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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섬 제주] 기업·탄소·교류정원 참여…제주정원박람회 영역 넓힌다

등록 2026.10.12 07:00:00

기업 3곳 자체 비용으로 조성·기부…제주 자연·문화에 기업 가치 담아

국립수목원 탄소·새활용 '보급형 모델정원'…생활공간 확산 모델 제시

서울 밤섬의 단절·회복 서귀포서 재해석…도시 잇는 교류정원

[제주=뉴시스] 8일 서귀포시 제주혁신도시 바람모루공원 퐁낭정원 예정지에서 팽나무 너머로 범섬과 서귀포 앞바다가 보인다. 이곳에는 화장품 공병을 재활용한 스툴과 테이블을 놓아 제주 마을의 퐁낭 문화를 정원으로 풀어낸다. (사진=이니스프리모음재단 제공) 2026.10.12. photo@newsis.com

[제주=뉴시스] 8일 서귀포시 제주혁신도시 바람모루공원 퐁낭정원 예정지에서 팽나무 너머로 범섬과 서귀포 앞바다가 보인다. 이곳에는 화장품 공병을 재활용한 스툴과 테이블을 놓아 제주 마을의 퐁낭 문화를 정원으로 풀어낸다. (사진=이니스프리모음재단 제공) 2026.10.12. [email protected]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도시환경 회복, 체류형 관광과 웰니스 수요가 커지면서 정원은 꽃과 나무를 가꾸는 공간을 넘어 도시와 지역의 미래 전략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제주 정원문화의 가능성을 살펴본 데 이어 올해는 정원의 섬, 제주가 나아갈 방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짚어본다. 제주형 정원도시 계획, 정원관광과 지역경제, 시민참여형 정원교육, 정원박람회와 정원산업의 미래를 다룬다.<편집자 주>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서귀포시 제주혁신도시 바람모루공원 한쪽에 팽나무가 있다. 나무 아래에는 앞으로 화장품 공병을 재활용해 만든 스툴과 테이블이 놓인다.

제주 마을에서 '퐁낭(팽나무를 뜻하는 제주어)' 아래 주민들이 모여 쉬고 마을 이야기를 나누던 풍경을 정원으로 옮긴다. 다 쓴 화장품 용기를 파쇄해 만든 구조물은 사람이 없을 때는 오브제가 되고, 방문객이 앉으면 의자와 테이블이 된다. 남쪽으로는 서귀포 앞바다와 범섬이 펼쳐진다.

오는 11월6일 개막하는 '2026 대한민국 제주정원문화박람회' 기업정원의 한 장면이다. 이번 박람회에는 이니스프리모음재단과 이지스자산운용, 스누피가든 등 3개 기업이 참여한다.

제주도는 부지와 행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기업들은 자체 비용으로 정원을 기획·설계·조성해 기부한다. 완성된 공간은 행사 기간 전시한 뒤 공원에 남겨 도민과 방문객이 이용하도록 한다.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 사회공헌을 정원이라는 공공 공간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번 박람회에서 기업의 참여는 후원이나 홍보에 머무르지 않고 정원 조성의 한 주체로 들어왔다는 데 특징이 있다. 작가와 도민이 만드는 정원에 기업의 자본과 환경·사회공헌 활동이 더해지면서 박람회를 구성하는 주체도 넓어졌다. 기업마다 본업과 사회공헌의 방향을 제주 자연과 문화에 맞춰 풀어낸 점도 이번 기업정원의 특징이다.

기업이 함께 만든 '모드락마당', 박람회장으로 옮긴 '스누피가든'

이니스프리모음재단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각의 정원을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했다. 전체 이름은 '모드락마당'이다.

'모드락'은 여럿이 한데 모여 있다는 뜻의 제주어다. 제주 자연과 문화, 서로 다른 두 기관의 지향점이 함께 모인다는 의미를 담았다. 규모는 약 1220㎡다. 대상지에 있던 팽나무와 벚나무를 최대한 남기고 햇빛과 그늘, 제주 중산간의 식생을 정원 구성에 이용한다.

두 기관의 인연은 2024년 제주도 기업참여 도시숲 조성사업에서 시작됐다. 당시 ESG 활동 방향을 공유했고 이번에는 '자연과 공존'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바탕으로 정원을 공동 기획했다.

이니스프리모음재단이 조성하는 공간은 '퐁낭정원'이다. 정원의 중심은 새로 심은 수목보다 원래 이곳에서 자라던 팽나무다. 주민들이 퐁낭 아래 모여 쉬고 일상을 나누던 제주 마을의 생활문화를 지금의 공공정원으로 옮겼다.

기업 활동을 보여주는 재료도 자연스럽게 섞었다. 이니스프리와 아모레퍼시픽이 수거한 화장품 공병을 파쇄한 소재로 스툴과 테이블을 만들어 나무 아래 배치한다. 정원 장식물이면서 실제 쉴 수 있는 시설이다. 재단이 해온 화장품 용기 수거·재활용 활동을 퐁낭이 지닌 공동체 기능과 연결했다.

