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를 갈아 넣은 3년’ 김성희 관장, 박수칠 때 떠난다[박현주 아트클럽]
등록 2026.09.08 07:00:00
17일 임기 마치는 제22대 국립현대미술관장
“3년 너무 짧아…5년은 해야 성과 결산”
정원 8명 늘리고 예산 158억원 증액
허스트전 54만명 흥행…작품 2점 기증까지
후원금 16억→40억원…기업·문화재단 7곳 신규 유치
“한국미술 국제화 이제 시작…담론 만들어야”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7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9.08.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07/NISI20260907_0021427283_web.jpg?rnd=20260907175815)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7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9.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박수칠 때 떠난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도호 개인전을 보려는 관람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개막 후부터 이어진 풍경이다.
7일 뉴시스와 만난 김성희(68) 제22대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관람객 행렬에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실제로 숫자는 달라졌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관람객은 346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3년 320만명, 2024년 299만명에서 다시 크게 뛰었다. 올해 책임운영기관 평가에서는 미술관 역사상 처음으로 ‘S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김 관장이 꼽은 3년의 성과는 관람객 숫자가 아니었다.
“사람과 재원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어요.”
그가 취임해 가장 먼저 본 것은 ‘없는 것’이었다. 돈이 없었고 사람이 없었다. 정원이 있어도 육아휴직과 병가 등으로 실제 근무 인력은 부족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7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9.08.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07/NISI20260907_0021427293_web.jpg?rnd=20260907175809)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7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9.08. [email protected]
김 관장은 임기 동안 정원 8명을 늘렸다. 국제교류 등을 담당하는 학예인력 4명, 경력관 3명, 전산인력 1명이다. 서울관 교육동에는 신규 예산 30억원을 확보해 어린이·가족을 위한 상설 공간 ‘MMCA 아이공간’을 만들었다. 취임 3년차 예산은 전년보다 158억원 늘었다.
“처음에는 8명 늘린 게 뭐 그렇게 대단한가 했어요. 그런데 미술관 하나를 새로 만들 때 주는 인원이 8~10명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한 명 늘리는 것도 정말 어렵습니다. 기재부에서 돈 따기 어렵고 행안부에서 사람 따기 어려워요.”
김 관장은 이를 “좋은 미술관이 되기 위한 기반 작업”이라고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데이미언 허스트 전시 입장 기다리는 관람객들. *재판매 및 DB 금지
욕먹었던 허스트전, 54만명 몰리고 30억원대 작품 2점 기증
‘상업적 작가를 왜 국립미술관에서 보여주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전시는 96일간 54만1889명을 끌어모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역대 흥행 기록을 다시 썼다.
김 관장은 허스트를 시장의 스타가 아니라 미술관이 다시 들여다봐야 할 작가로 판단했다고 했다.
“미술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재조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허스트도 시장을 떠나서 왜 죽음과 신, 의학을 이야기해왔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흥행보다 뜻밖의 결과도 생겼다.
허스트가 전시에 출품했던 작품 2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김 관장은 두 작품의 가치를 30억원대로 추산했다.

데이미언 허스트가 직접 기증한 '아름답게 폭발하는 막무가내 대혼란과 광기, 무지개의 소용돌이 그리고 죽음의 화산 페인팅'. 1999, 캔버스에 가정용 유광 페인트, 전기 모터, 직경 365.8 cm.: 1990년 초반에 시작된 ‘스핀 페인팅’ 연작 중 하나로, 회전하는 캔버스 위에 물감을 부어 제작했다. *재판매 및 DB 금지
하나는 1999년작 스핀 페인팅 ‘아름답게 폭발하는 막무가내 대혼란과 광기, 무지개의 소용돌이 그리고 죽음의 화산 페인팅’이다. 직경 365.8㎝의 대작이다. 회전하는 캔버스 위에 물감을 부어 제작하는 허스트의 대표 연작 ‘스핀 페인팅’ 중 하나다.
또 하나는 2008년작 삼면화 ‘인간은 끝내 아무것도 알 수 없을 것이니’다. 각 패널은 203.2×129.5㎝다. 검고 어두운 화면과 반복되는 원형, 인물 형상이 결합돼 삶과 죽음, 육체와 소멸이라는 허스트의 주요 주제를 다룬다.

