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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교수 성학, ♀도 아닌것이 ♂도 아닌것이

등록 2011.09.27 07:11:00수정 2016.12.27 22: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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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안세영 교수(경희대 한의대 신계내과학) '성학'<42>  오늘날 컴퓨터라는 괴물(?)이 등장해 많은 사람들을 새로운 세계로 몰아가듯, 16세기에는 네델란드인 얀센(C. Jansen)이 발명한 현미경이 자연과학의 영역에 큰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독자들의 기억에 어슴푸레할 로버트 후크(Robert Hooke)나 안토니 레벤훅(Antoni van Leuwenhoek) 등도 사실은 현미경 덕택에 생물학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뉴시스】안세영 교수(경희대 한의대 신계내과학) '성학'<42>

 오늘날 컴퓨터라는 괴물(?)이 등장해 많은 사람들을 새로운 세계로 몰아가듯, 16세기에는 네델란드인 얀센(C. Jansen)이 발명한 현미경이 자연과학의 영역에 큰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독자들의 기억에 어슴푸레할 로버트 후크(Robert Hooke)나 안토니 레벤훅(Antoni van Leuwenhoek) 등도 사실은 현미경 덕택에 생물학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미경은 이전에는 난해했던 생물의 성 결정에도 한몫했으니, 이는 곧 현미경으로 난소와 고환이라는 성선(性腺)의 조직구조를 구분했기 때문이다. 즉 모호한 외성기의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현미경으로 파악한 성선의 구조에 따라 남녀의 성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외성기의 형태와 성선의 구조가 일치하지 않는 반음양도 새롭게 구별됐다.

 그 중 외성기가 남성형이더라도 성선의 구조가 난소면 여성가성반음양(女性假性半陰陽)이라 하고, 외성기가 여성형이더라도 성선의 구조가 고환이면 남성가성반음양(男性假性半陰陽)이라 했다. 또 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성선이 난소와 고환 양쪽 모두의 구조를 가지면 진성반음양(眞性半陰陽)이라 불렀다.

 이렇게 18세기까지는 인간의 성이 남성 아니면 여성, 그리고 그도 저도 아닌 반음양이라는 3가지 범주 안에 모두 포함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현미경으로도 해결 불가능한, 즉 조직학적으로 보더라도 성을 남성이나 여성, 혹은 반음양이라는 범위 내로 규정할 수 없는 경우가 나타났다.

 이를테면 성선의 분화가 늦어진 까닭에 완전하게 분화된 난소나 고환의 구조를 나타내지 않는 경우가 발견된 것이다. 비록 성선의 구조에 따른 성결정이 외성기의 형태만으로 성을 결정하던 구습을 한 차원 뛰어넘는 혁혁한 성과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의 결정이 곤란한 경우가 생긴 것이다.

 우리는 앞서 수정 시 성염색체의 조합에 따라 남녀가 결정된다는 유전적 성에 대해 알아봤다. 그런데 바로 이 성염색체에 따른 획기적인 성 결정 방법이 도입된 것은 불과 50여년 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 인간의 염색체를 구분한 이후부터 의학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유전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높아졌다.

 그래서 의학이 놀랄 만큼 발전한 요즘까지도 당뇨병, 비만, 암 등과 같이 근원적인 치료가 어려운 거의 모든 질환에는 ‘유전적 소인’이란 말이 붙어 다닌다. 아무튼 X와 Y라는 성염색체의 조합을 조사함으로써 성선의 구조만으로 성별을 구별하던 불완전한 방법을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현재 의학적으로 결정하는 인간의 성은 위의 3가지 요소를 모두 참고해야 한다고 간주한다. 즉 ‘외성기의 형태에 의한 성’, ‘난소와 고환이라는 성선의 구조에 의한 성’, ‘XX와 XY라는 성염색체의 조합에 의한 성’이라는 이 3가지 요소로 남녀의 성별을 구분하는 것이다. 따라서 의학적으로 완전한 여성이라 말할 경우에는 성기의 형태는 여성형, 성선은 난소, 성염색체는 XX의 조합이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남성도 성기의 형태는 남성형, 성선의 구조는 고환, 성염색체의 조합은 XY여야만 한다.

 한편 성 결정에서 염색체의 조합에 따른 방법이 가장 본질적이고도 손쉽기(?) 때문에 올림픽 등과 같은 스포츠계에서는 이 유전적 성을 조사해 남녀를 구분한다. 가령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의 볼 안쪽 점막세포를 떼어내서 현미경으로 성 염색질 혹은 바르소체(sex chromatin; Barr body)의 존재여부를 관찰함으로써 남녀를 구분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 암컷의 세포는 현미경으로 관찰할 때 검은 반점이 나타나므로, 이 성 염색질의 존재로 여성은 바르소체 양성, 남성은 바르소체 음성으로 구분해 남녀의 성별을 나누는 무척 간편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렇게 획기적인 성 염색체에 따른 성 결정으로도 곤란한 경우가 등장했다. 바로 성염색체의 숫자에 추가나 손실이 생겨 정상적인 조합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나타난 것이다. 곧 통상적인 남녀 구별 테스트를 했을 때 정상의 여성에게 나타나는 바르소체가 없어져 바르소체 음성이 나온다든지, 남성의 경우 본래 없어야 할 바르소체가 나타나 바르소체 양성이 된다든지 하는, 소위 염색체성반음양(染色體性半陰陽)이 발견된 것이다.

