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손잡은 중·러…유럽, 쓰자니 러 의존 커지고 견제하자니 역부족
등록 2026.10.27 16:54:22
러시아는 운항허가·쇄빙선, 중국은 선박·화물로 협력 확대
EU, 쇄빙선·기반시설 확충 추진…항로 이용 땐 러 의존 딜레마

26일(현지시간) 미국 CNBC는 러시아 북쪽 해안을 지나는 북방항로(NSR)에서 러시아의 운항허가·통행료 관리와 원자력 추진 쇄빙선에 중국의 선박·화물·산업 역량이 결합해 양국의 우위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은 쇄빙선과 기반시설 확충을 추진하고 있지만 두 나라에 맞설 수단은 제한적이라는 게 CNBC가 인터뷰한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항로를 적극 이용하면 러시아가 통제하는 기반시설에 대한 의존이 커져, 러시아의 경제적 영향력을 줄이려는 EU의 목표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21일 북극항로의 화물 운송을 늘리고 양국 항만 간 운항편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극지 운항 선박 건조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EU가 중·러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는 새 북극 전략을 발표한 다음 날 나온 합의다.
알리시아 가르시아에레로 나티시스 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이 당분간 중·러의 북극 해운 우위에 실질적으로 맞서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유럽은 주요 화물 도착 시장이지만, 북극에서 운용할 쇄빙선과 기반시설이 제한적이어서 양국을 견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EU가 지난 20일 발표한 전략에는 쇄빙선 운용 능력 확대와 해상 감시 강화, 북극 교역망을 유럽 시장과 연결할 기반시설 개발이 담겼다. 선박 활동을 감시할 해상안보 거점과 해저케이블 보호 방안도 포함됐다.
![[서울=뉴시스] 북극항로 시범운항 주요 운항 경로. (그래픽=해양수산부 제공) 2026.08.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8/20/NISI20260820_0002217279_web.jpg?rnd=20260820162925)
[서울=뉴시스] 북극항로 시범운항 주요 운항 경로. (그래픽=해양수산부 제공) 2026.08.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방 기업이 직접 항로에 참여하는 데도 걸림돌이 있다. 이대진 전 페르트맥스 글로벌 리서치 총괄은 제재와 보험, 관련 규정 준수 문제가 서방 운영사들에 부담이 돼 중국 기업보다 이 항로의 매력을 낮춘다고 설명했다.
북극항로에 관심이 커지는 배경에는 중동 지역의 운항 차질과 운송시간 단축 가능성이 있다. 페르트맥스가 CNBC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와 유럽 사이 화물 운송은 수에즈 항로를 이용하면 28~35일이 걸리지만, 북방항로를 이용하면 18~22일로 약 35% 줄어들 수 있다.
러시아에는 서방 제재로 유럽 시장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에너지 수출을 아시아로 돌릴 통로가 된다. 중국에는 기존 해협과 운하 등 좁은 해상 통로에 대한 의존을 줄일 또 다른 교역로가 될 수 있다.
다만 세계 해운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아직 작다. CNBC는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 로사톰과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 자료를 비교해, 지난해 북방항로 물동량 3702만t이 2024년 세계 해상교역량 127억2000만t의 약 0.3%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투입되는 팬스타그룹의 '팬스타 아크로호(2800TEU급)'가 19일 부산항에 입항하고 있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오는 22일 부산신항에서 출항해 북극해를 지나 영국 펠릭스토,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에 기항한 뒤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는 항로로 40~45일간 운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6.08.19. yulnet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8/19/NISI20260819_0021403653_web.jpg?rnd=20260819151740)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투입되는 팬스타그룹의 '팬스타 아크로호(2800TEU급)'가 19일 부산항에 입항하고 있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오는 22일 부산신항에서 출항해 북극해를 지나 영국 펠릭스토,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에 기항한 뒤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는 항로로 40~45일간 운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6.08.19. [email protected]
올해는 통과 화물이 늘고 있다. CHNL은 9월 말까지 북방항로를 통과한 운항 104회를 확인했으며, 화물량은 약 370만t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전체 운항철의 320만t을 이미 웃도는 규모지만, 현재 운송의 중심은 국제 컨테이너 화물보다 러시아산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등 원자재다.
짧은 항해 거리가 곧바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얼음 때문에 운항 가능한 시기가 제한되고, 극지 운항용 선박과 높은 보험료, 러시아 측 통행료가 운송시간 단축에 따른 이익을 줄일 수 있다.
에너지·해운정보업체 케이플러의 매슈 라이트 분석가는 해운사들이 연중 안정적인 운항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북방항로가 기존 항로를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 전 총괄도 수에즈 항로를 대신하기보다는 일부 고부가가치 화물을 특정 계절에 빠르게 운송하는 노선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투자전략회사 퀀텀스트래티지앤드지오노믹스의 데이비드 로치 전략가는 북극항로의 핵심 의미를 세계 해운망의 재편보다 중·러의 경제적 관계 변화에서 찾았다. 그는 러시아가 유럽에서 잃은 가스시장을 메우려고 중국에 에너지 수출을 늘릴수록 중국의 러시아에 대한 영향력도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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