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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호수서 보트 전복사고…알고보니 '스파이 파티'?

등록 2023.06.02 10:34:22수정 2023.06.02 10:3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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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자 21명, 이탈리아와 이스라엘 첩보 요원들

불가리아어 능숙한 선장에 부인은 러시아 여성

흥미 요소 가득해 현지 매체들 온갖 추측 쏟아내

[롬바르디=AP/뉴시스]이탈리아 북부 마조레 호수에서 지난 28일(현지 시간) 보트가 침몰하면서 이탈리아와 이스라엘 스파이들이 숨진 사건이 온갖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소방 헬기가 마조레 호수 상공에서 침몰한 보트를 찾고 있는 모습. 2023.6.2.

[롬바르디=AP/뉴시스]이탈리아 북부 마조레 호수에서 지난 28일(현지 시간) 보트가 침몰하면서 이탈리아와 이스라엘 스파이들이 숨진 사건이 온갖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소방 헬기가 마조레 호수 상공에서 침몰한 보트를 찾고 있는 모습. 2023.6.2.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이탈리아 북부 마조레 호수에서 지난 28일 보트가 침몰하면서 탑승자 23명 가운데 4명이 숨지는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다음은 기사 요약.

이탈리아 매체 보도에 따르면 탑승객 가운데 21명이 전현직 첩보원들이며 13명은 이스라엘 모사드 소속이고 나머지는 이탈리아 정보기관원들이다.

이들이 생일축하 파티를 하고 있었다는 공식 발표는 이들이 광란의 파티를 벌였다는 사실을 감추지 못했다.

이탈리아 정보 당국은 숨진 사람 가운데 2명이 이탈리아 정보 기관원이라고 밝혔으며 이스라엘은 1명이 퇴직 모사드 기관원이라고 밝혔다. 숨진 나머지 1명은 보트 선장 부인으로 러시아 여성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스파이들이 일요일 오후에 “쾌락”이라는 이름의 배를 빌려 무슨 일을 벌인 거냐며 궁금해 한다. 이탈리아 매체들은 이 사건에 “스파이 파티”라는 이름을 붙였다.

일부 매체들은 이날 보트 여행이 정보 교환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추정했다. 보트 선장이 불가리아에 능숙하고 부인이 러시아 여성이라는 점이 과연 우연이었느냐, 밀라노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가 추정한 대로 스파이들이 호수 주변에 투자하려는 러시아 재벌을 위해 조사중이었다는 식이다.

사건 담당한 마시모 데 필리포 검사와 상관인 카를로 노세리노 검사는 이런 추정들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며 자신들은 보트가 어떻게 침몰했는 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장 카를로 카르미나티(60)는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고 있다. 호수의 일부가 면한 롬바르디 지역의 브수토 아리시지오에 사무실을 둔 노세리노 검사장은 “승객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 지는 관심 없다”고 밝혔다.

지난 31일 오후 현재 침몰한 보트는 물가 쪽으로 끌어올리기는 했으나 풍선을 달아 인양하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실패해 여전히 물에 잠긴 상태다.

노세리노 검사는 보트에서 서류 또는 서류가방이 발견될 경우 정부가 수사를 중단시킬 것이라는 언론의 추정에 동의했다.

사고 생존자들이 사고 발생 몇 시간 만에 호수를 떠난 것도 의문을 낳고 있다. 모사드는 비행기를 보내 이스라엘 생존자들을 데려갔고 이스라엘 내부에 사건 상세가 보도되는 것을 막으려 시도하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들은 지난 31일 숨진 이스라엘 사람이 전직 모사드 요원이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보 당국은 성명에서 숨진 사람 클리우디오 알론지(62)와 티지아나 바르노비(53)가 이탈리아 정보기관 요원임을 확인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숨진 요원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으며 그의 장례식이 지난 31일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거행됐다.

모사드는 숨진 요원이 맡았던 일 때문에 그의 신원을 상세히 공개할 수 없다면서 모사드는 평생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 안보를 위해 헌신한 전문가를 잃었다고 밝혔다.

익명의 전직 고위 국방 당국자에 따르면 숨진 모사드 전직 요원은 외국 정보기관과 비밀 연락을 담당하는 부서 소속이었다. 모사드에서 퇴직한 뒤에도 계속 활동해왔으며 이스라엘과 이탈리아 첩보기관 사이의 협력 업무차 동료들과 함께 이탈리아에 왔다고 했다. 모사드와 이탈리아 정보기관은 대테러전쟁, 이란 핵계획 정보 수집 등 공통관심사가 있다고도 했다.

생존자들 가운데 28일 사건 경위를 조사하는 이탈리아 경찰에 신분증을 제시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검사에 따르면 이들은 보트가 침몰해 신분증을 잃어버렸다고 답했다.

검사들은 또 이탈리아 생존자들이 수사관들에게 자신들이 내각의장실 소속이라고 밝혔으며 이스라엘 사람들은 정부 대표단 일원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했다.

롬바르디 지역 시민보호국은 사건 당일 밤 호수에 폭풍이 일 것으로 예보했다. 그러나 현지 일기예보 기관 기상학자 파올로 발리사는 모든 조건을 감안하더라도 “배가 뒤집힐 정도의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호수 주변 풍속기에 기록에 따르면 호수에서 분 돌풍이 시속 32~60㎞였으나 보트가 뒤집힌 장소에서는 급격한 하향 바람으로 강풍이 불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루 종일 날씨가 좋았다”면서 그러나 보트에 폭풍이 닥쳤을 때는 굵은 비가 내려 보트가 구름 속을 통과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엄청난 비와 우박, 바람으로 배가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고 했다.

처음 바다갈매기가 호수 중간에 모여 있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다가가 보니 침몰한 배에서 나온 사람들이었고 모두 아이들처럼 “살려 달라고 고 소리쳤다”고 했다. 자신과 동료가 일부를 보트에 끌어올렸고 의지할 수 있는 물건들을 던져줬으며 몇 몇은 호안까지 헤엄쳐 갔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지나가지 않았으며 모두 숨졌을 것”이라고 했다.

마조레 호수 대중교통 책임자 파올로 마주첼리는 사건 발생 당시 “풍속이 순식간에 빨라졌다. 국지적으로 매우 강한 바람이 불었다”면서 “사람들이 운이 나빴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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