 정상적인 남녀의 염색체 조합, 즉 46·XX나 46·XY의 형을 벗어나는 염색체 이상은 다음의 4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클라인펠터 증후군(Klinefelter’s syndrome)이다. 이들은 정상적인 46개의 염색체보다 X염색체가 하나 더 많은 47개의 염색체(47·XXY)를 갖고 있다. Y염색체가 존재하므로 외관은 남성형이지만, 여성의 X염색체가 두 개나 존재하므로 검사상으로는 바르소체 양성으로 나타난다.

 700~1000명당 1~2명의 꼴로 발생한다는 클라인펠터 증후군의 아이는 태어날 때는 내․외생식기가 남성으로 분화되지만, 사춘기에는 여성의 2차 성징이 발현된다. 또 고환이나 전립선이 작고, 전신 체모와 음모가 부족하며, 유방이 발달하는 신체적 특징을 나타낸다. 한편 남성형의 내․외생식기가 있으므로 성교는 가능하지만 정상인에 비해 성욕 자체가 떨어지고, 무정자증(無精子症)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생식능력은 없다고 밝혀졌다. 또 이 증후군에서 약간 변형된 경우로 Y염색체는 여전히 1개이고, X염색체의 숫자가 더 늘어난 48·XXXY나 49·XXXXY 등의 염색체 조성을 갖는 사람도 발견됐는데, 이들 역시 클라인펠터 증후군과 비슷하거나 좀 더 심한 장애 현상을 나타낸다.

 둘째는 터너 증후군(Turner’ syndrome)이다. 클라인펠터 증후군이 1개 또는 그 이상으로 X염색체 숫자가 증가한 경우라면, 터너 증후군은 정상적인 여성보다 X염색체가 1개 모자란(45,XO) 경우이다. 500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는 터너 증후군은 성기의 형태와 체형은 여성형이면서도 난소라는 성선의 구조는 분명치 않아 단지 작고 가느다란 조직만을 관찰할 수 있다. 때문에 사춘기에 이르러서도 여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아 신체 구조상 아무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으며, 2차 성징의 발현도 정상 여성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또 난소가 없기에 배란 역시 이뤄지지 않아 임신이 불가능하며, 여성호르몬의 지속적인 주입에 의해서만 유방과 음모의 발달 및 여성적인 체형을 유지할 수 있다. 한편 과거 현미경에만 의존해서 성을 결정했던 시대에는 이 터너 증후군을 난소 무발생증이라 불렀으나, 성염색체의 발견 이후에는 Y염색체 결손으로 인한 고환 무발생증이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타당한 것으로 간주된다.

 셋째는 XYY 증후군(XYY syndrome)이다. 흔히 증후군(症候群: syndrome)이란 용어는 서로 연관된 개개의 증상을 종합해 한데 묶었다[symptom complex]는 뜻이다. 대개 발견자의 명칭을 따서 증후군의 이름을 붙이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이 경우는 염색체의 조성만으로 증후군의 명칭이 주어졌으니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이유는 그렇다 치고, 정상남자 보다 Y염색체가 1개 더 추가된 이 XYY 증후군은 철저한 보안경비가 요구되는 교도소 등에 수감된 남성들의 유전적 요인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대상자의 약 3%가 여기에 속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학계의 주목을 끌었다. 이런 사람은 염색체의 조합이 시사하는 대로 남성화가 더욱 강화된 초남성화 현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으며, 대체적으로 신장이 180㎝를 훨씬 넘는다고 한다.

 한편 일반적으로 1000명당 1명의 비율로 발생하는 이 XYY 증후군이 유독 교도소나 정신이상자 수용소의 수감자에서는 10%까지 이른다는데, 학자들은 그 이유를 Y염색체가 정상보다 많은 사람들은 반사회적이고 공격적인 성격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물론 이런 성격의 발로를 유전자적 원인으로만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유전인자가 일련의 행동이 발달되는 정도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기에 현재까지 이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XXX 증후군(Triple X syndrome)이다. 이 증후군은 정상적인 여성보다 X염색체가 1개 또는 2개가 추가되어 47·XXX 혹은 48·XXXX라는 염색체 조성을 갖는다. 이전의 XYY 증후군과 마찬가지로 이 증후군의 여성들이 수퍼우먼으로 간주되기도 하지만 신체적인 형태, 성기능, 임신 등에서 별다른 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기에 정상 여성과의 구분은 매우 힘들다. 따라서 특별히 염색체 조성에 관한 검사를 하지 않는 한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800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는 이들 수퍼우먼(?)은 지능지수가 낮거나 정신박약 증세를 보이는 확률이 높으며, 또 X염색체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정신박약 경향이 비례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지상사 02-3453-6111 www.jisangs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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