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 알바를 하다, 강태식 ‘굿바이 동물원’

“당신이 보고 싶어 하는 고릴라는 진짜 고릴라가 아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고릴라다. 진짜 고릴라는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다. 송곳니를 드러내면서 가슴을 치는 일은 거의 없다. 또 진짜 고릴라는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잘 움직이지 않는다. 건축 자재나 폐타이어처럼 한자리에 앉아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진짜 고릴라는 당신을 실망시킨다.” (103쪽)
제17회 한겨레문학상 당선작인 작가 강태식(40)씨의 ‘굿바이 동물원’이 출간됐다. 처절한 경쟁 사회에서 밀려난 주인공이 동물원의 동물로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를 당했을 때 화장실에 빈 칸이 없어서 울지 못하고 눈만 벌개졌던 주인공 ‘김영수’. 그는 집에서 부업으로 마늘을 까면서 어쩌면 마늘을 까기 위해 태어난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인생은 뭘까?”라며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인형 눈깔을 붙이고 종이학과 공룡알을 접는다. 그러다 부업 브로커 돼지엄마에게 소개를 받아 ‘세렝게티 동물원’에 고릴라로 취직한다. 고릴라 탈을 쓰고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12m에 달하는 철제 구조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오르내리는 일이다.
이후 같은 고릴라사에서 일하는 ‘앤’ 대리, ‘조풍년’ 과장, 대장 ‘만딩고’를 만나 함께 지내면서 그들의 사연을 하나씩 듣게 된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며 공무원 공부를 하는 앤과 역시 “사람답게 살고 싶어” 과거의 일을 버리고 동물원에 온 조풍년, 그리고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만딩고의 삶은 김영수보다 나은 것이 없다.
소설은 이런 인물들을 통해 현대 경쟁사회의 현실을 꼬집는다. 그 속에서 사람이지만 사람으로 살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동물원에서 사람이 아니라 동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사실적이면서도 정감 있게 그려낸다.
동물원에서 사람들이 던져주는 바나나로 점심을 때우고, 버저를 누르면 나오는 성과급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은 슬픈 블랙코미디와 다름없다.
동물원 월급으로는 생활 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김영수의 아내는 마지막으로 남은 통장인 ‘행복한 인생 통장’을 깨지 않으려고 부업을 시작한다. 김영수는 부인이 부업을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기만 하다. 이렇게 소설은 등장인물 각각의 삶의 비루함과 심리상태를 정확하고 정직하게 표현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36)씨는 “비인간적인 시스템 속에서는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오히려 유령, 괴물, 도망자가 돼버린다”며 “작가는 주요 등장인물의 전직을 취업 준비생, 대기업 사원, 남파 간첩 등으로 다채롭게 설정해 사실상 누구도 시스템의 덫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소설가 박범신(66)씨는 “주류 사회에서 밀려난 인간 군상이 마침내 동물원의 동물에까지 추락하는 열외의 이야기”라며 “슬프고 우습고 재밌다. 감수성 있는 문체는 문학적 재능의 번뜩임을 증명하고, 슬프지만 우습게 말하는 소설 문법은 삶을 보는 통찰력의 내공을 입증한다”고 읽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