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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고속도로는 통신망"…엔비디아도 주목한 ‘AI 기지국’ 韓 구축 본격화

등록 2025.12.21 12:00:00수정 2025.12.21 12: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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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AI 기지국 적용 추진…통신망서 AI 데이터 처리

美 엔비디아 주도적으로 나서…韓日과 협력하며 시장 확산

'초저지연' 피지컬AI 시대 중요성 부각…韓 2032년 '완전 자율' 도전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정영길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과장이 국가 네트워크 종합 로드맵인 ‘하이퍼 AI 네트워크 전략’ 스터디에서 발표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정영길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과장이 국가 네트워크 종합 로드맵인 ‘하이퍼 AI 네트워크 전략’ 스터디에서 발표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최고급 스포츠카(AI)가 아무리 빨라도 비포장도로에서는 달릴 수 없습니다. AI가 제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잘 닦인 고속도로(통신망)'가 필수적입니다."

정부가 대한민국을 'AI 3대 강국(G3)'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추진 중인 'AI 고속도로'의 핵심은 결국 통신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AI 경쟁력이 연산 성능뿐 아니라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전송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인식에서다.

특히 생성형 AI를 넘어 피지컬 AI 시대로 진입할수록 데이터 처리 지연이 안전 사고로 직결될 수 있어, 통신망이 지능형 인프라로 진화해야 한다는 관측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9일 진행한 국가 네트워크 종합 로드맵인 ‘하이퍼 AI 네트워크 전략’을 소개하며 이 같은 내용을 공유했다.

정영길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과장은 "흔히 AI 인프라라고 하면 그래픽처리장치(GPU)나 데이터센터를 먼저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이를 받쳐주는 통신망이 가장 중요하다"며 "통신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AI 발전으로 인해 폭증하는 트래픽 처리가 불가능히다"고 말했다.

정부는 6G(6세대 이동통신) 시대의 경쟁력이 딘순 속도를 넘어 ‘지능’에 있다고 봤다. 정 과장은 "5G가 통신 성능 중심의 진화였다면, 6G는 기지국에 컴퓨팅과 센싱 기능이 탑재되는 기능적 확장이 핵심"이라며 "5G 단계에서부터 네트워크 자체의 지능을 높여야 6G 시대에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도 뛰어든 ‘AI-RAN’…기지국이 AI 두뇌 된다

정부가 제시한 통신망 지능화의 핵심 수단은 지능형 기지국인 ‘AI-RAN’이다. AI-RAN은 AI를 활용해 네트워크를 고효율·저전력 구조로 운영하는 동시에, 기지국 단계에서 AI 연산을 수행하는 엣지 AI 인프라로 기능한다. 단순 전달망을 넘어 통신망 자체가 AI를 실행하고 판단을 보조하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정 과장은 "6G 시대에 이르러서야 지능을 갖추려 하면 늦다"며 "5G 단계에서부터 네트워크의 지능을 높여 6G에서는 우수한 지능형 네트워크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본격적인 기술 개발에 착수해 2028년에는 레벨4 수준의 자동화를 달성하고, 2032년에는 완전 자율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글로벌 이동통신 시장에서도 점차 대두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AI를 네트워크 운영과 기지국에 결합하는 AI-RAN 기술을 차세대 통신 경쟁의 핵심으로 보고, 연구개발과 실증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민간 투자와 연계해 AI-RAN 대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이 중심에 ‘AI 칩 황제’ 엔비디아(NVIDIA)가 나서 통신망에 GPU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AI-RAN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에 더해 엔비디아는 삼성전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기업들과 AI-RAN 협력 체계도 구축했다.

로봇 반응속도 0.2초…피지컬 AI, 통신망에 달렸다

특히 생성형 AI를 넘어 피지컬 AI로 확산될수록 AI-RAN의 필요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피지컬 AI는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데다, 실시간·초정밀 추론을 통해 로봇과 산업 설비 등 실제 물체를 직접 제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판단과 제어가 지연될 경우 곧바로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네트워크 단계에서 연산과 통신이 함께 이뤄지는 구조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이 가운데 국내 백본망 용량은 2029년 이후 한계에 봉착해 2030년경에는 현재 대비 약 4배 확대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AI 연산과 초정밀·실시간 처리를 동시에 요구하는 피지컬 AI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기존 통신망 고도화를 넘어 기지국 단계에서 연산과 지능을 결합한 AI-RAN으로의 진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최성호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PM은 "피지컬 AI는 센싱부터 판단, 행동까지 전 과정이 200밀리초(0.2초)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며 "클라우드 중심 구조나 온디바이스 방식만으로는 이러한 시간 제약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 PM은 "기지국이 통신과 연산을 함께 수행하는 구조가 되면, 피지컬 AI가 요구하는 초저지연·실시간 처리가 가능해진다"며 "이러한 기술이 결합될 경우 기지국 경쟁력과 피지컬 AI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AI-RAN 환경에서는 700억 파라미터급 거대 모델을 약 30밀리초 내에 처리할 수 있어, 기지국이 로봇의 ‘외장형 두뇌’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서울=뉴시스] 정부가 국가 네트워크 고도화 전략을 통해 2030년에는 전국 산업·서비스 거점에 6G 기반 AI-RAN을 500개 이상 구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사진=과기정통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정부가 국가 네트워크 고도화 전략을 통해  2030년에는 전국 산업·서비스 거점에 6G 기반 AI-RAN을 500개 이상 구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사진=과기정통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韓 AI-RAN 구축, 구조적으로 유리"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AI-RAN을 구축하는 데 유리한 구조로 평가된다.

최 PM은 "해외의 경우 기지국마다 통신 처리 장비가 분산 배치된 구조가 많아, GPU와 같은 연산 자원을 적용하려면 기지국 단위로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반면 한국은 여러 기지국의 기능을 국사나 집중국 단위로 모아 운영하는 중앙집중형 구조를 갖추고 있어, 연산 자원을 상대적으로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여건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약 10만 개의 기지국 안테나가 200여 개의 집중 국사로 연결되어 있어, 이 곳에만 GPU를 구축해도 전국적인 AI망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기술적·구조적 여건을 바탕으로 AI-RAN을 6G 시대 국가 핵심 인프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2026년부터 기술 개발과 선제적 실증에 착수하고, 이를 토대로 2030년에는 전국 산업·서비스 거점에 6G 기반 AI-RAN을 500개 이상 구축한다는 목표다.

통신망을 단순 전달 인프라에서 지능형 AI 실행 기반으로 전환해, 피지컬 AI를 포함한 국가 전반의 AI 전환을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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