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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수술 후 상태 더 나빠진 반려견…위자료 받을 수 있을까

등록 2022.10.08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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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받고 퇴원했는데 봉합 벌어지고 피고름 차

재치료받고 퇴원했지만 또 봉합 벌어지고 출혈

뱃속에 스테이플러 7개 발견…큰 병원서 재치료

법원 "적절한 경과 관찰이나 조치 제대로 안 해"

"6년 동안 키운 반려견…정신적 고통 상당할 것"

항소 기각하고 '치료비+위자료' 모두 지급 판결

[법대로]수술 후 상태 더 나빠진 반려견…위자료 받을 수 있을까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수의사 과실로 반려견의 상태가 더 악화했다면 병원을 상대로 치료비와 위자료를 받아낼 수 있을까. 법원은 병원 과실이 인정된다며 치료비와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0년 7월 수의사 B씨가 운영하는 충남 아산의 한 동물병원에서 반려견의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

문제는 퇴원 다음 날부터 발생했다. A씨는 반려견 수술 부위의 봉합 부분이 벌어지고 피고름이 나오는 것을 발견했고, 다시 해당 병원을 찾아 입원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다음 날에도 상처 부위가 아물지 않고 고름이 차오르는 등 상태가 악화했다.

그로부터 4일 뒤 A씨는 반려견의 퇴원 여부를 물었고, B씨는 퇴원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B씨는 "반려견의 배가 다소 불편해도 목욕시키면서 풀 것이니 그냥 두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A씨는 반려견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A씨는 집으로 돌아가 반려견의 수술 부위를 살펴보다 경악했다. 반려견의 수술 부위를 감싼 붕대가 말려 올라간 사이로 수술 부위 절개 부분이 벌어져 있고, 피가 흘러내리는 상태였다고 한다.

붕대를 풀고 자세히 살펴보니 절개 부위는 봉합되지 않은 채 벌어져 있었고, 그 틈으로 뱃속에 차있는 고름이 보였다.

B씨는 A씨가 전화로 항의하자 빨리 반려견을 병원으로 데려오면 다시 수술을 하겠다고 답했다. A씨는 다른 병원으로 반려견을 데려갔지만 "더 큰 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듣고 또 다른 병원으로 향했고, 검사 결과 반려견의 대장에서 스테이플러가 7개 들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결국 반려견은 수술 부위 염증과 일부 괴사한 조직을 정리하고, 복벽을 재건하는 개복술 등 수술을 받았다. 이후로도 3차례 진료를 받은 후에야 완치할 수 있었다.

A씨는 B씨 병원을 상대로 국민신문고 민원을 제기했고, 현장점검 결과 병원에는 A씨 반려견의 제대로 된 진료기록이 없었다. 또한 유효기간이 지난 약제가 비치돼 있어 해당 병원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후 A씨는 B씨를 상대로 반려견 치료비 219만2000원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2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수술 부위를 제대로 봉합하지 않고, 넥카라 등을 씌우지 않아 반려견이 수술 부위를 핥거나 스테이플러를 삼키게 했다는 취지였다.

8일 법원에 따르면 대전지법 민사합의2부(부장판사 최병준)는 A씨가 수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청구 소송에서 지난달 8일 원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B씨가 반려견에 대한 수술 이후 수의사가 통상적으로 기울여야 할 적절한 경과 관찰이나 사후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고 보고, B씨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두 번째 퇴원 이후 발견된 반려견 수술 부위 괴사나 염증, 반려견이 스테이플러를 삼키는 등 사고에 대해서는 수의사의 부주의가 있었으며, 반려견의 체질적 원인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위자료 지급 의무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는 오랫동안 함께 지내 온 반려견이 의료상 과실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치료를 받았다"며 "6년 넘게 반려견을 키우면서 많은 애정을 쏟는 등 정신적 교감이나 유대 정도가 강한 점 등을 고려하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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