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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전직원과 매주 독서토론하는 CEO…퇴직자도 다시 찾는다는 이 회사

등록 2022.12.04 10:00:00수정 2022.12.06 18: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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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영림원소프트랩의 독창적 조직문화 '영웨이협의체' 탐방
전직원이 남녀노소로 조 편성해 독서 감상문 발표하고 토론
삶의 의미, 허영, 권태 등 허심탄회한 철학적 토론 이어져
토론 후 사내식당에서 CEO와 와인 마시며 담소
'존엄회복'·'발전지향' 중심의 기업문화 정착 목표
"사람이 경쟁력" 권영범 창업자 "누구나 다니고 싶은 회사 만들겠다"
속초 워케이션·창립 기념 전직원 해외여행 등 복지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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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지난달 30일 서울 강서구 영림원소프트랩 '한마음센터'에서 권영범 CEO와 직원들이 독서 토론회 '영웨이 협의체'에 참석한 모습.(사진=영림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영림원에서 22년 근무하며 여러 업무를 했지만 권태로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호기심으로 새로운 클라우드 비즈니스에 지원했고 많은 고객들을 만나며 간접적인 도움이 됐습니다. 인생의 여러 권태로움을 ‘호기심’이라는 단어를 통해 접근하면 새로운 것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사회 초년생 시절 회사 급여가 나오지 않았을 때 그만두지 못하고 자취를 하면서 카드를 쓰기 시작했고 그 돈 때문에 신용 불량자가 된 적이 있습니다. 카드사 독촉 전화가 올 때 마다 위축되고 피하는 모습에 돈 때문에 존엄성이 훼손당했다고 느꼈죠."

지난달 30일 오후 강서구 영림원소프트랩(이하 영림원) 본사 대회의실.  다양한 부서와 연령대로 구성된 직원 20여명이 둘러앉아 열띤 토론을 벌인다. 내용을 들어보니 같은 도서를 읽고 각자 감상문을 발표한 뒤 자유롭게 토론하는 독서 토론이다.

그런데 질문과 토론 내용이 심상치 않다. 첫 질문이 “본인의 삶에서 돈의 가치와 중요성은?”이다. “사회적 환경의 영향에 대해 무관하게 본인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이 뒤를 잇는다. 토론에서는 “본인이 살아 오면서 허영을 부렸던 경험”, “권태로웠던 시기에 존엄한 존재로서의 자신을 어떻게 느꼈는지” 등 꽤 철학적인 관점에서 삶의 의미를 들여다보게 한다.

영림원은 국내 ERP(전사적자원관리) 프로그램을 만드는 중견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평일 오후 한창 바쁜 업무시간에 연구 개발 회의나 영업회의가 아닌 독서토론회라니. 대체 어떤 사연일까.

평일 오후 대회의실서 펼쳐진 '독서토론'…영림원표 기업문화 '영웨이 협의회'
이날 행사는 '영웨이 협의회'다. 창업자인 권영범 대표가 직접 주관하는 이 기업 고유의 조직문화다. 약 350여명의 전직원이 20명씩 조를 짜서 매주 수요일 CEO와 함께 독서 토론을 벌인다. 1교시에서 각자 작성한 독서 감상문을 발표한 뒤 2교시에서는 ‘발전의 철학’과 ‘존엄 문화’ 관점에서 토론을 한다. 무려 4시간 동안 진행된다.

1개 조에는 20대 MZ세대부터 60대 시니어 그룹까지 골고루 분포돼 있다. 특히 외부 파견 직원들과 내부직원간 융합될 수 있도록 조를 편성한다. 이 회사는 현재 외부에서 파견 근무하는 직원만 150여명이다.

이날 토론회의 지정 도서는 박완서 소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이다. 자칫 난이도 높은 책 내용과 질문들에 직원들이 지루해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토론 분위기는 진지하고 열정적이다. 한 명도 빠짐없이 자신의 의견을 자신 있게 표출하고, 직위에 상관 없이 다소 사적이고 허심탄회한 속내까지 자유롭게 털어놨다.

클라우드사업부에서 근무하는 50대 직원 A씨는 ‘권태로움’에 대해 토론하면서 잠시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나이가 들다보니 눈물이 많아진다”고 너스레를 떠는 등 유머러스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CEO와 함께 하는 토론이어서 불편하지는 않을까 궁금했지만 권영범 대표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대신 진행을 맡고 있다.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가끔씩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토론이 끝이 아니다. 직원들은 사내 식당으로 이동해 4개조로 나눠져 작성한 과제 중 하나를 주제로 선택해 대화한다. 저녁식사와 함께 와인을 마시며 자유롭게 대화하는 형태다. 그리고 권 CEO는 여러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직접 직원들과 소통하고 피드백을 청취한다.

