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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 60주기...오류 5000곳 바로잡은 '삼대' 정본 나왔다

등록 2023.04.02 18: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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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출판사 지식을만드는지식이 올해 염상섭(1897~1963) 사후 60주기를 맞아 '삼대'를 오리지널 정본으로 출간했다. (사진=지식을만드는지식 제공) 2023.04.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출판사 지식을만드는지식이 올해 염상섭(1897~1963) 사후 60주기를 맞아 '삼대'를 오리지널 정본으로 출간했다. (사진=지식을만드는지식 제공) 2023.04.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출판사 지식을만드는지식이 올해 염상섭(1897~1963년) 사후 60주기를 맞아 '삼대'를 오리지널 정본으로 출간했다고 2일 밝혔다.

염상섭의 장편소설 '삼대'는 서울의 한 중산층 집안인 조씨 일가 3대의 삶을 통해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담아낸 작품이다. 식민지 체제 아래에서 한 집안이 어떻게 몰락하고, 당시 그들의 의식과 고뇌가 어떠했는지 사실적으로 묘사해 1930년대 가계소설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지식을만드는지식은 "'삼대'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작품이지만 제대로 읽어본 이가 많지 않고, 완전히 이해한 사람은 더욱 드물다"며 "작품 배경이 되는 100년 전의 식민지 경성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서울은 사람과 언어·지리·문화 등 모든 것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대'를 다시 살려내기 위해서는 현재의 독자들이 읽을 수 있게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지난 90년의 세월을 통과하면서 잃어버린 우리 문학의 가독성을 회복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삼대'는 조선일보에 1931년 1월1일부터 9월17일까지 총 213회에 걸쳐 연재됐다. 염상섭은 '삼대' 연재가 끝나자마자 검열 당국에 출판허가를 신청하지만 거절당한다. 해방 후 반공 이데올로기가 더욱 강화되면서 원전 그대로의 단행본 출간은 더욱 요원해졌다. 그는 검열을 통과하기 위해 내용을 대폭 수정해 단행본을 출간한다. 그러면서 당시 사회를 비판하던 내용은 순화되고 가족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이 개작은 염상섭 본인에 의해 이뤄지긴 했으나 이를 원본으로 볼 수 없다. 작품의 미비한 점을 보충한다는 의미보다는 분단으로 인한 사회·정치적 상황에 인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그간 개작 과정을 연구하고 여러 판본들의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껴왔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에 전승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신문 연재본을 원전으로 삼아 정본을 확정했다. 출판사 지식을만드는지식은 "정본 확정은 연구자들에게는 작품 분석을 위한 기초가 되고, 독자에게는 오류 없는 작가의 오리지널 원고를 만날 수 있게 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삼대'에 수록된 곁텍스트 '선은 광장'. (사진=지식을만드는지식 제공) 2023.04.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삼대'에 수록된 곁텍스트 '선은 광장'. (사진=지식을만드는지식 제공) 2023.04.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전승주 교수는 조선일보 연재본을 저본으로 한 책 3종과 개작된 단행본을 기본으로 한 책 3종을 비교해 총 5000여곳의 서로 다른 점을 찾아냈다. 이 5000군데의 차이는 개작으로 인한 변화도 있지만 출간 과정에서 일어난 상당한 오자와 오식 등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그 오류들에는 염상섭이 다음날 정정기사를 통해 바로잡겠다고 직접 밝힌 것을 정정하지 않은 것도 꽤 있다. 예를 들면 "그것은 너무나 '극단'이오"에서 '극단'을 '독단'으로 정정한다고 했는데 이후 출간된 모든 판본이 이를 고치지 않은 채 '극단'으로 표기하고 있다.

특히 '삼대'의 무대가 된 1920년대의 경성은 2020년의 서울이 아니다. 독자들이 경성을 서울로 생각하고 작품을 읽는 착각을 바로잡기 위해 '삼대'를 시간·공간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곁텍스트'를 수록했다. '삼대' 전문 연구자인 김희경 박사가 255쪽에 달하는 곁텍스트를 작성했으며, 문학평론가 김종욱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해설과 조선일보 연재시 게재됐던 안석주 화백의 삽화도 함께 실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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