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표, 천하의 무식쟁이? 그렇다면 고맙습니다

뮤지컬배우 겸 영화배우 박정표(32)는 그간 소수자 캐릭터를 떠맡았다. 소극장 창작 뮤지컬 '빨래'의 이주노동자 '솔롱고',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의 순정파 게이 '티나', 연극 '모범생들'의 비열하고 이기적인 뺀질이 '수환'의 편이 돼왔다.
"그런(게이) 성적 취향을 타고날 수도 있고, 이주노동자로 살아갈 수도 있지요. 그런데,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니까 안타깝죠. 그렇다고 제가 인권운동을 할 수는 없고. 연기로 그런 사람들의 편을 들어줬으면 했어요."
박정표가 연극 '키사라기 미키 짱'에서 연기하고 있는 깐족거리는 오타쿠 캐릭터 '스네이크' 역시 소수자다. 이 연극은 '섹시 아이돌'인 키사라기 미키에 열광하는 '오타쿠 삼촌팬'을 소재로 한다. 자살한 키사라기의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삼촌팬 4명이 미키짱의 죽음은 타살일 수 있다는 정보를 접한 뒤 그녀의 흔적을 뒤쫓으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스네이크는 코미디지만 '자살'이라는 소재를 다뤄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극에서 윤활제 같은 존재다. 몹시 무식하지만 마음은 그 누구보다 따뜻하다.
"연기는 관객들이 공감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요. '빨래'에 출연할 때는 솔롱고처럼 실제 옥탑방에 살기도 했거든요. 이상한 객기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연기가 더 생생해졌어요. 더구나 '키사라기 미키짱'에는 이상한 짓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래서 더욱 믿음을 줘야 하잖아요."
무대 용어로 "사람 같지 않다"는 말이 있다. "캐릭터, 즉 연기에 공감이 안 가고 헛소리만 늘어놓는 것을 지적하는 거죠. 스네이크 같이 무식한 사람이면, 예컨대 '공부를 남보다 덜했을 수도 있었겠다' 등의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해요. 배우가 캐릭터를 이해 못해 극에서 겉돌게 만들면 안 되지요."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긴장을 하지 않아요. 처음에는 연기 한 번 틀리면 큰일 나는줄 알았거든요." 첫술에 배 부르려고 했었다는 판단이다. "젊었을 때는 그런 것이 필요하고 지금도 최선은 다하지만 조금 더 유해졌어요." 혼자서만 몰입하다 관객의 반응을 보면서 연기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키사라기 미키짱'은 제 때 입은 옷이다. 자신뿐 아니라 관객이 스네이크 편이 될 수 있도록 밀고 당기기가 필요한 연극이기 때문이다. "무슨 메시지나 철학을 얻어갈 수 있기보다 재미와 감동이 있는 작품이에요. 관객들이 함께 웃고 공감하다 스네이크를 비롯한 극중 캐릭터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편이 돼 주셨으면 해요."
'키사리기 미끼짱'은 2003년 일본에서 초연했으며 2007년 현지에서 동명 영화로 제작됐다. 지난해 국내 초연 당시 탄탄한 코미디로 호평을 받았다. 8월31일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2관에서 볼 수 있다. 김한, 이주석, 윤돈선, 최재섭, 윤정열, 박정표, 윤상호 등이 출연한다. 4만원.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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