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단독]수요시위 '욕설' 여전한데…인권위 "경찰, 보호 권고 이행"

등록 2023.11.02 06:00:00수정 2023.11.02 06:23:2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인권위, 수요시위 긴급구제 '일부 수용' 판단

작년 1월 종로서에 수요시위 보호토록 권고

시·공간 분리, 소음 관리, 처벌 요구 땐 수사 등

경찰 "이행했다"…보수단체 혐오발언 그대로

"인권 최후 보루가 반인권적 결정 내리다니"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62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반대편에서 맞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3.11.01.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62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반대편에서 맞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3.11.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일부 보수단체의 집회 방해로부터 '수요시위'를 보호하라는 긴급구제 권고를 경찰이 일부 받아들였다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판단했지만, 여전히 수요시위 참가자들을 향한 욕설과 혐오 발언이 반복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2일 국회 운영위원회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권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달 12일 제32차 상임위원회를 열고 '수요시위 방해에 대한 경찰의 부작위 관련 긴급구제' 권고를 서울 종로경찰서가 일부 수용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등 시민단체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현장에서 반대단체들이 맞불 집회를 열면서 발생하는 욕설과 혐오 발언, 명예훼손 등 인권침해를 국가 공권력이 방치하고 있다며 지난해 1월 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같은 달 집회가 열리는 주한일본대사관 앞을 관할하는 서울 종로경찰서장에게 수요시위에 방해되지 않도록 반대집회 주최 측에 시간과 장소를 달리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라고 권고했다.

또 같은 시간과 장소에 두 집회가 열리더라도 ▲반대 집회 측이 스피커 소음 등으로 수요시위를 방해하거나 수요시위 참가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지 않도록 현장에서 권유·경고할 것 ▲피해자 측에서 처벌을 요구할 경우 적극적으로 제지하고 수사할 것 등도 권고했다.

이처럼 수요시위 보호를 권고한 지 1년10개월여 만에 경찰이 이를 일부 이행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놓은 것이다.

인권위는 판단 근거로 "피진정인(서울 종로경찰서장)이 소음측정기를 사용해 양측 소음을 측정하며 기준치 이상 소음이 높아지는 경우 양측에 소리를 낮춰줄 것을 요청했다"며 "다수 경찰 투입과 경찰버스 배치 등으로 집회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했다"는 점을 제시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정의기억연대 회원들과 시민들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62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3.11.01.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정의기억연대 회원들과 시민들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62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3.11.01. [email protected]



다만 집회 시간·장소 분리 권유, 지나친 스피커 소음이나 모욕성 발언 자제 경고, 피해자의 처벌 요구시 적극적 제지와 수사 개시 권고는 "경찰의 이행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경찰이 집회시위 현장에서 법에 따라 반대 집회를 제지하는 것은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 보니 혼잡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번 인권위 결정은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에 가깝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권고가 일부 수용됐다는 인권위 판단과 달리 경찰의 보호 조치 전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수요시위에 참가하는 시민과 활동가들의 지적이다.

한 정의연 활동가는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수요시위에 오는 학생들에게 '매춘부 진로 교육을 받으러 왔느냐'라고 얘기한다"며 "시위에 참여하는 수녀님들에겐 '종교인이 어떻게 매춘을 옹호하느냐. 수녀가 이제 개돼지로 보인다'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영상 촬영을 담당하는 방학 정의연 활동가는 "최근 반대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둘러싸여 폭행당한 사건이 있었다"며 "그때 경찰이 바로 옆에 있었는데 자기들은 체포 권한이 없고 가해자도 특정할 수 없다면서 가해자를 잡으려고 하지 않았다. 영상을 보여주면서 가해자를 특정해서 집요하게 요구하고서야 경찰이 조치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62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23.11.01.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62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23.11.01. [email protected]



실제 뉴시스가 전날(1일) 찾은 수요시위 현장 인근에선 보수단체 세 곳이 스피커로 "이 사기꾼들아" "위안부는 매춘부다" "XX하지 마라" 등의 발언을 하고 있었다.

일부는 수요시위에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겨냥해 원색적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정의연 활동가뿐 아니라 시위에 참석한 어린 학생들도 내내 이런 발언을 묵묵히 들어야 했다.

경찰은 수요시위와 이들 단체 사이인 종로구 SK에코플랜트 건물 앞에서 소음 측정을 하고 있었지만, 측정 장소와 집회 현장이 경우에 따라서는 30여m 넘게 떨어져 있어 실제 측정 효과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요시위 보호보다는 인근 시민들이 입을 피해를 고려해 건물 외벽 앞에 (측정기를) 설치하고 있다"며 "거리가 멀어 기준 소음을 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집회 소음이 중첩되면 기준치를 넘겨도 소음 주체를 가려내 처벌하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강경란 정의연 활동가는 "어떤 의제를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 아닌 우리를 반대하기 위한 집회를 하는 것은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행위"라며 "인권의 최후의 보루라고 하는 인권위가 반인권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피해자들한테 혐오가 향해도 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성국 의원은 "인권위의 대부분 권고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받아들여진 건 경찰의 소음 측정과 단체들을 버스로 이격시키는 것 뿐"이라며 "경찰이 권고를 대부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은데, 인권위는 종로경찰서가 권고를 '일부 수용'했다고 판단했다"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