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한문투보다 낫네…'알기 쉽게 풀어쓴 황제내경'

등록 2012.07.20 08:11:00수정 2016.12.28 00:59:3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입에서 씹혀 액체가 된 음식물은 위장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런 다음에 액체 상태에서 영양분이 추출되면 그 물질은 비장으로 간다. 비장에서는 탁한 물질과 맑은 물질이 걸러지고, 맑은 물질에는 진액(津液)이 있어서 이것은 폐로 운반된다. 폐는 물길(水道)을 조절하는 기능을 하면서 맑은 물질을 경맥과 낙맥, 즉 경락을 통해서 몸 전체로 보내고 나중에는 오장(五臟)에도 보내고, 탁한 물질 혹은 노폐물은 방광으로 모여든다." (경맥별론 經脈別論, 경맥의 질병과 맥상 脈象 중)  ace@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입에서 씹혀 액체가 된 음식물은 위장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런 다음에 액체 상태에서 영양분이 추출되면 그 물질은 비장으로 간다. 비장에서는 탁한 물질과 맑은 물질이 걸러지고, 맑은 물질에는 진액(津液)이 있어서 이것은 폐로 운반된다. 폐는 물길(水道)을 조절하는 기능을 하면서 맑은 물질을 경맥과 낙맥, 즉 경락을 통해서 몸 전체로 보내고 나중에는 오장(五臟)에도 보내고, 탁한 물질 혹은 노폐물은 방광으로 모여든다." (경맥별론 經脈別論, 경맥의 질병과 맥상 脈象 중)

 '황제내경'은 동양 최고의 의학서이자 철학서로, 오늘날에도 한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바이블이며, 그 명성에 걸맞게 내용도 훌륭하다. 다만 매우 난해해 한의학을 전공하는 이들에게도 쉽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

 '황제내경'은 동양의학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유기적이고 전체적으로 인간과 자연을 바라본다는 내용, 즉 병인론, 생리학, 진단방법, 치료방법, 예방의학 및 동양 고래의 우주론이 81편에 걸쳐 담겨 있다. 사람의 몸과 병을 개별적으로 분석하려 드는 서양의학과는 달리 인체를 전체적으로, 대자연과 연결시켜 바라보는 동양의학의 관점을 잘 소개하고 있다.

 '알기 쉽게 풀어쓴 황제내경'은 미국에서 오랜 기간 동양전통의술을 펼쳐 온 중국인 한의사가 동양철학과 한의학을 모르는 서양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황제내경'을 영어로 풀어 쓰고(원제 THE YELLOW EMPEROR'S CLASSIC OF MEDICINE), 이를 한국의 영문학자가 다시 우리말로 번역한 책이다. 당초 서양인을 위해 저술된 책이지만, 한문을 잘 모르고 서양식 사고에 익숙한 현대 한국인들이 '황제내경'을 이해하는 데에는 어쩌면 한문투 용어로 번역된 책보다 이 책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우선 읽기 쉽다. 그리고 재미까지 있다. 본시 '황제내경'은 동양 최고의 의학서이면서 동시에 철학, 기상학, 천문학, 역학, 윤리학 등 여러 분야에 걸친 당시 최고 수준의 지식이 기술된 저작이다. 게다가 2000 년 전의 한문으로 저술돼 현대의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면이 있다. 저자는 매우 어려운 원전의 내용을 최대한 쉽게, 일반인들에게 이해시키는 데 노력을 들였다. 음양오행이나 천간지지 같은 철학 개념은 물론 기, 혈, 경락, 경맥 등 한의학 용어까지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쉬운 현대식 언어로 해설했다. 자칫하면 딱딱하고 지루하기 십상인 내용이 쉽고 재미있게 전개된다.

 고전을 단순히 번역한 책이 아니다. 재구성한 책이다. 원전은 황제(黃帝)와 기백, 귀유구, 뇌공 등을 비롯한 신하들의 대화 형식으로 기술돼 있다. 저자는 이를 대화체 형식 그대로 풀어 나가기도 하고, 대화체가 부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서는 자신이 전면에 직접 나서서 해설하는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10여만 자에 이르는 '소문'의 내용을 누락된 부분 없이, 그러나 자구에 너무 집착하다 재미없는 글을 만들어 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고 풀어 썼다. 막히는 부분 없이 읽을 수 있다. 한의학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의 입문서로도 탁월하고, 일반인의 교양서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황제내경'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용한 가르침을 많이 담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중시하는 사고방식, 질병을 국부적으로 보지 않고 몸 전체적으로 보는 관점, 심신을 건강하게 보존하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현대인들은 산업화된 사회를 살아가며 성공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면서도 정작 몸과 마음의 건강이나 건전한 환경에는 별 관심이 없다. 사람이 자연과 더불어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바르고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며, 바로 그렇기에 21세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

 저자 마오싱 니 박사는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의 요산중의대학교 공동 설립자이며 부총장이다. 전통적인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서 의술을 배우며 자란 마오싱 니 박사는 저명한 의사이자 저술가인 부친 화칭 니와 함께 중국의학과 도교의 전통과학을 연구했으며, 미국과 중국에서 선진 의술을 익혔다. 중의학, 장생의학, 예방의학, 관상학, 의사학, 침술, 태극권, 기공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형인 다오싱 니 박사와 함께 의술을 펼치고 있다.

 "정상적인 폐의 맥은 넓고 솜털 같고 부드러우며 급하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는다. 이는 마치 나무에서 나뭇잎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폐의 맥이 나무에서 나뭇잎이 살랑살랑 떨어지는 느낌이 없다면 이는 폐에 병이 생긴 징조이다. 맥의 박동이 마치 어떤 물체가 물 표면에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고 닭의 깃털 같은 느낌이면, 이는 폐에 진장맥이 있다는 의미이고 폐의 사맥이다." (평인기상론 平人氣象論, 맥脈의 분석 중)

 조성만 옮김, 672쪽, 4만원, 청홍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