데이미언 허스트가 직접 기증한 '인간은 끝내 아무것도 알 수 없을 것이니'. 2008, 캔버스에 유화 물감, 삼면화, 각: 203.2 × 129.5 cm. : 어두운 화면과 반복적으로 배열된 원형의 형태, 인물의 형상이 결합된 작품으로, 삶과 죽음, 육체와 소멸이라는 허스트의 주요 주제를 보다 진지하고 회화적인 방식으로 탐구한 작품이다. *재판매 및 DB 금지
김 관장은 허스트가 전시장에서 직접 두 작품을 가리키며 기증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두 작품의 수증심의를 마치고 현재 기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08년 삼면화에 얽힌 허스트의 설명을 기억했다.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겪은 뒤 삶과 죽음을 생각하며 제작한 작품이라는 설명이었다.
“허스트가 저희 전시 기획과 연출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어요. 무엇보다 한국 관객에게 사랑받은 게 컸던 것 같아요.”
허스트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한 전시는 중국으로 순회한다. 김 관장은 중국 현지 사정에 따라 죽음과 관련한 일부 작품이 빠져 규모는 다소 축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한 전시가 그대로 해외로 순회한다는 의미가 크다. 현재 화제 속에 진행 중인 서도호전 역시 일본과 홍콩 순회가 확정됐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기자간담회 갖고 작품 '신의 무한한 권능과 영광을 묵상하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3.18.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3/18/NISI20260318_0021213084_web.jpg?rnd=20260401172611)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기자간담회 갖고 작품 '신의 무한한 권능과 영광을 묵상하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3.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서도호의 대규모 개인전 '서도호' 기자간담회를 26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갖고 작가가 지난 30여 년간 국내를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하며 지평을 넓혀 온 작품을 총체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2026.08.26.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8/26/NISI20260826_0021411545_web.jpg?rnd=20260826135241)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서도호의 대규모 개인전 '서도호' 기자간담회를 26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갖고 작가가 지난 30여 년간 국내를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하며 지평을 넓혀 온 작품을 총체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2026.08.26. [email protected]
“조용한 관장? 국현이 앞에 서길 바랐다”
그래서 한때 미술계에서는 “관장이 너무 조용하다”, “관장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도 나왔다.
“조금 억울한 말이긴 한데 괜찮아요. 저는 김성희가 앞에 나오는 것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앞장섰으면 했어요. 나중에 ‘김성희가 노력했더라’ 정도면 된다고 생각했죠.”
취임 당시에는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첫 국립현대미술관장이라는 점을 두고 미술계 일각에서 특정 인맥과 연결된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왔다. 김 관장은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해당 인사와 개인적인 친분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미술관 안에서는 김 관장을 ‘외유내강형’으로 꼽았다. 전시는 학예사에게 맡겼지만 조직과 인사에서는 단호했다.
김 관장도 전시 성과의 공을 학예사들에게 돌렸다.
“우리 학예사들이 굉장히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했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발제하고 열심히 기획했기 때문에 전시가 잘될 수 있었죠.”
그렇다고 전시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었다.
“관장이 ‘이 작가 해라, 저 작가 빼라’ 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대신 전체 방향을 맞추는 일은 해야죠.”
허스트전과 같은 시기에 아래층에서 ‘소멸의 시학’을 열도록 큰 방향을 맞췄다. 죽음을 거부하고 영원성을 추구하는 허스트와 소멸을 받아들이는 작품들을 한 미술관 안에서 대비시켰다.
서도호전 역시 한 스타 작가의 성공담으로 끝나지 않도록 '한국 개념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와 시기를 맞췄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 전시 기자간담회를 갖고 김홍석 작가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2026.06.18.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6/18/NISI20260618_0021325993_web.jpg?rnd=20260618143222)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 전시 기자간담회를 갖고 김홍석 작가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2026.06.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이대원의 회고전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기자간담회를 5일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갖고 작품 '도리화(桃梨花)'를 선보이고 있다.2026.08.05.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8/05/NISI20260805_0021388780_web.jpg?rnd=20260805111156)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이대원의 회고전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기자간담회를 5일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갖고 작품 '도리화(桃梨花)'를 선보이고 있다.2026.08.05. [email protected]
김 관장이 먼저 손댄 것은 전시보다 조직이었다.
“조직이 먼저 안정돼야 방향을 외쳤을 때 같이 뛰어줄 수 있겠더라고요.”
서울·과천·덕수궁·청주 4관 인사를 순환시켰다. 특정 인맥과 ‘줄 세우기’가 생기는 것도 경계했다. 사람의 장점과 업무를 맞추는 데도 공을 들였다.
