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딸·페티시·키스방…어떤 처량한 남자들

프랑스 작가 플로리앙 젤러의 소설 ‘누구나의 연인’에는 트리스탕이라는 바람둥이가 나온다. 하룻밤 섹스를 위해 여자를 만난다. 그 밤이 지나면 그녀가 떠나기를 바란다. ‘틈틈히 시간을 활용해 즐기는 경제적인 사랑’이 완벽한 삶의 방식이라 믿는다.
젤러의 허구가 한국에서 구현됐다. 기형적 성매매 업소 트리오가 성업 중이다. 이름하여 ‘대딸방’, ‘페티시방’, ‘키스방’이다.
‘대딸방’은 3종으로 세분된다. 이 가운데 정도가 가장 약한 것이 이용료 7만원짜리 ‘소프트’다. 매남(買男)의 누드는 허하되 매녀(賣女)의 옷을 벗기거나 신체를 접촉하는 것은 금한다. 남자는 가만히 누운 채 여자의 손길을 기다려야 한다.
업소와 여자는 3만5000원씩 챙긴다. 단, 남자가 여자를 특정하면 그녀의 몫으로 5000원이 추가되므로 여자들끼리 단골손님 확보경쟁이 없을 수 없다. 상황에 따라 전라, 상반신 터치와 입맞춤 허용 등으로 룰을 깨는 여자가 드물지 않은 원인이다. 입장료와 별도로 놀음값을 건네거나 자주 접해 친해지면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는 관용어를 확인 가능하다.
‘소프트’ 위에 ‘준 하드’(8만원)가 있다. 여자는 윗도리 탈의, 즉 윗몸개방 상태다. 이 여자는 입도 사용하나 마무리는 손으로 짓는다. ‘하드’의 정가는 9만원이다. 여자가 맨몸이 된다. 남녀 공히 구각(口角) 활용을 용납받는다.
매녀들의 외모는 출입료에 반비례한다. 소프트의 존재를 모른 채 준하드에 근무하다가 손님에게서 정보를 취득, 소프트로 이적하기도 한다. 이어 소프트와 준하드 중간수준으로 일을 하면서 해당 소프트 업소의 ‘에이스’로 인기를 누린다.
미국의 인간관계전문가 바버라 드 안젤리스가 외쳤다. “훌륭한 섹스는 진정한 사랑과 아무 관계가 없다. 그저 성교일 뿐이다.”
‘페티시’도 7만원이다. 소프트와 대동소이다. 발가락 마사지, 서로 욕하기, 스타킹 찢기, 남자 때리기 따위의 비정상적 언동이 보태진다는 사실 정도가 차이점이다.
30분 간 ‘키스방’에 틀어박히려면 4만원, 1시간이면 6만원을 내야한다. 내부에서 벌이는 짓은 간판명 그대로다. 상체 촉수 쯤은 허가받을 수 있다. 그 이상은 방문빈도와 팁 등이 좌우하는 협상 대상이다.
소프트와 대딸방이 키스방으로 업종을 변경하기도 한다. 키스방만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돈을 벌 만큼 번 업주가 더 이상 범법자가 되기 싫다며 발을 빼고 손을 씻는 것이다.
소프트 소속 여자는 1일 8시간 근로한다. 그곳의 스타녀는 하루 6건 이상을 처리한다. 덧돈을 제외한 공식일수만 20만원선이다. 주인이 다른 매녀들과의 형평성을 주장하며 당사자의 의지에 반해 휴일을 강제하기도 한다. 휴무날 ‘스폰서’와 회동, 정식 매매춘으로 일평균 수입의 5~10배를 축적하는 수도 있다.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말했다. “성욕은 아무리 위인일지라도 순간적으로 혼란에 빠지게 한다. 소중한 인간관계를 해치고 탄탄하던 인연을 끊어버리고 때로는 생명이나 건강, 때로는 재산과 지위와 행복을 제물로 요구한다.”
문화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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