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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존에 갇힌 우크라 부상병…시속 65㎞ '들것 드론'이 구하러 간다

등록 2026.10.16 14:32:38수정 2026.10.16 14:42:25

드론·포격에 고립된 부상병 공중 후송 목표…편도 비행거리 최대 15㎞

GPS 교란 땐 AI가 비행 보조…실제 전투 성능 검증은 아직

[서울=뉴시스] 우크라이나가 독립기념일 35주년인 24일(현지 시간) 키이우에서 진행한 열병식에서 지상 무인 드론이 행진하고 있다. 이 무기들은 전투와 정찰, 군수 지원, 부상병 후송 등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사진=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2026.08.25.

[서울=뉴시스] 우크라이나가 독립기념일 35주년인 24일(현지 시간) 키이우에서 진행한 열병식에서 지상 무인 드론이 행진하고 있다. 이 무기들은 전투와 정찰, 군수 지원, 부상병 후송 등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사진=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2026.08.25.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러시아군의 드론과 포격 때문에 부상병이 수주에서 수개월씩 전선에 고립되는 우크라이나에서 사람을 공중으로 실어 나르는 의료후송 드론이 개발됐다. 최대 150㎏을 싣고 편도 15㎞를 비행하도록 설계된 이 드론은 이번 주 전투여단에 넘겨져 전선 시험에 들어갔다.

AP통신은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방산기술업체 스카이폴이 개발한 의료후송 드론 '스타게이트'의 야외 시험 현장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에서 공중 의료후송 전용으로 개발된 첫 드론으로, 실제 전장에서 부상병을 안전하게 옮길 수 있을지가 이번 시험의 핵심이다.

우크라이나 전선 일부에서는 적의 드론과 포격에 끊임없이 노출되는 이른바 '킬존'(kill zone)이 10~15㎞ 이상 펼쳐져 있다. 드론이 접근하는 차량과 병력을 공격하는 탓에 부상병을 구하러 가는 병사들도 위험에 노출된다.

이런 지역에 중상자가 고립되면 구조까지 몇 시간은 물론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특히 심각한 부상을 입은 병사에게는 몇 시간의 지연도 생사를 가를 수 있다. 스타게이트는 구조대원이 위험지역에 들어가지 않고 부상병을 후송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다.

개발은 우크라이나군의 요청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제475독립돌격연대 '코드 9.2'의 지휘관 플린트가 스카이폴 창업자에게 접근하기 어려운 전방 진지에서 부상병을 더 안전하게 옮길 방법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스카이폴 대변인은 "아이디어는 최전선의 참호에서 직접 나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부상병 후송에 무인지상차량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진흙과 포탄 구덩이, 파손된 도로에서는 이동하기 어렵다. 강과 지뢰에 막히거나 적 드론의 공격을 받으면 임무를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코드 9.2 소속 지휘관으로, 호출부호가 'KVN'인 군인은 지상로봇이 전방 진지까지 이동하는 데 거리와 도로 상태, 상공의 드론 위협에 따라 보통 2~3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부상병 후송은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부상자를 발견한 당일 데려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KVN 지휘관은 "10㎞를 몇 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면 전선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 장애물에 가로막히지 않는 공중 후송이 실현되면 구조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기대다.

스카이폴에 따르면 스타게이트는 최대 150㎏의 중량을 실을 수 있다. 방탄복과 전투 장비를 착용한 부상병 한 명을 옮길 수 있는 수준이다. 기체에는 의료용 들것을 중심으로 만든 후송 공간이 설치됐다. 순항속도는 시속 65㎞, 최고속도는 시속 105㎞이며 편도 비행거리는 최대 15㎞다. 비행 준비에는 약 10분이 걸린다.

스타게이트를 개발한 스카이폴은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성장한 우크라이나 드론 제조업체다. 러시아군이 '바바 야가'라고 부르는 대형 드론 '뱀파이어'를 비롯해 1인칭시점(FPV) 드론 '슈라이크', 공중 요격 드론 'P1-SUN' 등을 생산하거나 개발해 왔다.

AP가 참관한 야외 시험에서는 6개의 프로펠러가 돌아가며 스타게이트가 들판 위로 떠올랐다. 기체에 고정한 들것에는 방탄복을 입은 부상병을 가정해 무게추가 실려 있었다. 드론이 이륙하자 적의 공격을 가정한 FPV 드론들이 접근했고 전파방해 장비도 작동했다.

공격 드론 한 대가 스타게이트에 근접하자 그물이 발사됐다. 그물에 걸린 공격 드론은 비행 방향을 잃었다. 적의 드론이 접근했을 때 후송 중인 기체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 기능을 시험한 것이다.

공격 드론을 막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는 전자전 상황에서 비행을 유지하는 일이다. 러시아군이 통신을 방해하거나 위성항법장치(GPS) 신호를 교란하면 원격 조종이 어려워질 수 있다. 스카이폴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위성통신망 스타링크와 자체 통신체계 'L-링크'를 함께 사용하도록 설계했다.

스타게이트에는 GPS를 이용할 수 없거나 가짜 위치 신호가 들어오는 상황에서 비행 제어를 돕는 인공지능(AI) 기능도 탑재됐다. 다만 드론이 모든 임무를 스스로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원격 조종하며 AI는 통신·항법 기능이 방해받을 때 비행을 보조한다.

스카이폴은 통신이 완전히 끊기더라도 드론이 안전지역으로 돌아갈 경로를 자체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와 눈 속에서도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야간 후송을 위한 열화상 카메라도 장착했다.

스타게이트는 지난 1년간 개발 과정에서 여러 차례 설계를 바꿨다. 운반과 조립을 쉽게 하기 위해 팔을 분리할 수 있도록 했고 의료용 들것과 소프트웨어, 방어 기능도 개선했다. 공상과학 작품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를 연결하는 통로의 이름을 따 '스타게이트'라는 명칭을 붙였다.

스카이폴은 장비 구성에 따라 스타게이트 한 대의 가격이 최소 5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회사는 올해말까지 월 최대 10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 생산 규모는 향후 시험과 생산 준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KVN 지휘관은 "완전히 새로운 후송 방식"이라며 "지금은 장단점을 자세히 말하기 어렵다. 더 운용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카이폴도 한 부대가 스타게이트를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도네츠크=AP/뉴시스]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서 부상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2022.06.06.

[도네츠크=AP/뉴시스]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서 부상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2022.06.06.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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