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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은 없다, 귀신은 있다

등록 2010.08.28 08:41:00수정 2017.01.11 12: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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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201> <관련기사 있음>  문화부장 reap@newsis.com

【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201>

 귀신은 있다.  

 불교와 귀신간 관계는 애매하다. 부처를 친견했다는 자재 만현(영산불교 현지사)은 “조계종에서 발간한 ‘금강경’ 표준해설집에서도 인간의 영혼체를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이렇게 영혼체의 존재를 부인하면서도 대부분의 사찰에서 천도재를 지내고 있다. 영혼체가 없다면 지옥 가는 주체도, 짐승이 되는 주체도 없는데 무엇 때문에 천도재를 지내는지 너무나 궁금하다”고 문제 삼는다.  

 또 “제사 때 오는 영혼은 불교에서 말하면 저승에 못 들어간 영혼이다. 무주고혼(귀신)이라고 한다. 따라서 영혼체를 부정한다면 제사를 지낼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귀신은 없다.  

 국문학자 윤혜신 박사는 귀신, 즉 자연귀(自然鬼)·영혼·악신·사물귀(事物鬼)·트라우마를 지닌 영혼·물괴(物怪)라는 개념을 이렇게 정의한다.  

 인격성을 기반으로 한, 착한 신[善神]이 아닌 인간에 대한 파괴적 성향을 가진, 초월적 존재다. 이 세 조건을 다 만족시키지 않아도 당대 사람들이 ‘귀(鬼)’로 표현한 대상이다  

 윤 박사는 귀신을 대하는 인간의 시선에서 두려움부터 읽는다. 사람은 귀신에게 복종하고, 귀신은 인간의 정신과 신체의 건강 그리고 재산 등을 파괴하니 인간은 귀신을 쫓아버리려 한다. 귀신은 불안이기도 하다. 불안하니 귀신의 존재를 무시하게 되고,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 인간이 귀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귀신의 트라우마 치유를 돕는 ‘이해와 소통’의 시선도 있다. 거리를 유지해 귀신을 굴복시키거나 귀신을 부려 인간의 유익을 취하기도 한다.  

 귀신은 일방적이다. 윤 박사는 “귀신은 인간이 고독할 때 나타난다. 혼자 있을 때 귀신이 오롯이 나타난다. 행여 귀신이 여러 사람 앞에 나타난다 해도 귀신의 의미는 한 인간에게만 적용된다. 피할 수 없기에 더욱 두럽다. 그 두려운 그 무엇이 귀신”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경우가 인간에게 ‘사건’이 된다. 일상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귀신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충격이 되며, 이 충격을 인간은 ‘두려움’의 정서로 받아들인다. 이것은 곧 무의식상의 트라우마의 발생조건이다. 이 트라우마는 잠재돼 있지만 결국 드러나게 마련이다. 어떻게? 파괴적으로”라는 부연이다.  

 “이 파괴적 무의식인 트라우마는 귀신으로 표출된다. 귀신은 ‘인간과 세계의 관계가 기본적으로 트라우마적인 데서 발생한 무의식의 표상이자 상상이 가해진 조작물’이다. 귀신은 무의식적 속성과 상상된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정리한다.     

 윤 박사는 트라우마를 거듭 강조한다. “귀신은 불안상태에서 빚어진 인간의 분열된 도플갱어다. 분열된 도플갱어를 마음에 잡아두지 말자. 과거 속 상처가 있는지, 풀어야 할 인간관계는 없는지 돌아보자. 꼼꼼히 자신을 분석하다보면, 상상적 도플갱어는 대개 사라지게 마련”이라고 짚는다.  

 이어 못을 박는다. “세계에 대한, 인간 무의식적 트라우마와 상상의 결합물이 귀신이다. 그래서 귀신은 인간의 트라우마를 담고 있으며 인간의 시선에 의해 상상됐다. 귀신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실체인가 아닌가의 문제와 별개로 인간은 귀신을 제작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귀신의 모습에는 인간의 모습이 담길 수밖에 없다. 트라우마는 무의식의 기제이므로 어느 순간에, 어떻게 표출되느냐는 사회적 맥락과 역사적 환경, 사람들의 정서에 따라 달라진다.”   

 귀신이 있어야 편리하기는 하다.  

 귀신 밑에 철학이 있고, 철학 아래에 과학이 있다. 과학과 철학이 답할 수 없는 문제를 귀신은 해결해 줄 수 있다. 우주를 구성하는 5대 물질, 나무·불·흙·쇠·물은 곧 귀신의 세계다. 이들 5행은 그대로 종교로 구현된다. 상생상극하는 5대 종교들, 여기에 귀신과 사람을 의미하는 음양을 더하면 세상만사 설명하지 못할 것이 없다. 귀신과 통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 ‘인연’이요, ‘궁합’이기도 하다. 귀신은 사람이다. 사람은 귀신이다.  

 귀신의 계절, 여름이 간다.

 문화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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