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은, 샤론스톤 뺨 철썩…스승은 밤의 대모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배우 김혜은이 30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감독 윤종빈, 제작 팔레트 픽처스, 쇼박스 미디어플렉스)가 2월 개봉을 앞두고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그동안 조폭 영화에 등장한 청순가련형들과는 스타일이 다르다. 미모와 재력을 갖춘 그녀는 생존을 위해 몸과 돈으로 마초들과 거래한다. 조폭 두목 '김판호'(조진웅)가 부산을 지배하던 시절에는 김판호의 여인으로 살지만, '최형배'(하정우)의 폭력과 5공화국 안기부의 권력을 양날개 삼은 '최익현'(최민식)이 그 자리를 빼앗자 바로 최익현의 여인이 돼 안전과 성공을 보장받는 식이다.
여사장은 농염하게 담배를 빨기도 하고, 다리를 쫙 벌리고 앉아 남자들 앞에 팬티 앞부분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개의치 않는다. 또 악다구니를 내뱉으며 최익현과 개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시종일관 끈적끈적한 팜파탈인 것만은 아니다. 최익현으로부터 귀걸이 선물을 받은 뒤에는 소녀처럼 행복해 하기도 한다.
2중적인 모습의 여사장을 열연한 여배우는 김혜은(39)이다. 서울대 성악과를 나와 MBC 뉴스데스크 기상캐스터로 활약하다 2004년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 카메오로 출연한 것을 계기로 딸 출산 뒤인 2007년 드라마 '아현동 마님'을 통해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김혜은은 영화 데뷔작인 '범죄와의 전쟁' 출연 계기가 "최민식 선배의 뺨을 때려보고 싶어서"라면서 한참을 웃었다.
"제가 서울대 성악과를 나오고, 기상 캐스터를 하다가 연기를 하게 됐잖아요. 그런데 배우로 살게 됐지만 지난 세월 저를 둘러싸고 있던 가식이나 화려한 것들은 아무리 벗어던지려고 해도 벗겨지지 않았어요. 연기자가 무겁고 덧없는 갑옷을 입고 있으면 시청자나 관객이 바로 알아차려요. 연기자는 그 어떤 것보다도 진실해야 하고 스스럼없이 나를 내놓아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죠. 연기를 하면 할수록 저의 한계를 깨닫게 됐어요."
MBC TV 드라마 '김수로'(2010)를 마친 뒤 연기의 공허함마저 느끼던 시기에 만나게 된 작품이 바로 '범죄와의 전쟁'이다. "여사장은 창녀처럼 밑바닥 삶을 살아온 여자에요.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여자죠. 그런 여자를 한 번 이해해 보고 싶었어요. 그런 삶을 작품 속에서나마 한 번 살아보고 싶었어요. 배우로서 당연히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배우 김혜은이 30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감독 윤종빈, 제작 팔레트 픽처스, 쇼박스 미디어플렉스)가 2월 개봉을 앞두고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캐스팅이라는 그에 못지 않은 관문이 남아 있었다. 이 영화에서 여사장의 출연 비중은 크지 않았지만 임팩트가 있는 캐릭터다. 그러다 보니 제작, 투자, 배급사는 하나 같이 스타급 여배우를 카메오로 출연시키기를 원했다. 이때 윤종빈(32) 감독이 밀어붙였다. 자신이 생각한 이미지에 맞기만 한다면 톱배우든지, 신인배우든지 가리지 않기로 유명한 윤 감독은 김혜은에게서 풍기는 여사장의 양면성에 주목했다.
김혜은은 "저 스스로 봐도 김혜은은 검증이 안 된 배우에요. 그런데도 윤 감독님은 제 눈빛 하나만 보고 저도 잘 모르는 저를 믿고 캐스팅해주셨어요"라면서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감독이라고 밖에…"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낙점되긴 했지만 더 큰 부담이 생겼다. 바로 섹시하면서도 예쁘고 상큼해야 한다는 강박이다. "샤론 스톤의 '원초적 본능'을 봤어요. 윤 감독님도 참고해 보라고 하셨죠. 그런데 보면 볼수록 저랑 멀어지더군요. 샤론 스톤이 연기한 캐서린처럼 섹시해보일 자신도, 예쁠 자신도 없는데 그녀는 섹시하면서 상큼하기까지만 하더군요."
그래서 김혜은이 선택한 길은 정공법, 실제 화류계 여성들과의 만남이었다. 그녀들의 삶 속 깊이 들어가서 그녀들의 삶과 애환을 속속들이 알게 되고 이해할 수 있다면 그녀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한때 나이트클럽, 호스트바 여러 개를 운영하며 밤의 대모로 불리던 분을 만났어요. 그 언니로부터 화류계 여성들의 겉만 아닌 깊은 속까지 알 수 있었죠. 감사하게도 언니는 자신의 삶을 제게 나눠주셨어요. 치부까지도요. 남자들이 언니가 일하는 룸살롱에 와서 어떤 무리한 요구를 했고, 언니는 어떻게 해야 했는지도요."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배우 김혜은이 30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감독 윤종빈, 제작 팔레트 픽처스, 쇼박스 미디어플렉스)가 2월 개봉을 앞두고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김혜은은 그녀가 하도 고마워 1월26일 VIP 시사회에 초대했다. 영화가 끝난 뒤 문자를 보냈다. "언니를 찾아가는 작업이었는데, 누가 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그러자 답문이 왔다. "혜은아 상관 없어. 언니는 너무 기쁘다"고.
처음 이 영화 출연을 반대한 남편은 VIP 시사회에 '안 간다'고 버텼다. 결국, 김혜은은 친정 어머니만 불렀다. "친정 엄마가 전혀 야하지 않았다고 말해줘 안심"이라는 김혜은은 용기를 내 남편과 함께 곧 영화를 보러 갈 생각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남편이 이미 영화를 본 것은 물론 치과 직원들 표까지 끊어준 뒤 뒤에서 자랑스러워 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도 하고 있다. 이유는 역시 자신을 향한 남편의 사랑을 알기 때문이다.
"아현동 마님이 중반 정도 됐을 때 포옹신이 있었거든요. 남편이 그 사실을 알고 그만두라며 펄쩍 뛰는 거에요. 처음 시작할 때는 모든 것을 이해한다고 해놓고서요. 그래서 '정말 싫으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여기서 빠지게 되면 여의도에는 얼씬도 못한다'고 달래서 그것만 하고 더 이상 안 하기로 합의를 했죠.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했는데 시청률이 잘 나왔어요. 그랬더니 남편이 더 좋아하더라구요. 그 다음에 SBS TV '태양의 여자' 시놉시스가 들어왔는데 남편이 먼저 본 뒤 '작품이 너무 좋다. 꼭 해야 한다'고 앞장서서 권하더라구요. 그처럼 믿어주고 편들어주는 남편이니 안 봤을리 있을까요?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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