노사우루스와 가까운 친척인 타르보사우루스의 이빨을 대상으로 안정동위원소를 분석해 서로 다른 서식 환경이 두 공룡의 생리에 어떤 차이를 만들었는지 비교하는 프로젝트다.
향후 같은 기법이 소형 수각류 등 다양한 공룡으로 확대되면 공룡이 얼마나 스스로 체온을 만들어 유지했는지를 둘러싼 오랜 논쟁에도 보다 구체적인 답이 쌓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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