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효율의 시대에 부친 '비합리적 사랑'…찢긴 삶을 꿰매는 노래의 윤리
등록 2026.10.12 09:43:20
9~10일 단독 콘서트 '할머니가 손주의 찢어진 옷을 다시 꿰맸다' 리뷰
기교 덜어내고 담백한 발화로…포크 가객의 호흡·음악극 서사 맞물려
故채동하 향한 호명부터 관객 향한 큰절까지…사람을 향한 지극한 환대
![[서울=뉴시스] 김진호. (사진 = 목소리 제공) 2026.10.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12/NISI20261012_0002260430_web.jpg?rnd=20261012091409)
[서울=뉴시스] 김진호. (사진 = 목소리 제공) 2026.10.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보컬그룹 'SG워너비' 멤버 겸 솔로 가수 김진호가 9~10일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펼친 '2026 김진호 가을 공연 : 할머니가 손주의 찢어진 옷을 다시 꿰맸다'는 효율의 세계가 밀어낸 자리에 비합리적 다정함을 복원해낸 한 편의 음악적 제의(祭儀)였다.
지난해 1월 이후 1년9개월 만에 열린 이번 단독 무대에서 김진호는 국내 대중음악 공연에서 보기 드문 테마인 '할머니'를 서사의 중심에 놓았다. 할머니라는 소재는 단순히 개인의 유년기나 노스탤지어를 회고하는 장치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손자, 손녀였다"는 원초적 유대의 고백이자, 무조건적인 환대를 경험했던 시절로의 초대였다.
공연 전반을 관통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보컬의 질감이었다. 과거 영혼을 쥐어짜듯 쏟아붓던 폭발적인 가창의 테크닉을 그는 과감히 덜어냈다. 힘을 뺀 자리는 말하듯 읊조리는 담백한 발화가 채웠다. 어쿠스틱 기타를 품에 안고 홀로 현을 짚을 땐 영락없는 포크 가객의 결을 띠었고, 서사가 전환될 땐 음악극의 모놀로그를 건네듯 조용히 호흡의 틈을 벌렸다. 성량을 폭발시키는 대신 소리를 머금고 말을 건네자, 그 절제된 공백 사이로 노랫말의 윤리적 무게가 고스란히 배어 나왔다. 화려함을 비워낸 자리에 메시지의 심연이 고였다.
![[서울=뉴시스] 김진호. (사진 = 목소리 제공) 2026.10.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12/NISI20261012_0002260437_web.jpg?rnd=20261012091558)
[서울=뉴시스] 김진호. (사진 = 목소리 제공) 2026.10.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화려한 조명과 방송의 프레임 바깥, 새벽밥을 짓고 일터로 나서는 이들의 보이지 않는 삶을 꿰매어주라는 노파의 당부는 김진호라는 가수가 통과해온 시간의 이유를 증명하는 듯했다. "풀어지지 않는 건 매듭으로 묶고, 그 매듭 붙들고 사람 향해 걸어가라"는 음성은 신곡 '우리 할머니'와 '사랑했었대'의 선율을 타고 객석의 마음자리로 스며들었다. 상처로 인해 '가족사진'조차 편히 듣지 못하던 벗을 위해 썼다는 '사랑했었대'는, 서툴고 무뚝뚝했던 우리네 부모의 거친 날들마저 사랑의 다른 이름이었음을 조용히 긍정했다.
사람과 동료를 향한 김진호 특유의 지극한 환대도 빛났다. 폭죽과 밤하늘의 성좌를 연상케 하는 조명이 무대를 감싼 '폭죽과 별'에서 그는 할머니 배우의 목소리를 빌려, SG워너비 멤버 김용준, 이석훈뿐 아니라 세상에 없는 고(故) 채동하의 이름을 나직이 불렀다. 곁을 지키는 이들과 먼저 떠나간 이를 한자리에 불러 모으는 기억의 행위는 무대를 거대한 온기의 공동체로 전환시켰다. 무대를 함께 채운 세션 연주자들의 얼굴과 이들의 사진을 스크린에 하나하나 비추고, 객석을 향해 올린 정중한 큰절은 관객을 향한 기교 없는 경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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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호. (사진 = 목소리 제공) 2026.10.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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