“사람마다 장점이 다릅니다. 그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자리에 놓으면 100%를 해요.”
“3년은 너무 짧다…5년은 해야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서울·과천·덕수궁·청주 4관을 총괄한다. 관장 직급은 오랫동안 고위공무원단 나급인 2급 국장급에 머물다 2020년 1급으로 격상됐다. 그러나 미술계가 요구해온 국립중앙박물관장과 같은 차관급에는 미치지 못한다.
직급은 올라갔지만 임기는 3년이다. 수년이 걸리는 해외 전시와 국제 공동연구, 소장품 정책을 시작해 결과까지 보기에는 짧다.
관장에게 권한을 하나 더 준다면 무엇을 원하느냐고 묻자 뜻밖에도 ‘권한’ 대신 임기를 말했다.
“3년은 진짜 너무 짧아요. 5년은 해야 무슨 성과라도 조금 결산하고 갈 텐데, 시작하고 마무리되지 않는 것들이 있어서 아쉽습니다.”
아쉬움은 자신이 시작한 일의 결실을 끝까지 보지 못한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제교류와 연구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7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9.08.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07/NISI20260907_0021427285_web.jpg?rnd=20260907175815)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7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9.08. [email protected]
“한국미술 국제화, 이제 시작…담론 깔아야”
첫 초청자는 컬럼비아대 미술사학과 교수 알렉산더 알베로였다. 한국 개념미술을 연구하고 두 차례 강연했다. 다음 초청자로는 하버드대 데이비드 조슬릿 교수가 확정됐다.
기존처럼 해외 학자를 심포지엄에 며칠 초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개월간 소장품을 보고 작가들을 만나게 했다.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학자가 한국에서 장기간 연구하고 글을 써야 그 글이 다시 세계 미술계에서 읽힙니다.”
김 관장이 국제화에서 강조한 것은 시장이 아니라 ‘담론’이었다.
단색화가 국제 미술시장의 주목을 받은 데 이어 한국 개념미술 등으로 연구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짝하고 예쁘다고 끝나면 안 됩니다. 학술과 담론을 깔아야 해요. 그런데 이건 한 해 했다고 티가 나는 일이 아니죠. 다음 관장, 그다음 관장 때 꽃을 피울 수도 있어요. 끊지 말고 계속했으면 합니다.”
![[과천=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30일 경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MMCA 해외 명작 소장품전 '수련과 샹들리에' 언론공개회를 갖고 중국 작가 쩡판즈(Zeng Fanzhi)의 작품 '초상'을 선보이고 있다. 이 작품은 국내 1호 물납제 소장품이며, 최초 공개하는 작품이다. 2025.09.30.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9/30/NISI20250930_0020999709_web.jpg?rnd=20250930123905)
[과천=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30일 경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MMCA 해외 명작 소장품전 '수련과 샹들리에' 언론공개회를 갖고 중국 작가 쩡판즈(Zeng Fanzhi)의 작품 '초상'을 선보이고 있다. 이 작품은 국내 1호 물납제 소장품이며, 최초 공개하는 작품이다. 2025.09.30. [email protected]
![[과천=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9일 경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과천관 개관 40년 기념전 'MMCA 과천 40주년: 빛의 상상들' 언론공개회를 갖고 국현 소장품인 제임스 터렐의 '상상들, 넓은 직사각형의 곡면 유리(Imaginings, Wide Rectangular Curved Glass)'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2026.07.09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7/09/NISI20260709_0021356911_web.jpg?rnd=20260709131829)
[과천=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9일 경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과천관 개관 40년 기념전 'MMCA 과천 40주년: 빛의 상상들' 언론공개회를 갖고 국현 소장품인 제임스 터렐의 '상상들, 넓은 직사각형의 곡면 유리(Imaginings, Wide Rectangular Curved Glass)'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2026.07.09 [email protected]
해외 작품 80점 확보…“그래도 국제소장품 8.9%”
2024~2026년 제임스 터렐, 존 발데사리, 토마스 루프, 필립 파레노, 루이즈 부르주아 등 해외 주요 작가 작품 약 80점을 수집했다.
“제가 그렇게 애를 썼는데도 국제미술 소장품이 전체의 8.9%밖에 안 돼요. 너무 빈약합니다.”
해외 작품을 늘리는 이유도 한국미술 국제화와 맞닿아 있다. 세계미술의 흐름 속에서 한국미술을 연구하고 설명하려면 해외 주요 작품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학예연구실장은 격상해야…“해외연수 시스템도 없다”
김 관장은 학예연구실장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격상시켜야죠.”
