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줄인상 눈치보는 명품 브랜드들…연말연시 인상 동향은
샤넬, 지난해 네 차례 인상…올해는 두 차례 인상
프라다·버버리 지난해보다 가격 인상 횟수 적어
"기존에 가격을 많이 올려놔 진입 장벽 높아져"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 5월24일 오전 서울 시내 백화점에 샤넬 핸드백이 진열되어 있다. 2023.05.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소비 심리 위축 여파로 명품에 대한 관심도가 다소 꺾이면서, 예년에 비해 올해 명품 브랜드들의 인상 움직임이 다소 잦아드는 분위기다.
다만 크리스마스 등 선물 수요가 많은 연말·연시에 일부 명품 브랜드들이 또다시 줄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가격을 올려 특수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8일 명품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CHANEL)은 올해 2월과 5월, 두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해 총 네 차례(1월·3월·8월·11월)에 걸쳐 주요 제품의 가격 인상을 했던 것과 비교하면 횟수는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한 명품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명품 브랜드들의 인상 횟수가 적었던 것 같다"며 "기본적으로 고금리 기조에 소비심리가 악화한데다 명품 줄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과 피로도가 쌓인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총 네 차례 가격 인상을 했던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프라다(PRADA)는 올해 평균 총 세 차례에 걸쳐 10% 안팎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해 총 두 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을 실시했던 버버리(Burberry)는 올해 FW(가을·겨울) 시즌을 앞두고 한 차례 가격 인상을 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을 가져갔던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디올(DIOR)은 지난 7월 한 차례만 인상했다.
프랑스 시계·주얼리 브랜드 까르띠에(Cartier)는 지난 10월 전 제품의 가격을 최대 18% 인상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두 번째 가격 인상을 가져갔다.
진주로 유명한 일본의 주얼리 브랜드 타사키(TASAKI)는 지난 10월 제품 가격을 평균 25~66% 인상하며 한 차례 가격 조정에 그쳤다.
지난 7월에는 불가리(Bulgari)가 주요 제품의 가격을 6~7% 인상해 올해 들어 두 번째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해에도 두 차례 가격 인상을 한 바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무리 명품이라고 할지라도 구매 여력이 있는 이들이 구매할 수 있게 끔 적정선에서 가격이 설정돼야 한다"며 "너무 가격이 뛰면 진입 장벽 자체가 높아져 무한정 올릴 순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이른바 '에루샤' 등 명품 브랜드들은 수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을 가져가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에르메스코리아·루이비통코리아·샤넬코리아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세 명품 브랜드의 지난해 매출 합계는 3조9324억원으로 4조원에 육박했다. 이는 전년(3조2192억원) 대비 22%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가장 매출이 높았던 브랜드는 루이비통코리아로,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1조692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38% 급증한 4177억원으로 집계됐다.
샤넬코리아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1조5900억원, 영업이익은 66% 성장한 4129억원에 달했다.
이어 에르메스코리아는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23% 성장한 650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23% 증가한 2105억원으로 집계됐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사진은 지난 1월5일 서울 시내 백화점 프라다 매장. 2023.01.05. [email protected]
그러나 일부 명품 브랜드들은 연말과 연시를 앞두고 또다시 가격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크리스마스 등 선물 수요가 늘어나는 명품 성수기 특수를 노리겠다는 계산이다.
우선 보테가베네타(BOTTEGA VENETA)는 지난 11월 일부 핸드백 제품의 가격을 5~7% 인상한 바 있다. 지난 5월 가격 인상 이후 두 번째 가격 조정이다.
업계에서는 샤넬이 조만간 핸드백 등에 대한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미 지난 9월 호주·일본 등 해외 일부 국가에서 샤넬이 클래식 핸드백 등 가격 인상을 단행한 만큼, 업계에선 조만간 국내 제품가도 오를 것이란 얘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다만 샤넬 측은 "올해 연말 가격 인상에 대한 내용이 공유된 바가 아직 없다"고 반박했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HERMES)는 매년 1월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올해도 1월에 10%대 가격 인상을 가져간 만큼, 내년 1월에도 가격 인상은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아울러 디올 역시 매년 1월과 7월 주요 제품의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내년에도 새해를 맞아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와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들어 화제가 됐던 벨기에 명품 브랜드 델보(Delvaux) 역시 최근 연초에 가격 인상을 가져가는 추세다.
때문에 연말연시 명품 선물을 준비하려는 이들이 서둘러 서울 시내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 명품 매장이나 '민트급(신품에 준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명품 리셀 상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캉카스백화점 등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한 명품 업계 관계자는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려면 인상 전에 일찍 구매를 서두르는 게 낫다고 인식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분위기"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