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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여성 경찰서에 감사 편지

등록 2012.04.15 15:09:23수정 2016.12.28 00: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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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뉴시스】이승호 기자 = 12일 경기 광명경찰서에 배달된 탈북여성의 감사 편지.  jayoo2000@newsis.com

【광명=뉴시스】이승호 기자 = 사흘 전인 12일 경기 광명경찰서에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됐다.

 연일 터져나오는 경찰관련 사건·사고에 맥이 풀릴대로 풀려 있던 경찰서 직원들은 서장 앞으로 온 이 편지에 한 껏 기운을 차렸다.    

 광명시 하안동 정착촌에 사는 30대 초반의 북한이탈 여성이 보낸 이 편지는 2페이지 분량으로 꾹꾹 눌러 쓴 볼펜 자국이 선명했다.

 1998년 탈북해 10년 넘게 중국에서 지옥같은 삶을 살다가 11년 만에 꿈에 그리던 남한에 아이 둘과 함께 오게 됐다는 이 여성. 하지만 중국에서 강제 북송되지 않기 위해 혼인했던 중국동포 남편의 폭행과 협박은 남한에서도 계속됐다고 했다.

 광명경찰서 보안계 김성문 경사의 도움으로 이제서야 인간다운 삶을 살게 됐다고 감사의 마음을 편지에 담은 것이다.

 이 여성과 김 경사가 인연을 처음 맺은 것은 지난해 2월. 김 경사는 북한이탈주민 신변보호 업무를 위해 이 여성을 담당하면서 그동안 있었던 딱한 사연을 듣게 됐다.

 김 경사는 "강제 북송되지 않기 위해 탈북 여성 대부분이 중국동포나 중국인들과 혼인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혼인하고 난 뒤 식모로도 모자라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해왔다는 얘기를 듣고 꽤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이 남한에 정착하자 중국동포 남편은 수소문해 이 곳까지 찾아왔고 폭행과 금품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112 신고를 받고 김 경사가 출동한 적도 수차례. 이 여성은 남편을 폭행 혐의로 처벌받게 하는 대신 이혼하기로 했다.

 김 경사가 결국 이혼 소송을 돕게 됐다. 관련 행정처리와 소송에만 7개월여가 소요됐다.

 김 경관은 소송 관련 서류를 직접 작성해 주고 법원에도 항상 동행했으며 마침내 지난달 이혼소송을 모두 마무리할 수 있었다.

【광명=뉴시스】이승호 기자 = 한 탈북 여성과 상담하고 있는 경기 광명경찰서 보안계 김성문(경사) 경관.   jayoo2000@newsis.com

 이 여성은 아직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 기초생활수급자로 살고 있지만 폭행과 협박, 감시에서 벗어난 점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수급자 등록도 김 경사가 나섰다. 매일 아침마다 시 한 편, 좋은 글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달해 주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인 큰 딸이 말씨 때문에 이른바 '왕따'를 당한다는 얘기를 듣고 속이 상해 있었는데 그럴때도 김 경사가 달려 왔다. 아이들과 상담하고 휴대전화 SOS도 등록해 줬다. 치아가 모두 상해 양치질 습관도 가르치고 있다. 

 김 경사가 담당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만 100여 명에 이르지만 한 명 한 명 모두가 딱한 사연을 가지고 있어 그는 관심을 게을리 할 수가 없다.   

 이 여성뿐만 아니라 모두 한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하루에도 수십통씩 전화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주고 받는다. 자녀 상담, 취업 상담 어떤 일이든 달려가 돕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 여성은 편지에서 '형사님(김 경사)의 원칙적이고 따뜻한 보살핌과 도우심으로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그런 일꾼들이 있기에 우리 탈북민들이 낯선 고장에서 두려움 없이 정착을 잘 할수 있다고 생각 됩니다. 광명경찰서에 근무하시는 모든 형사님들도 같으리라 믿습니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 경사는 "마침 집이 건너편인데다 큰 딸이 우리 아이와 같은 학교를 다닌다"며 "업무의 일환이라기 보다는 동네 이웃, 여동생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찾아가면 라면도 끓여 주고 서로 가족같이 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편지에 일선에서 고생하는 많은 경찰관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 요즘 경찰 전체가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는데 대부분의 경찰은 일선에서 사명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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