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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해지는 흑해 '뱀섬' 교전…승패 따라 유럽 안보까지 갈림길

등록 2022.05.12 15: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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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우크라엔 저항 상징

"러, 뱀섬 장거리 방공 구축 시 남부 육해공 장악"

나토 루마니아와도 근접…"남동부 유럽 해상 통제"

[뱀섬(우크라이나)=AP/뉴시스] 지난 3월13일(현지시간) 미국 민간 위성영상 업체 막사르 테크놀로지가 촬영한 우크라이나 뱀섬(즈미니섬) 모습. 2022.05.12.

[뱀섬(우크라이나)=AP/뉴시스] 지난 3월13일(현지시간) 미국 민간 위성영상 업체 막사르 테크놀로지가 촬영한 우크라이나 뱀섬(즈미니섬) 모습. 2022.05.12.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흑해 뱀섬(즈미이니섬)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교전이 치열해지면서, 향후 승패에 따라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 안보까지 갈림길에 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뱀섬이 거의 신화적 지위를 부여받았다"며, 전략적 가치가 있는 전쟁터가 됐다고 보도했다.

뱀섬은 우크라이나 남서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 남서쪽으로 약 120㎞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바위섬으로, 러시아군은 침공 몇 시간 만에 흑해 함대 기함 모스크바함을 보낼 정도로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하고 있다.

전쟁 초기 러시아군이 항복을 요구하자, 한 뱀섬 국경수비대원이 "러시아 군함은 엿이나 먹으라"고 욕설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가 올레그 즈다노프는 BBC에 "러시아군이 뱀섬 방어에 성공하고 장거리 방공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흑해 북서부 지역과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 육지·해상·영공을 통제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현재 뱀섬은 러시아군이 장악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최근 흑해 제해권을 확보하기 위해 뱀섬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상태 일일 정보 보고에서 뱀섬에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터키 바이락타르 무인기로 러시아 방공망과 보급선을 성공적으로 공격했다고 평가했다.

또 러시아 해군이 모스크바함을 잃고 크름반도(러시아식 표기 크림반도)로 후퇴한 데 이어, 러시아 보급선이 흑해 서부에서 최소한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지난달 7일(현지시간) 촬영한 위성사진에 크름반도 세바스토폴항에 정박 중인 모스크바함 모습. (사진=막사르 테크놀로지) 2022.05.12.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달 7일(현지시간) 촬영한 위성사진에 크름반도 세바스토폴항에 정박 중인 모스크바함 모습. (사진=막사르 테크놀로지) 2022.05.12. *재판매 및 DB 금지


우크라이나 곡물 주요 수출 경로인 항구도시 오데사가 러시아에 넘어간 만큼, 뱀섬까지 러시아가 장악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전략적·경제적 재앙이 될 수 있다.

즈다노프는 "러시아가 뱀섬에 장거리 방공 시스템 설치에 성공하면 우크라이나 해안까지 도달할 수 있는 자국 함대를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국방부도 "러시아가 전략 방공미사일과 해안 방언 순항미사일로 뱀섬에서 입지를 공고히 할 경우, 흑해 북서부를 장악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인근 유럽 국가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즈다노프는 뱀섬 장악이 러시아군으로 하여금 몰도바 친러 분리주의 세력 장악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에 침입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루마니아로부터 불과 45㎞ 떨어진 점도 위협이다.
[서울=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모스크바함에 저항 중인 우크라이나 뱀섬 수비대원을 묘사한 기념 우표를 들고 있다. (사진=젤렌스키 대통령 인스타그램 갈무리) 2022.05.12.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모스크바함에 저항 중인 우크라이나 뱀섬 수비대원을 묘사한 기념 우표를 들고 있다. (사진=젤렌스키 대통령 인스타그램 갈무리) 2022.05.12. *재판매 및 DB 금지


조너선 벤담 영국 해군 분석가는 "뱀섬에 있는 러시아 S-400 공중 미사일은 큰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루마니아 역사학자 도린 도프린쿠는 이 경우 오데사뿐 아니라 나토 남부도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루마니아 정부와 국민뿐 아니라 나토 전체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러시아가 우리 영토 동부 도시를 파괴할 역량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군사 정치 분석가 알렉산드르 미하일로프는 뱀섬 병력이 흑해 북서부와 함께 남동부 유럽 관문인 다뉴브 삼각주로 향하는 해상 교통을 통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하일로프는 "군사 기지나 군사 인프라가 있다면, 강으로 들어가거나 떠나는 선박 모두 봉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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