올해 실제로 고위공무원단 격상을 추진했지만 이루지 못했다. 고위공무원단 정원이 정부 전체 차원에서 관리돼 국립현대미술관이나 문체부만의 결정으로 풀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학예연구실장은 전문임기제 가급으로 임기는 2년이다. 전문성을 축적하고 장기적인 학예정책을 펴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학예직의 해외연수 체계가 없는 것도 아쉬움으로 꼽았다.
“큐레이터가 해외 미술관에 6개월 정도 체류하면서 아카이브를 연구하고 돌아오면 그게 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자산이에요. 그런데 사람도 부족하고 돈도 없고 그런 시스템도 없습니다.”
전문인력을 키워야 하지만 한 사람이 장기간 자리를 비우면 그 자리를 메울 인력부터 부족하다.
관장과 기획운영단장의 관계에 대해서는 ‘협업’을 강조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운영단장은 예산·인사·행정을 맡는 고위공무원단 직위다. 과거 미술계에서는 두 자리의 권한과 역할을 둘러싼 갈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지금은 학예실이 빵빵하기 때문에 협업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어요. 예산도 기획운영단이 움직이고 학예실도 콘텐츠와 데이터를 줘야 같이 짤 수 있습니다.”
“지금은 두 조직의 관계가 가장 좋아요. 공무원 조직과 학예조직이 소통을 잘하고 있습니다.”
문체부 본부와의 관계도 손봤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미술관 직원을 문체부 본부에 파견했다.
“얼굴을 봐야 돼요. 스킨십이 많이 있어야 합니다.”
김 관장은 “문체부 안에서 국현에 대한 이해와 위상도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민간 후원도 크게 늘었다. 후원금은 2024년 16억원에서 2025년 29억원, 올해 4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기업과 문화재단 7곳을 신규 후원자로 끌어들였다.
민간 후원이 큐레토리얼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묻자 선을 그었다.
“기업이 전시 기획 방향이나 의도에 관여할 수는 없어요.”
“그들만의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미술계에 있는 나도 전시가 어렵더라고요. 약간 ‘그들만의 세상’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취임 후 전시장 글씨부터 문제 삼았다. 너무 작고 어두워 관객이 읽기 어렵다고 했다. 작품이 너무 많으면 덜어내라고 했다.
“큐레이터는 다 보여주고 싶어 해요. 그런데 관객이 숨을 쉬어야 합니다. 작품을 보고 감동도 받고 쉬었다 가야죠.”
반복해서 한 말도 있다.
“돈 아껴 써라. 우리 세금이다.”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는 일은 서울관 안에서 끝나지 않았다.
지역미술관 활성화를 위한 ‘MMCA 지역동행’도 새로 만들었다. 경남·전남·전북 등 지역미술관에서 예술영화 상영과 다원예술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청주관은 인근 대학과 군부대, 기업을 연결하는 지역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김 관장이 말한 ‘사랑받는 미술관’은 유명 작가를 데려오고 관람객 숫자를 늘리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서울·과천·덕수궁·청주가 각자의 관객을 만나야 한다는 구상이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7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시장을 돌아보고 있다. 2026.09.08.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07/NISI20260907_0021427281_web.jpg?rnd=20260907175758)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7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시장을 돌아보고 있다. 2026.09.08. [email protected]
“완성 못한 안타까움 있지만 후회는 없다”
마지막 날 어떤 마음이 들 것 같으냐고 물었다.
“나가면서 저 경치를 한번 보겠죠. 아무래도 섭섭하겠죠. 매일 눈 뜨자마자 뛰어왔던 기억이 있으니까요.”
관장실 창밖으로 인왕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떠올리게 하는 산세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김 관장이 3년 동안 매일 마주한 풍경이다.
“3년, 뼈를 갈아 넣어서 일했어요.”
“완성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을 것 같아요.”
‘관장 김성희’의 3년은 끝난다. 다시 ‘기획자 김성희’로 돌아간다.
퇴임하면 오랫동안 몸담았던 비영리 예술기관 캔파운데이션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관장 재임 중에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일부러 발길을 끊었다고 했다.
“캔이 제일 재밌어요. 젊은 작가들을 만나서 얘기하면 내가 살 것 같아요. 거기서 받는 에너지가 신선하거든요.”
박수칠 때 떠난다. 이제 다시 젊은 작가들 곁으로 간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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