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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암표 기승 부리지만…"허술한 처벌 규정이 문제"

등록 2024.01.05 06:00:00수정 2024.01.05 08: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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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준 공연 암표 들끓자 '공연 취소' 강수

암표 신고 2020년 359건→2022년 4244건

'매크로 금지' 개정 공연법 올 3월부터 시행

"암표 범죄 조직화…조직원은 처벌 어려워"

[서울=뉴시스] 가수 성시경 매니저가 연말 콘서트 암표상을 직접 잡았다. (사진=성시경 인스타그램 캡처) 2023.11.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가수 성시경 매니저가 연말 콘서트 암표상을 직접 잡았다. (사진=성시경 인스타그램 캡처) 2023.11.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선정 기자 = 최근 공연계가 암표와의 전쟁을 치르는 가운데 허점이 많은 처벌 규정이 암표 판매가 기승을 부리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얼마 전 가수 장범준은 암표 문제로 콘서트를 취소했다. 2년 만에 여는 공연을 앞두고 암표 거래가 성행하자 장범준은 "암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일단 공연 티켓 예매를 전부 취소하기로 했다. 추후에 좀 더 공평하고 좋은 방법을 찾아서 다시 공지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열린 가수 임영웅의 전국투어 콘서트에서도 티켓이 매진되자 16만원 상당의 티켓이 10배가 넘는 금액에 거래되는 일도 있었다.

가수 아이유는 지난해 콘서트를 앞두고 암표 거래를 막기 위해 부정 거래 신고자에게 티켓을 포상하는 이른바 '암행어사 제도'를 시도하기도 했다.

최근 암표상들은 주로 컴퓨터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표를 사재기하고 있다. 매크로는  자동으로 특정 명령을 반복 입력하는 방식으로, 짧은 시간 내에 대량의 정보를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키를 한번 입력하면 동일 명령이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조작하는 것보다 예매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암표 신고 접수 건수는 폭증하고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이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신고된 공연 암표 건수는 2020년 359건, 2021년 785건, 2022년 4244건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공연 주최사는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 구매자를 자체 모니터링하거나 현장에서 엄격하게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는 등 암표 거래를 막으려는 조처를 하고 있지만 암표 거래 행위를 근절하기엔 역부족이다.

[서울=뉴시스] 임영웅. (사진 = 물고기뮤직 제공) 2023.11.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임영웅. (사진 = 물고기뮤직 제공) 2023.11.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처벌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암표상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규정은 경범죄처벌법과 형법상 업무방해죄 등이다.

경범죄처벌법은 흥행장·경기장·나루터 등에서 웃돈을 주고 표를 되판 사람은 2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벌금 수준이 소액이라 억지력이 미미한 데다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암표 매매는 적용할 수 없어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업무방해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기에 경범죄처벌법보다 강한 제재가 가능하다. 실제로 2017년에 야구경기 암표 판매를 위해 1인당 예매 수 제한이 있음에도 매크로를 이용해 수백 장의 표를 구입한 자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인정해 피고인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사례도 있다.

다만 업무방해죄의 경우에도 법리적으로 포털사이트 또는 통신판매업자만이 피해자로 인정된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2019년에는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 판매 조직이 검거된 첫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대중문화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 신원이 출간한 '연예매니지먼트 분쟁 사례집'을 보면,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2021년 아이돌 공연과 팬미팅 표를 싹쓸이해 암표로 팔았던 조직의 주범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 조직은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콘서트 온라인 입장권을 예매한 후 인터넷 사이트와 지인, 여행사 등을 통해 판매하는 방법으로 수십 배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자금관리책, 예매책, 매크로 프로그래머, 전달책 등의 체계도 갖추고 있었다.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 조직을 처벌하는 근거도 마련됐다. 오는 3월22일부터는 온라인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입장권 부정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개정 공연법이 시행된다.
 
하지만 개정법 시행 전부터 실효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개정법은 암표를 상습적으로 판매하거나 알선한 사람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역할을 세분화한 기업형 조직에게 해당 조항을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부산=뉴시스] 이동민 기자 = 지난해 10월21일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2023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BOF) K-POP콘서트'에서 걸그룹 '오마이걸'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하다. 2023.10.21. eastsky@newsis.com

[부산=뉴시스] 이동민 기자 = 지난해 10월21일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2023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BOF) K-POP콘서트'에서 걸그룹 '오마이걸'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하다. 2023.10.21. [email protected]



법무법인 신원의 이소희 변호사는 "최근에는 예매책, 자금관리책, 티켓 수령책, 티켓 판매책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해 티켓 구매부터 재판매까지 여러 사람을 거치게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조직 범행의 경우 주범을 제외하고 암표 판매 행위임을 인지하지 못한 다수의 조직원들까지는 처벌하기 어려운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매크로를 이용하지 않고 개인이 여러 아이디를 이용해 입장권을 구매한 후 웃돈을 얹어 되파는 암표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어 "다양한 암표 거래 행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개정안을 마련하는 등 처벌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며 "또한 건전한 공연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암표 구매를 소비하지 않는 인식 변화를 위한 노력도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개정 공연법 시행에 따라 암표 거래 모니터링 및 신고 내용 사실관계 확인, 법률상 처벌 여부 검토 등 주무 부처 행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대국민 인식 캠페인 활동과 업계 간담회를 통해 암표 근절 문화를 조성하는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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