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선박 '해저케이블 절단 장비' 시험 정황…노르웨이 북극섬 주민 대피계획까지
등록 2026.09.29 11:40:00수정 2026.09.29 13:00:24
노르웨이령 북극섬에 러시아 마을 바렌츠부르크…군사색 짙은 행사·직항편 이어져
노르웨이 감시·해군력 강화…전문가, 회색지대 위기가 나토 결속 시험할 가능성 경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8일(현지시간) 영국·미국·노르웨이군이 올봄 스발바르 연안에서 해저케이블 절단 장비를 시험하는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 선박들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당국은 긴장이 격화할 경우 주민들을 신속히 대피시키기 위한 계획도 마련해 놓았다.
이런 긴장의 배경에는 스발바르의 독특한 지위가 있다. 스발바르는 노르웨이 본토에서 900㎞ 이상 떨어진 북극해의 노르웨이령 군도다. 1920년 체결된 스발바르 조약은 노르웨이의 주권을 인정하면서 가입국 국민과 기업에 일정한 경제활동 권리를 보장했다. 중심 섬 스피츠베르겐에는 러시아인이 거주하는 바렌츠부르크가 있으며, 냉전이 한창일 때는 소련 주민 약 2400명이 살면서 섬 인구의 약 70%를 차지했다.
스발바르 조약 9조는 해군기지와 요새 건설, 전쟁 목적의 이용을 제한한다. 그러나 노르웨이 정부는 이를 모든 군사활동을 금지하는 조항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노르웨이 정부는 스발바르에도 나토의 집단방위를 규정한 북대서양조약 5조가 적용되며, 전쟁이나 전쟁 위협 상황에서 방어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법적 지위뿐 아니라 지리적 위치도 스발바르의 군사적 민감성을 키운다. 러시아 북서부 콜라반도는 스발바르에서 약 1000㎞ 떨어져 있다. 카리 아가 미클레보스트 노르웨이 북극대 러시아사 교수는 러시아의 핵 2차 보복 전력을 담당하는 전략잠수함 상당수가 이 일대에 배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유사시 이 잠수함들이 북대서양의 수심 깊은 해역으로 진출해 탐지를 피하면 나토와 미국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2019년 7월 노르웨이 트롬소 북극대학교 소속의 2000t급 탐사선 헬머 한센호가 스발바르 피오르를 탐사하고 있다. (사진=극지연구소 남승일 박사 제공)](https://img1.newsis.com/2025/10/21/NISI20251021_0001970771_web.jpg?rnd=20251021092335)
[서울=뉴시스] 2019년 7월 노르웨이 트롬소 북극대학교 소속의 2000t급 탐사선 헬머 한센호가 스발바르 피오르를 탐사하고 있다. (사진=극지연구소 남승일 박사 제공)
러시아는 2024년부터 본토와 스발바르를 직접 잇는 선박 운항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세르게이 쇼이구 전 러시아 국방장관이 이끄는 러시아지리학회 지부도 현지에 들어섰다. 미클레보스트 교수는 이런 움직임을 적은 비용으로 러시아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노르웨이의 관할권에 도전하는 '회색지대 도발'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우려는 노르웨이 정보당국의 공식 평가에서도 나타난다. 노르웨이 정보당국은 올해 '포커스 2026'에서 크렘린이 스발바르에서 활동 범위를 넓혀 노르웨이의 국방정책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현지 활동을 확대하는 동시에 러시아는 경제성이 떨어진 바렌츠부르크 거점도 유지하고 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바렌츠부르크를 운영하는 이 국영기업에 약 18억9000만루블, 약 2000만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니콜라이 코르추노프 주노르웨이 러시아 대사는 폴리티코에 러시아가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주권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노르웨이가 발트해와 북극 지역의 나토 군사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AP/뉴시스] 러시아 국방부가 2025년 9월 15일 공개한 해군 원자력 잠수함의 전투 훈련 모습.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12월 15일 흑해 러시아 함대의 잠수함을 수중 드론으로 타격했다고 발표했지만 러시아군은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엇갈린 반박을 내놓고 있다. 2025. 12. 16.](https://img1.newsis.com/2025/09/16/NISI20250916_0000638218_web.jpg?rnd=20251216072722)
[AP/뉴시스] 러시아 국방부가 2025년 9월 15일 공개한 해군 원자력 잠수함의 전투 훈련 모습.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12월 15일 흑해 러시아 함대의 잠수함을 수중 드론으로 타격했다고 발표했지만 러시아군은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엇갈린 반박을 내놓고 있다. 2025. 12. 16.
해군 전력도 확충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영국에서 대잠수함전에 특화된 프리깃함을 최소 5척 도입하고 독일과 공동 개발한 212CD급 잠수함도 6척 확보할 예정이다. 첫 신형 잠수함은 2029년, 첫 프리깃함은 2030년 인도될 예정이다.
동맹국과의 군사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이달에는 스발바르 남서쪽 얀마옌섬 주변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토레 산드비크 노르웨이 국방장관은 스발바르 방어도 나토의 방위계획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현지 당국은 러시아 측과의 대화 창구를 유지하면서 만일의 사태에도 대비하고 있다. 카타리나 리세 스발바르 부총독은 러시아 영사관 측과 연간 네 차례 만나고 있다고 밝혔다. 스피츠베르겐의 행정·생활 중심지 롱이어비엔에는 본토와 연결된 해저 인터넷 케이블이 2개뿐이고 공항과 상수원도 각각 하나다. 당국은 상황 악화에 대비한 주민 대피계획을 마련하고 상수원 추가 건설 등 기반시설도 보강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 본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09.04.](https://img1.newsis.com/2026/09/03/NISI20260903_0001545497_web.jpg?rnd=20260904104126)
[블라디보스토크=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 본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09.04.
문제는 전면 점령보다 나토가 '무력공격'인지 즉시 판단하기 어려운 형태의 개입이다. 미클레보스트 교수는 러시아가 현지 자국민에게 비상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한 뒤 '위기 대응 병력'을 투입하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스발바르 자체는 나토 5조 적용 대상이지만, 이런 상황을 무력공격으로 규정하고 집단방위에 나설지를 놓고 동맹 내부의 판단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클레보스트 교수는 최악의 경우 러시아가 이런 모호성을 이용해 나토의 결속을 시험하려 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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