직원들은 독서토론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독서토론을 준비한다는 게 다소 부담되는 건 사실이다. 책 내용이 어렵고, 질문 수준도 만만치 않아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대체로 이 독서 토론의 의의를 충분히 공감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컨설턴트로 근무하는 50대 직원 B씨는 “책이 어렵고 독서 감상문 적는 게 걱정이 됐지만 막상 하고 나면 젊은 직원들의 멘토로서 이런 철학적인 주제를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좋다”고 했다. 20대 마케팅 직원 C씨는 “이게 주제가 되서 서로 소통을 하면서 단결이 되고, 다양한 시각의 얘기를 듣고 과거를 뒤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돼 좋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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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지난달 30일 서울 양서구 영림원소프트랩 '한마음센터'에서 권영범 CEO와 직원들이 독서 토론회 '영웨이 협의체'에 참석한 모습.(사진=영림원) *재판매 및 DB 금지



CEO가 독서 지정, 질문부터 진행까지…그는 왜 독서토론을 벌이나
권영범 CEO가 독서 토론에 열정적인 이유는 단순히 그가 ‘독서광’이기 때문 만은 아니다. 직원 개개인의 존엄성을 높이는 조직문화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권 대표는 "존엄회복과 발전지향 두 가지를 목표로 기업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라면서 "독서를 통해 토론하고, 생각의 변화가 생겨야 문화도 형성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낮에는 독서 토론을 하고 저녁에는 소그룹으로 남녀노소 섞여 와인을 마시면 대화가 자유롭게 잘 된다. 공동체 의식이 더 살아나고, 이는 시너지를 내는 조직으로 정착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림원소프트랩이 상장하기 전에도 '한마음 협의체'를 열어 독서 토론을 3년 간 진행한 바 있다. 매 회 빠지지 않고 참여하다보니 그의 참가 빈도는 일주일에 2회씩 3년 동안 이 협의체에 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열정을 쏟았다.

그 결과 조직의 20대~60대 다양한 연령층이 어울려 화합하고 이를 발판 삼아 영림원은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며 코스닥 시장에도 상장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영웨이 협의체'도 이의 연장선이다. 권 대표는 "코로나19로 개인의 고립화가 심화됐고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는 기업이 되려면 좋은 기업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당초 그의 목표는 영웨이 협의체를 매분기 개최하는 것이었으나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내년부터는 1년에 한 번 지정된 책 세 권 중 하나를 골라 진행하는 형태로 개최할 예정이다.

그는 협의체 중간에 경영 화두를 제시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좋은 질문을 작성해서 던져주는 게 내 역할이고, 직원들이 나와 직접 대화하는 건 아니다"라며 "수평 조직과 자율 경영이 기본 이념인데 CEO가 토론에 참여하는 것보다는 직원들이 스스로 존엄한 존재로서 확실하게 가슴에 담고 삶의 방향성이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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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체트서톤스 호텔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사업 총괄 대신 조직문화책임자(CCO) 역할에 주력하는 CEO…"사람이 경쟁력"

삼성전자 컴퓨터사업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인 권 대표는 영림원을 창업한 뒤 24년 넘게 ERP 한 분야만 파고들었고 국내 시장을 대표하는 ERP 기업으로 회사를 키웠다. 그는 CEO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겸임했을 정도로 연구개발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일까. 아직까지도 '대표' 대신 '원장님'이란 호칭으로 부르는 이가 적지 않다.

지난 2020년 영림원은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며 아시아 등 해외 ERP 시장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연매출은 477억원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는 상장 이후 CEO와 최고문화책임자(CCO, Chief Culture Officer)를 겸임하며 사업 현장을 챙기는 대신 기업문화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좋은 인재들이 모이는 직장, 다니고 싶은 직장이 되기 위해선 이를 뒷받침할 할 정도로 좋은 기업문화가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바다보고 온천 즐기는 워케이션, 전직원과 떠나는 해외워크샵…퇴사자도 다시 찾는 기업
영림원에는 독서 토론 말고도 부러움을 살 만한 기업문화와 복지가 수두룩하다. '속초 워케이션'이 대표적이다. 영림원은 속초 청초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속초체스터톤스 호텔을 매입해 직원들의 워케이션 장소로 쓰고 있다. 일주일 간 호텔 숙박과 식대 25만원, 교통비를 지원한다. 25평형 2개 객실에 2인 1조로 4명의 직원이 각각 화장실이 붙어 있는 원룸에서 지낸다. 이에  매달 신청 기간에는 ‘광클’ 대란이 벌어질 정도로 직원들에게 인기가 좋다.

사내 식당도 권 대표가 꼼꼼히 신경쓰는 부분이다. 이 회사의 사내 식당에서 근무하는 영양사와 조리사는 모두 정직원들이다. 사내 임직원들의 건강에 더욱 신경써달라는 취지에서 직접 고용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회사 식당은 '건강 맛집'이자 '뷰맛집'으로 통한다. 코로나19 당시 빌딩내 전망 좋은 음식점이 매물로 나왔을 때 사내식당으로 구입했다는 설명이다. 점심식사는 법 규정에 때문에 한끼당 소정(2000원)의 식비를 받지만 저녁 식사는 모두 공짜다.

영림원은 내년으로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지난 2013년 창립 20주년을 맞아 전 직원들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해외 워크샵을 다녀온 바 있다. 내년에도 일본 오키나와로 전직원과 함께 워크샵을 다녀오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이런 조직문화가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중 영림원이 유독 장기 근속자들이 많은 이유다. 퇴사를 하더라도 재입사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는 전언이다.

권영범 대표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는 기업이 되려면 좋은 기업문화로 정착을 시켜야 한다"며 "인간 대 인간으로써 상대를 존중하려면 자신의 존엄성부터 회복하고, 개인의 발전을 통해 회사의 발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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