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감동·재미 다 잡았다, 새 영화 '최종병기 활'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긴박감 넘치는 추격신, '활'이라는 익숙한 듯 하면서도 생소한 병기가 주는 섬뜩함과 짜릿함, 눈 앞에 펼쳐지는 화려한 볼거리로 꽉 채워진 이 영화는 '국산 오락영화도 이렇게 재미있으면서 고급스러울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나게 한다.
이야기는 인조반정에서 출발한다. 폐주 광해의 충신인 무관 집안이 반정 세력으로부터 역적으로 몰려 도륙을 당한다. 아들 '남이'(박해일)와 딸 '자인'(문채원)은 간신히 목숨을 건져 부친의 죽마고우 '김무선'(이경영)의 집으로 피신해 살게 된다.
13년이 흐른 뒤 남이는 명궁, 자인은 절세가인으로 자라난다. 자인을 연모하는 김무선의 아들 '서군'(김무열)은 자인에게 청혼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혼례를 올린다.
그러나 그날 병자호란이 발발한다. 청나라 왕자 '도르곤'(박기웅)이 이끄는 정예부대 '니루'가 고을을 습격하고 백성들을 납치한다. 결혼식을 치르던 두 사람도 청군에 끌려가게 되고, 이를 막으려던 김무선과 부인은 청군에게 살해당한다.
자인과 서군의 혼례가 시작될 때 자인의 행복을 빌며 유랑의 길을 떠나던 남이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되돌아 오지만 승리를 거둔 청군은 자인과 서군 등 포로들을 이끌고 만주로 향하고 있다.

박해일(34)은 여동생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초인적인 능력과 꺾일 줄 모르는 용기를 갖게 되는 오빠의 격한 심정을 온 몸으로 전하며 성가를 드높였다. 류승룡(41)은 악역이지만 매료될 수 밖에 없는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명품조연이라는 평가를 재확인했다. 문채원(25)은 어떤 위험 앞에서도 결코 굴하지 않는 당찬 조선 여인의 모습을 선보이면서 이제까지 자신을 옭아맨 청순가련 이미지를 벗어 던진다. 김무열(29)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목숨을 거는 믿음직스러운 남편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해내며 뮤지컬 스타에서 스크린의 주역으로 발돋움했다.
배우들의 열연은 김한민(42) 감독의 탄탄한 시나리오와 섬세하면서도 도전적인 연출력 그리고 확고한 주제 의식이 있었기에 빛을 더할 수 있었다.
'최종병기 활'의 주제는 '살 활(活)'이다. 내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상대의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활의 숙명에서도 사람을 살리려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으려는 남이의 모습을 그려낸다. 동생을 구하려고적진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무모한 용기일 수도 있고, 치명적 부상을 입은 부하를 구하고자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적을 겨냥하고도 차마 쏘지 못한 채 흔들리고 마는 측은지심일 수도 있다.
김 감독은 "우리 활의 정서는 기본적으로 심신을 수양하고 건강을 갈고 닦는 운동으로 활은 곧 상대를 배려하고 용서하며 여유를 주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맥이 닿아있다"면서 "자신의 목숨이 위험한 처지에서도 부하를 구하려는 주신타의 모습을 보고 남이의 감정이 살짝 흔들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설정이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이런 정서가 바로 할리우드 액션영화와 차별화되는 콘셉트라고 봤다. 관객들도 충분히 이해해줄 것이라고 믿고 고집을 피웠다"고 설명했다.

철저한 고증을 통해 재현한 호란 당시 청군의 변발, 복색, 만주어나 초당 2800프레임까지 찍을 수 있는 펜텀 플렉스 카메라와 600m 와이어 캠 등을 통해 보여주는 화살의 역동적인 움직임 등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활시위는 당겨졌다. 남은 것은 전쟁영화, 그것도 사극이라는 선입관을 어떻게 딛고 여성 관객층을 끌어모으냐다.
제작 ㈜다세포클럽 ㈜디씨지플러스,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롯데쇼핑.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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