[제주=뉴시스] 이니스프리모음재단과 이지스자산운용이 공동 조성하는 '모드락마당' 단면도. 기존 수목과 경사지형을 활용해 제주 중산간 식생을 구현하도록 계획했다. (사진=이니스프리모음재단 제공) 2026.10.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뉴시스] 이니스프리모음재단과 이지스자산운용이 공동 조성하는 '모드락마당' 단면도. 기존 수목과 경사지형을 활용해 제주 중산간 식생을 구현하도록 계획했다. (사진=이니스프리모음재단 제공) 2026.10.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김아인 이니스프리모음재단 사무국장은 "화장품 공병을 재활용해 만든 스툴을 퐁낭 아래에 놓아 사람들이 쉬고 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며 "퐁낭 아래에서 일상을 나눴던 제주 마을의 문화를 지금의 공간에서 새롭게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해담정원'을 만든다. '해담'은 제주의 햇빛과 바다를 뜻하는 '해'를 정원에 담는다는 뜻이다. 바다와 한라산 사이 중산간 식생을 재해석하고 자연의 힘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지속가능한 제주를 표현한다.

나도히초미와 청나래고사리 등 고사리류를 중심으로 산수국과 자금우, 병풀, 백리향 등을 심는다. 가는잎처녀고사리와 백량금 등 음지성 식물도 포함됐다. 숲속에서 식물이 자연스럽게 군락을 이루는 모습을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식물 사이에는 태양광 조명을 설치한다. 제주 중산간의 반딧불이 빛에서 착안해 낮과 다른 야간 풍경을 만들고 태양에너지와 재생에너지의 의미도 담았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제주 한림 에너지저장장치(ESS) 발전소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는 사업영역과 연결한 요소다.

이지은 이지스자산운용 매니저는 "사회공헌 활동은 오래 이어왔지만 이전에는 주로 취약계층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며 "약 2년 전부터 생태 분야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 기업정원은 스누피가든의 '바람이 머무는 피너츠 사색들판'이다.

스누피가든은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서 약 8만3000㎡ 규모의 자연형 정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그 가운데 일부를 바람모루공원에 약 350㎡ 규모로 재현한다.

정원에는 억새류와 수크령류, 쑥부쟁이류 등을 심는다. 돌담과 바람, 억새 사이에 피너츠 캐릭터의 이야기를 넣고 명언을 적은 벤치와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담장을 배치한다.

박람회 주제인 '돌담 사이 바람의 숨결, 정원으로 피어나다'와 송당 스누피가든의 분위기를 함께 보여주는 공간이다.
[제주=뉴시스]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스누피가든의 모습. 서귀포시 제주혁신도시 바람모루공원에 이런 정원을 재현해 휴식과 사색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사진=스누피가든 제공) 2026.10.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뉴시스]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스누피가든의 모습. 서귀포시 제주혁신도시 바람모루공원에 이런 정원을 재현해 휴식과 사색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사진=스누피가든 제공) 2026.10.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보급형 모델정원, 서울시 교류정원도 박람회에 참여

기업정원 인근에는 국립수목원의 '보급형 모델정원'도 조성된다. 보급형 모델정원은 국립수목원이 추진하는 연구사업이다. 연구 결과를 문서로 남기는 데 그치지 않고 박람회와 전시공간에 실제 정원을 만들어 일반인이나 지자체가 직접 보고 다른 장소에 적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올해 제주에서는 하나의 대상지 안에 '탄소정원'과 '새활용정원' 두 가지 모델을 만든다. 전체 대상지는 약 1000㎡이며 이 가운데 약 800㎡를 활용할 예정이다.

탄소정원은 탄소를 많이 흡수하는 식물을 심는 방식에 더해 이미 나무 안에 저장된 탄소를 오래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둔다. 쓰러진 나무 등을 활용하고 토양에는 바이오차를 쓴다. 가능한 가까운 곳에서 재료를 조달해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도 줄인다.

새활용정원에서는 버려진 목재나 바다에서 수거한 나무로 정원을 가꾸는 돌하르방 형태의 조형물을 만들 계획이다. 철근과 배수구 덮개는 바닥 패턴으로 활용하고 나무 그루터기는 벤치와 휴게시설로 바꾼다. 오래된 블록과 깨진 타일도 포장 재료로 다시 쓴다.

탄소를 많이 흡수하는 식물을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무가 가진 탄소를 어떻게 오래 고정하고 운반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까지 함께 고민하는 정원이다.

서울시 교류정원은 한강 밤섬을 소재로 한다. 주제는 '밤섬, 도시 속의 섬'이다, 밤섬은 여의도 개발 과정에서 폭파돼 사라질 위기에 놓였지만 강물의 퇴적작용과 자연의 복원력으로 다시 자라나 도심 속 습지로 되살아났다. 현재는 생태계 보호를 위해 사람의 출입이 제한돼 있다.

교류정원은 서울의 '도시 속의 섬'을 제주 '섬 속의 도시' 서귀포에서 다시 풀어낸다. 밤섬이 겪은 단절과 회복, 자연의 자생력을 정원의 이야기로 삼고 서울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제주에 닿아 머물고 다시 흐른다는 의미를 담았다.

1960년대 이후 달라져온 밤섬의 형태를 공간 구성에 반영하고 초지와 그늘, 숲, 빗물정원 등 서로 다른 생태환경을 겹쳐 보여준다. 대상지의 기존 왕벚나무는 그대로 활용하면서 밤섬의 야생적인 분위기를 식재와 동선으로 표현한다.

임홍철 제주도 환경산림자원국장은 "기업 정원은 기업이 가치를 담아 조성한 정원을 도민이 일상에서 누릴 수 있도록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과 제주 정원문화를 연계하는 새로운 모델"이라며 "박람회 이후에도 기업, 탄소, 교류정원이 도민 곁에 자리 잡도록 꾸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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