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하리, 시는 곧 치유…그래서 '시치유학'

'시(詩) 치유학'을 펴낸 시 치유사 겸 시 낭송가, 연극배우인 시인 김하리씨는 "시를 쓰고, 시를 낭송하는 일은 나 자신에게 혹은 다른 사람에게 영혼을 열람하는 사랑 고백서와 같다"며 웃었다.
시를 쓰고 읽고 느끼는 방법을 일러주며 상처 받은 영혼을 치유하는 직업인 '시치유사'는 국내에서는 아직 낯설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서양은 물론 일본에서도 이미 보편화됐다.
김씨는 국내 첫 시치유사다. 한국문화예술교육원 시치유과 교수도 거쳤다. '시치유학'의 부제이기도 한 '지친 삶을 다독이는 언어의 연금술사'로 통한다.
"시는 은유적이면서도 창조적이라 어떤 장르의 예술보다 치유 효과가 빠르다"며 "시를 쓰는 과정을 통해 나 스스로도 고통과 슬픔, 외로움이 정화되는 것은 물론 상대방의 변화하는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참 놀랍다"고 밝혔다.

시치유사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다.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수도침례신학교를 나오고 음악·논술학원장을 지내기도 한 김씨는 다양한 경험만큼 공감대의 폭도 넓다.
스스로를 '무데뽀'라고 표현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일단 몸과 마음을 던지고 보는 성향 탓에 상처도 많이 입었다. 그러나 덕분에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의 마음을 더 잘 보듬게 됐다.
"15년 전쯤,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때가 있었다. 고통 때문에 그렇게 느꼈는지, 주위 사람들이 무심코 던지는 작고 사소한 말들은 모두 가시로 변해서 내 몸을 관통하고 있었다. 길고 긴 어둡고 눅눅한 날들이었다. 참아낼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는 글로 풀어내는 것 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289쪽)

'시치유학'은 쉽게 읽히도록 썼다. "쉬우면 그 만큼 이해가 빠르고 더욱 공감이 되기 때문"이다. "강연을 다닐 때 청중이 노인이냐 어린이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 그 나이대의 눈높이에 맞춰 최대한 쉽게 전달하려는 상황"들도 책으로 옮겼다.
대부분의 시는 직접 썼다. "내 시를, 내 목소리로 낭송하는 것이 나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진솔하게 전달된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시를 심장에 비유했다. "시는 문학이라는 우주의 핵"이라는 생각이다. "시를 쓰는 사람은 소설이나 수필을 쓸 수 있지만 소설이나 수필을 쓰는 이는 시를 못 쓴다"면서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시를 읽는 과정이 정신적 치유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다.

1990년 '우리문학'을 통해 등단한 김씨는 시집 '버스 꽁무니에 매달려 휘파람을 불며'와 '사랑탈출', 에세이집 '세 여자 이야기', 시낭송 음반 '김하리 소리시집' 시리즈와 '금강경' 등을 발표했다.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원이며 월간 '떡뽁이' 편집위원, '하리온 뮤직' 대표도 겸하고 있다.
한편, '시치유학'은 19일부터 뉴시스에 월~금요일 주 5회 연재된다. 화가 김쾌민씨가 일러스트레이션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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